외출 자제로 줄어든 활동량…제품 선택 기준으로 ‘칼로리’ 떠올라

[비즈니스 포커스]
“비만 걱정은 넣어두세요”…식품업계 저칼로리 열풍
“제로 칼로리 음료 브랜드 라인업을 대폭 늘려 나갈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 관계자가 밝힌 올해 음료 제품 출시 계획이다. 롯데칠성은 현재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콜라 제로’ 등 2가지의 저칼로리 음료를 시중에서 판매 중이다. 롯데칠성은 올해 상반기 내에 3가지의 제로 칼로리 음료 제품을 추가로 선보이며 총 5개의 라인업을 구축하기로 했다.

동원홈푸드는 최근 쌀 대신 ‘곤약’을 넣은 죽과 리조토 등 가정 간편식(HMR) 제품을 내놓았다. 곤약은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재료로 많이 활용된다. 곤약을 함유한 덕분에 동원홈푸드가 이번에 출시한 제품들은 모두 열량이 100kcal 이하로 책정됐다.

식품업계가 저칼로리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경은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활동량도 줄어들게 됐다. ‘확찐자(급격히 살이 찐 사람을 일컫는 단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체중 증가를 걱정하는 이들이 급증했다.롯데칠성, 제로 칼로리 음료 출시 확대
통계개발원의 조사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3월 15일 발간된 ‘국민 삶의 질 2021’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첫해인 2020년 비만율은 38.3%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5%포인트 증가하며 처음으로 비만율이 35%를 넘어섰다.
“비만 걱정은 넣어두세요”…식품업계 저칼로리 열풍
이런 추세 속에서 오로지 ‘맛’만을 따졌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칼로리’가 제품을 선택하는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은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원격 학습의 증가, 헬스장 사용을 제한시켰다. 이에 따라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식사나 간식을 먹을 때도 낮은 칼로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고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에 롯데칠성이 제로 칼로리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5061억원, 182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1.0%, 87.4%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제로 칼로리 제품의 판매 상승이 호재로 작용했다.
“비만 걱정은 넣어두세요”…식품업계 저칼로리 열풍
롯데칠성은 지난해 1월 ‘칠성사이다 제로’를 선보였는데 출시 직후부터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작년 연간 누적 판매량 1억2000만 캔(250mL 환산 기준)을 넘어서며 이른바 ‘대박’을 쳤다.

제로 사이다 인기에 힘입어 작년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의 매출도 875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관련 제품을 추가로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롯데칠성은 1분기 과거 단종시켰던 과일 맛 탄산음료 ‘탐스’를 제로 칼로리 버전으로 출시한다. 이어 2분기에는 우유 탄산음료 ‘밀키스 제로’와 에너지 드링크 ‘핫식스 더킹 제로’ 등을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앞세워 올해 실적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점점 많은 소비자들이 제로 칼로리 음료를 찾고 있다. 여기에는 맛의 개선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칠성은 그동안 중앙연구소를 통해 실제 설탕 맛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단맛을 내는 감미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감미료를 넣어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감미료 특유의 맛을 싫어하던 소비자를 끌어들이며 신제품이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강현중 롯데칠성 책임은 이렇게 진단했다.낮은 칼로리 강조한 아이스크림도 인기급성장 중인 HMR 시장에서도 저칼로리 제품이 대세로 떠올랐다. 이를테면 동원홈푸드는 2020년 론칭한 ‘비비드키친’이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저칼로리 제품을 잇따라 출시 중이다. 쌀 대신 곤약을 넣은 HMR제품 외에도 토마토 케첩, 머스터드 소스 역시 이 브랜드를 내걸고 칼로리를 대폭 낮춰 출시했다.

향후에도 저칼로리 신제품 출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저칼로리·저당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존의 고칼로리 제품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맛을 낼 수 있는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칼로리 제품군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풀무원도 자사의 주력 제품인 두부를 앞세워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두부면이다. 밀가루 대신 콩으로 만든 이 면은 고단백·저칼로리 식사 대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 첫 제품 출시 후 약 2년이 지난 현재 무려 900만 봉이 넘게 팔렸다. 두부면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이를 활용한 ‘두부면 파스타’와 ‘두부면 짜장면’ 등 HMR 제품들까지 론칭한 상태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편의점 도시락과 아이스크림업계로까지 저칼로리 열풍이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2월부터 식물성 참치 등을 활용한 먹거리 자체 상표(PB) 제품을 선보여 판매 호조를 이어 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플랜트 튜나 삼각김밥’과 ‘플랜트 튜나 김밥’은 식물성 참치뿐만 아니라 소이 마요네즈 등 소스와 식재료까지 식물성으로 제조됐다. 두 제품 모두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덕분에 기존 제품 대비 칼로리를 각각 30%, 10% 정도 낮출 수 있었다.

이번에 함께 선보인 식물성 참치 샌드위치도 파스트라미햄(식물성 대체육) 등 식물성 식재료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살찔 걱정을 낮춰 준 것이 특징이다.

고칼로리의 대명사인 아이스크림업계에서도 최근 들어 저칼로리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령 배스킨라빈스는 지난해 3월부터 기존 제품 대비 칼로리를 획기적으로 낮춘 ‘딜라이트’ 라인 제품 3종을 출시했다.
“비만 걱정은 넣어두세요”…식품업계 저칼로리 열풍
제품 겉면만 보더라도 회사명보다 칼로리를 강조했을 만큼 부담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대표 제품인 유자맛은 474mL 제품의 열량이 270kcal에 불과하다. 비슷한 제품과 비교할 때 무려 절반 정도 열량이 낮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 공개는 어렵지만 딜라이트 제품은 출시 이후부터 기대 이상의 판매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내에 2종의 딜라이트 제품을 추가 출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