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 자산 전문 리서치 메사리 리포트…크립토 펀드 전성기, 내년까지 지속될 것

[비트코인 A to Z]
제도권이 ‘크립토 숙명론’을 두려워하는 이유[비트코인 A to Z]
가상 자산업계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습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상 자산 프로젝트들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펀더멘털 기반의 투자자들에게 과거 수년간 큰 도움을 준 곳은 바로 메사리다.

메사리는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가상 자산 전문 데이터 분석·리서치 기업이다. 메사리는 업계의 주요 트렌드에 맞춰 알기 쉬운 언어로 펀더멘털 중심의 리서치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해마다 발행되는 메사리의 투자 테마 리포트는 빠르게 진화하는 가상 자산업계의 주요 테마와 트렌드 분석, 예측을 포함한 방대한 리포트다.

메사리의 창업자인 라이언 셀키스 대표가 직접 집필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유용한 정보와 데이터를 담고 있다. 코빗은 최근 메사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메사리의 ‘2022년 가상 자산 투자 테마 리포트’ 가운데 한국 투자자들에게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번역해 소개한다.

가속되는 제도권에 대한 불신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가상 자산에 입문한다.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절반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안전한 노후는 불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한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부채·물가·금리 등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가상 자산은 구원이 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대부분은 정책을 설계하는 이들이 공공 자금을 무분별하게 지출하고 직권을 남용해 내부자 거래를 통해 부당 이익을 취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정치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가상 자산은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많은 일반 서민들은 월가의 금융 엘리트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정경 유착을 반복하며 이전과 같이 이익을 챙기는 행태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빅테크라고 불리는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사업을 독점하고 정보를 검열하며 개인 정보를 컨트롤하는 현실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은 가상 자산이 앞으로 도래할 큰 변화의 전조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떡상’, ‘밈’ 혹은 가격이 오르는 JPEG 파일에 이끌려 입문한 사람도 있다. 그것도 좋다. 이처럼 가상 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는 실로 다양하지만 이 모든 참여자들이 공통으로 인지하는 점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내재된 탈중앙화 기술(일명 웹 3.0)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레거시 권력 기관들을 대체할 설득력 있는 해결책이자 고수익의 잠재력 있는 투자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봤을 때 향후 가상 자산 시장은 일단 호재보다 악재가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과 성장주의 모멘텀이 주춤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가상 자산 시장에 오히려 유리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바이든 정부의 반(反)가상 자산 기조가 유지된다면 은행이나 빅테크와 같은 레거시 권력 기관들이 그들의 플랫폼에서 크립토 기업이나 크립토 사용자들을 축출하거나 정보를 검열할 명분을 제공하며 리스크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메사리 리포트에서 크립토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이게 전부다. 웹 3.0이라고 칭하기도 하는 ‘크립토’ 현상은 이미 멈출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기 때문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크리스 딕슨 파트너는 “웹 3.0은 만든 사람과 사용자가 토큰의 지휘에 따라 공동 소유하는 인터넷”이라고 정의했다. 포인트는 ‘사용자가 소유한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대군주가 독점으로 군림하는 땅을 임대해 만들어진 인터넷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를 벗어나 무한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을 향해 가고 있다. 그 새로운 곳에서는 크립토가 모든 독점자 혹은 레거시 권력 기관의 존재를 위협하는 혁명과도 같은 존재다. 이것이 모든 레거시 권력 기관이 ‘크립토 숙명론’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에릭 피터스 원리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금 사회 대변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선호하는 권력 기관을 붕괴시키고 심지어 파산시킬 수도 있는 기술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의 강점은 잃을 것이 없어 무엇이든 도전한다는 것, 그리고 레거시 기관들은 너무나 비효율적이어서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이를 역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탈중화된 금융 시스템인 디파이는 예치자에게 이자율 5%를 제공하는 반면 제도권 은행에서는 이자율 0.5%를 제공한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은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보상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연예 기획사와 프로듀서 등은 50% 이상을 중개 수수료 수익으로 챙긴다. 오픈 게임이나 소셜 그래프는 기존 빅테크의 중개 수수료를 100% 없애고 디플래포밍 리스크(한 개인이나 집단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플랫폼 차원에서 검열하고 막아서는 행위)를 제거한다.

이 리포트를 작성한 라이언 셀키스 대표가 “크립토가 2030년까지는 지금보다 몇 배나 성장할 것이라고 99% 확신한다”고 말한 이유다.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혜택이 레거시 서비스 대비 몇 배나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 경제가 근본부터 변화하려는 시작점에 있다. 앞으로 올 변화는 이동통신이나 인터넷이 가져다준 변화보다 더 큰 변화일 수 있다.

가상 자산 시장의 세분화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가상 자산 시장의 세분화’다. 이전에는 모든 자산을 ‘가상화폐'라는 단어로 묶어 한 카테고리로 생각하려고 했다. 이제는 화폐, 기초 프로토콜,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앱), 분산 컴퓨팅 플랫폼, NFT, P2E 등 각자 고유의 가치 동인이 있는 하위 영역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지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투자자들은 다양한 네트워크의 밑바탕이 되는 경제 구도와 실제 사용처를 깊이 알아보고 네트워크 고유의 성장 원동력에 따라 트레이드한다. 아직 ‘밈’ 주도적인 양상도 남아 있지만 이러한 밈도 펀더멘털을 많이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블록 타워 캐피털의 아리 폴은 “비트코인과 상관없는 크립토 사용처를 드디어 시장이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4년 전에는 디파이와 NFT는 존재감이 없었지만 이제는 디파이 이자 농사나 NFT 투자자라는 역할은 전업으로 해야만 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렇게 세분화된 분야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전담 팀이 구성돼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현재 전문 크립토 사모 펀드가 일반 제너럴리스트보다 훨씬 더 경쟁력 있는 이유다. 현재 프로토콜 간의 정보 공개 방식, 기술적인 러닝커브, 리스크 관리 인프라(법무나 회계와 같은 제도권과 상호작용 시 발생하는 이슈들)와 같은 부분에서 엄청난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크립토 투자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크립토 펀드들은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이는 올해를 지나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크립토업계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크립토 전문 투자 펀드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을 뿐만 아니라 펀드 내 기존 보유 자산이 수십 배 상승하며 총 운용 자산(AUM)이 늘어났다. 한 예로 저명한 펀드 중 하나인 멀티코인은 투자 펀드 역사상 가장 높은 연간 수익률을 달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크립토 사모펀드 시장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폴리체인, 패러다임, 앤드리슨 호로위츠, 멀티코인, 스리애로캐피털과 같은 회사들은 각각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이들은 지금 투자 건당 중앙값 기준 2500만 달러씩 집행하고 있다.
제도권이 ‘크립토 숙명론’을 두려워하는 이유[비트코인 A to Z]
전통 헤지펀드들은 향후 5년간 운용 자산 중 7%를 가상 자산 시장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부 연금들도 가상 자산에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다. 대형 자산 운용사들은 마이너스 금리 환경하에 리스크 커브 우상단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더는 가상 자산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10년 사이에 가상 자산에서 창출된 유동성을 동반하는 3조 달러라는 가치는 지금까지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모든 전통 스타트업의 가치를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기관투자가들이 가상 자산 시장에 참여하면 2014~2015년과 2018~2019년에 일어난 것과 같은 가상 자산 침체기를 경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상 자산 시장에 일단 유입된 자금은 점차 새로운 자산군에 익숙해지면서 높은 베타를 좇아 신생 토큰으로 흐른다. 반대로 약세장이 찾아오면 리스크가 높은 신생 토큰에서 자금이 흘러나오지만 완전히 가상 자산 시장을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세금 관련 이슈가 있는 경우는 제외). 보통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 같은 크립토 우량 자산에 머무르며 다음 기회를 노린다.

가상 자산 직접 투자가 아직도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에게도 투자 기회는 많다. 가상 자산 인프라에 대한 수요에 힘입어 가상 자산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들이 다수 등장해 성장의 밑바탕이 되는 사업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다수 존재한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