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선정 2022 파워 금융인 30

[스페셜 리포트]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통 IB맨’ 업계 1위로…압도적 우위 지킨다
기술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트렌드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금융 시장에서도 혁신을 향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무한 경쟁의 무대에서 뛰어난 리더십과 역량으로 한국 금융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는 2022년 한국 금융을 움직이는 ‘파워 금융인 30’을 선정했다. 한국의 주요 기업 재무 책임자,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설문을 통해 현재 한국 금융 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의 금융 리더를 가려 뽑았다. 금융 혁신을 이끄는 2022년 파워 금융 최고경영자(CEO) 30인을 소개한다.
정일문(58)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22 파워 금융인 30’에 선정됐다.
정 사장은 1988년 공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2019년 1월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에 오르기까지 단 한 번의 이직도 없이 30년 한길을 걸어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한투에서는 공채 사원이 사장에 취임한 첫 사례다.

그가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고객 우선 현장 경영’이다. 2019년 1월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국내외 영업 현장을 찾아 누적 거리 300만km를 달려왔다”며 “앞으로 100만km를 더 달려 400만km를 채워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 정 사장은 직접 영업 현장을 찾아가 임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난관을 극복해 왔다.

1988년 한신증권에 공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기업금융(IB) 사업 부문에 정통한 이른바 ‘정통 IB맨’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재직 기간 중 27년을 IB본부에서 근무했다. 2004년 LG필립스 LCD 한국 대표 주간사 회사를 맡아 한국과 미국 증권거래소 동시 상장 성공, 2007년 기업공개(IPO) 선진화 방안 적용 첫 사례인 삼성카드 상장, 2010년 공모 규모 4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급 삼성생명 상장 등 모두 정 사장이 진두지휘한 IPO 성공 사례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통 IB맨’ 업계 1위로…압도적 우위 지킨다
고객 최우선 결단으로 판매사 책임 재정립

실적도 순항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1조원을 돌파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4474억원, 영업이익은 1조288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4.4%, 69.4% 급증했다. 명실상부한 증권업계 1위다. 회사 측은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으로 다변화된 수익 구조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꼽았다. IPO·유상증자·회사채 발행 등 IB 전반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또 해외 주식 거래 활성화와 비대면 채널 서비스 강화로 위탁 매매 부문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실적 호조와 함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정 사장은 남다른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판매 책임이 있는 라임·옵티머스·팝펀딩·디스커버리 등 10개 부실 사모펀드 상품의 고객 투자금 100%를 선제적으로 보상했다. 당시 정 사장은 “향후 분쟁 조정 결과나 손실률이 확정되더라도 지급한 보상금을 회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 전향적인 결단이었다. 이 같은 한국투자증권의 보상책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판매사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달여 만에 총 600억원에 달하는 보상금 지급을 완료했고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사후 관리 부서를 신설해 고객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정 사장은 숫자로 보여지는 재무적 성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재무적 요소에서도 가치 창출을 선도할 계획이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했고 ESG 채권 발행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올해 정 사장은 시스템 정비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신년사에서 “리스크 관리, 디지털 혁신,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화는 지속 가능 성장의 근간이자 앞으로도 계속 주력해야 할 과제”라며 “당연하게 여겼던 낡은 굴레를 버리고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처음부터 살펴 개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 1위인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모든 분야에서 경쟁사가 넘보지 못하는 압도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결과에 안주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용기와 열정으로 무장하고 시장과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력 : 1964년생. 1988년 단국대 경영학과 졸업. 2008년 고려대 고려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1988년 동원증권 입사. 2005년 한국투자증권 IB 본부장. 2016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 2019년 한국거래소 비상임 이사 겸 감사위원(현). 2019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현).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