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삼정KPMG 상무…디지털과 지속 가능성의 ‘공생’에 집중해야

[스페셜-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략,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과 ESG의 융합, ‘위기 대응’ 넘어 ‘새로운 기회’ 찾아 나설 때”
디지털 전환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결합을 의미하는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과 ‘ESG’는 지금 현재 모든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메가트렌드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두 분야에서 각각의 목표를 세우고 혁신적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과 ESG의 연계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개념의 등장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월 28일 김정남 삼정KPMG 상무를 만나 이에 대한 답을 들었다. 종합 회계·컨설팅사인 삼정KPMG는 2008년 한국 자문사 최초로 ESG전담팀을 도입, ESG 자문을 하고 있다. 김 상무는 현재 ESG전담팀의 리드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디지털 전환과 ESG 전환을 연계하는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이 부각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디지털 전환과 ESG 전환에 대한 관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이 둘을 결합하는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은 최근 1~2년 사이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개념이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시작된 이후 ESG 전환은 기업들에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실제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넷 제로’ 선언 등에 앞다퉈 동참했죠. 그러면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예요. 여기에서 디지털 전환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ESG 성과 관리와 모니터링 등의 모든 과정에서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의 디지털 기술이 전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디지털 없는 그린 경제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2030년까지 글로벌 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은 ESG 경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나요.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전환과 ESG 전환의 우선순위를 따지기보다 ‘공생’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결국 디지털과 ESG 전환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ESG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은 필수입니다. 다만, 이는 기업들이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들이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디지털과 ESG를 융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요.

“지금까지 기업들은 ESG 관련 규제 강화와 같은 사회적 압력에 대응하며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ESG 1.0 단계죠. 그런데 이제는 ESG 2.0으로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시장의 흐름이 ESG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유리한 자리를 점하고 있는 기업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탄소 배출을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솔루션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겁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니까요. 디지털 전환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지만 ESG와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탄생하는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를 놓쳐선 안 된다고 봅니다.”

-한국 기업들은 디지털과 ESG의 융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아직 기업인들에게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은 낯선 개념입니다. ESG나 디지털 전환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니까요. 아직은 이 둘을 각기 다른 개념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곳이 훨씬 많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재까지 ESG 경영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만 다루고 있다는 얘기지요. 팬데믹 이후 ESG와 관련한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게 최우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대기업 중에는 탄소 저감과 같은 측면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한국 기업들은 디지털과 ESG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해 나가는 ‘관점의 변화’가 중요한 때입니다.”

-한국에도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에 비해 ESG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한때의 열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SG는 한때의 열풍에 그치지 않을 겁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ESG는 ‘하면 더 좋은 것(nice to have)’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당장 ESG와 관련한 규제들이 강화되고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면서 ESG는 기업들의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가 됐다는 말이지요. ESG 전환에 따른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업들에 ‘더 큰 기회의 장’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들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고민할 때 ESG와 관련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은 결국 새롭게 열리는 ‘저탄소 경제’ 혹은 ‘그린 경제’ 시장에서 누가 먼저 기회를 포착하고 시장을 주도하는가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실제로 지난 1월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혁신 분야는 바로 ESG였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는 CES에서 ‘가정에서 산업까지 친환경적 미래를 위한 탄소 중립’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보쉬의 신제품 중 눈에 띄는 게 있는데 산불이 났을 때 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 제품이에요. 기후 변화로 인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잖아요. 더욱이 산불이 한 번 나면 며칠 혹은 몇 달 동안 지속되며 큰 피해를 보기도 하고요. 이 때문에 산불이 났을 때 ‘초기 대응’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기기를 나무에 부착해 주변 습도와 온도 변화 등을 관측해 산불의 발생 여부를 잡아내는 거죠. 당연히 지구의 삼림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이는 탄소 배출 관리는 물론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산업이에요. 이렇듯 ESG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경영 환경에서 ‘자동차 부품’이라는 옛 사업 모델로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이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전환하고 삼성이나 LG와 같은 테크 기업들의 경쟁자로 변신한 겁니다.”

-ESG가 강조되기 전에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ESG와 CSR은 어떻게 다른가요.

“CSR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비교해 ESG는 금융 시장에서 먼저 강조하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기존의 투자자들은 ‘수익이 높은’ 기업에 투자를 우선해 왔습니다. 그런데 금융 위기 이후 팬데믹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의 기준이 달라진 겁니다. ‘당장의 수익’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ESG는 CSR과 비슷해 보이지만 동력 자체가 다르다고 봅니다. CSR이 기업의 책임감을 동력으로 삼는다면 ESG는 말 그대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죠. 이 때문에 CSR과 비교해 추진력이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로서는 훨씬 더 큰 압박을 받는 것이고 그만큼 위험 부담도, 기회 요인도 큰 겁니다. 그러다 보니 CSR에서는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이 ‘선택’의 문제였다면 ESG에서는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 전략’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디지털과 ESG의 융합은 어떻게 이룰 수 있나요.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은 모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ESG에 대한 이해는 최근 1~2년 새 무척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는 이해도가 높지 않습니다. 반대로 테크 기업들은 디지털과 관련해선 전문가죠.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ESG에 대한 이해가 약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과 ESG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각각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은 한국 기업들이 ESG 경영에 무척 중요한 시기입니다. ESG 2.0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ESG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 단계’에 돌입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고 많은 고민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여기에서 잠깐 주춤거린다면 앞으로의 경쟁에서 따라잡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 관점에서 디지털과 ESG의 융합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