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혁신 활동’이 중요한 것 아냐…임직원 공감하는 ‘가치’ 찾아야

[경영 전략]
혁신에 ‘진심’ 없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실패할 것[김광진의 경영 전략]
올해도 기업들의 혁신을 위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잠시라도 멈추면 뒤처지고 도태되는 일들을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어 혁신이라는 키워드는 매년 경영의 실천 화두에서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혁신을 혁신해야 한다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실 한국 기업들의 혁신에 대한 경험과 역사는 그리 짧지 않다. 다만 시대적 이슈와 환경에 따라 혁신의 대상과 지향점을 달리 해 왔다. 올해의 혁신 키워드는 단연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고객 경험이다.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를 보면 디지털을 활용한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최근 기후 변화 대응이 국제적인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친환경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가 급증하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심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 가치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혁신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사회적 가치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이 시대의 중요한 가치이자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원료 대체, 탈탄소 등의 혁신을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이와 관련한 규제와 민원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협의도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 프레임’도 이런 맥락에서 더 가시성 있게 다뤄지고 있다.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이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마땅히 참여해야 할 시대적 미션인 셈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사실은 그 혁신 활동의 진행 과정을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크고 작은 혁신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

‘80%의 기업이 혁신에 실패한다’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보고 결과를 보더라도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진통의 힘겨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조사 결과가 매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나름 시사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과거의 경험과 주위의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성장통을 이겨 내기 위해 시대적 요구인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통한 혁신에 진심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한 기업이 제강 산업의 중견 주자인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이다. 이제까지 다양한 변화·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해 온 관점에서 이 기업의 혁신 활동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이 기업은 ESG 가치 프레임 중에서 ‘안전’이라는 키워드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너무나도 당연해 의례적인 혁신 활동의 한 부분으로만 다뤄져 왔던 가장 지나치기 쉬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기업들의 지속 가능 보고서를 살펴보면 기업의 다양한 업무 환경에서의 안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17년부터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성화된 작업 환경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그 수치의 증가 폭이 작지 않다.

아이로니컬한 대목은 이런 중요성에 비해 안전을 위한 고민과 체계적인 개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현장의 상황을 둘러보면 작업 프로세스와 환경에서의 안전을 위한 보호 장비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거나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이 기업은 이에 착안해 안전이라는 가치를 중시하고 체계적인 활동을 현업 중심, 현장 중심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다양한 현장의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개인용 보호구(PPE :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에 대한 혁신 활동이다.
혁신 위한 생태계 준비하고 실천해야
혁신에 ‘진심’ 없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실패할 것[김광진의 경영 전략]
PPE는 특정 위험 작업장에서 화학, 방사선, 전기 장비, 인력 장비, 기계, 심각한 부상, 질병으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장비를 말한다. 여기에는 마스크, 안전 안경, 안전화, 호흡기 보호 장비, 보호복, 헬멧, 보안경, 청각 보호(이어 플러그), 안전 장갑, 안전화, 호흡 보호구, 안전벨트 등이 포함된다.

둘째, 안전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례적인 사업 아이템이나 사업만을 위한 액션 중심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생각과 고민을 통해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많은 리더와 직원들이 고민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현실적이고 미래적인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당연히 실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핵심은 임직원이 ‘오너십’을 갖게 되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모든 혁신 활동이 어려웠던 주된 이유였던 ‘임직원들의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공감과 참여’ 이슈를 자연스럽게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과 취지가 고무적이다. 이는 곧 리더십의 방향과 화학적인 작용을 하게 되고 그 결과물은 새로운 혁신의 가치와 실행력을 높여 주게 될 것이다.

진심과 오너십에서 출발하는 혁신은 곧 회사의 브랜드, 비즈니스 전략 및 조직 문화에 뿌리를 둔 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게 된다. 혁신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은 당연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진정성은 그린 워싱이나 표면적 행동주의(performative activism) 등의 부작용을 자연스럽게 해결해 준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은 점은 임직원들의 참여와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마인드와 역량 강화에 진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혁신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존의 것에서 약간의 포장만 바꾸는 정도에 신경 쓰고 있다면 그 혁신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그 밥에 그 나물’이 될 요량이 높은 것이 혁신이 갖고 있는 맹점이자 현상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리더십과 육성의 로드맵, 플랫폼을 구성하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 성장을 위한 혁신을 가능하도록 사람과 실력을 키우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다.

이런 플랫폼의 실행 과정에서 나오는 중요한 요소는 경험과 호기심이다. 새로운 가치를 탐색하기 위한 환경과 지식의 유입이 이뤄지고 적극적이 시도와 용기 있는 도전이 자라나게 된다.

한마디로 사람의 성장을 통해 혁신을 위한 생태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리더십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도 매우 매력적인 부분이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지속 가능한’이라는 말의 힘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듯한 요즘이다.

기업에 나가 보면 아직도 과거에 많이 해 왔던 ‘보여주기 혁신’, ‘무늬만 혁신’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 듯하다. 혁신은 혁신 활동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혁신의 성공은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냈는지가 중요하다. 가치를 혁신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이다. 지속 가능한 혁신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고 함께 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한 평가는 조직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는 고객들의 경험과 사회적 가치에서 매겨진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혁신에는 남는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에 담긴 ‘진심이 담긴 실천’은 그 어느 것보다 강하다. 그리고 매우 긍정적이고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 지금 우리 기업이 써 내려 가고 있는 혁신의 가치와 활동들이 어떤 스토리로 남게 될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