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담벼락’ 넘나드는 조정 기능 강화 필수
정책 중복성 줄이고 융합 가속도 내야
‘책임내각제’ 도입해 기능 발휘하도록

[경제 돋보기]
새 정부 성공하려면 부처 간 이기주의 먼저 깨라[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주목 받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경제 정책의 방향은 크게 성장을 중심으로 한 규제 타파와 혁신인 것으로 이해된다. 새 정부는 이러한 경제 정책이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시대적 상황에 맞는 정부 부처 개편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어렵고 복잡한 상황은 새 정부가 짊어져야 할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이번 경제 정책에 대한 중요성과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정부 정책은 크게 지원·진흥과 규제로 나눠지는데 특히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늘 제기돼 왔다. 기업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 중 가장 우선순위를 꼽으라고 한다면 규제 개혁일 것이다. 경쟁·혁신·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의 철폐와 개선을 담고 있는 규제 개혁은 지난 모든 정부에서도 정부 출범과 함께 공통적으로 내세운 국정 과제다.

과거에도 정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새로운 경제 정책을 내세우며 경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정부 부처 개편과 규제 혁신, 고용 증대 등을 내세워 왔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국가적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한 것은 위기 대응 경제 정책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각 정부의 경제 정책의 성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쳐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새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현재 주어진 국내외적인 경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시험대에 오르게 돼 경제 정책이 국민적 주목을 더 많이 받고 기대감도 크다.

그렇다면 그동안 경제 정책의 중요성이 컸었고 경제 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도 강했음에도 왜 성과적 측면에서 실효성 부족 등의 평가를 받으며 미흡함이 컸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정부 부처의 경제 문제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안 됐거나 인기 영합형 정책,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와 부처 간 높은 칸막이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와 높은 칸막이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그전에도 대통령까지 나서며 부처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했고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규제 개혁 장관 회의와 민·관 합동 규제 개혁 점검 회의를 주재해 왔다. 그럼에도 부처 칸막이를 낮추고 규제 개혁의 성과를 이루는 노력은 그 성과가 미흡했고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새 정부는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와 부처 간 칸막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중복성을 줄이고 지지부진한 융합 정책에 가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규제 개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제 정책 거버넌스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정책의 조정 기능이 중요한데, 이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국무조정실이다. 규제 개혁은 국무조정실 내에 규제실이 맡고 있고 또한 대통령 직속 기구로 규제개혁위원회까지 두고 있다. 하지만 정책 조정이라는 업무가 그 기능을 충분히 하려면 강한 힘이 뒷받침돼야 하고 대통령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가 없으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무조정실이 정부 정책을 조정하기 위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에게 내각에 대한 실질적인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고 이 시대의 혁신은 융합을 통해 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 이러한 융합의 시대에 부응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경제 정책을 펼치더라도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 정부가 시대에 맞는 정부 부처로 개편한다고 하지만 융합은 시간이 가면서 그 대상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정부 부처의 개편만으로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데 역부족일 것이다. 결국에는 정책 조정으로 칸막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 정책의 성과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다행히 새 정부는 내각 책임을 국무총리에게 맡긴다는 책임총리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의 조정 기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과거에도 책임총리제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일회성 혹은 보여주기식으로 끝난 사례가 많았다. 이번에도 구호성으로 끝나지 않을까 반신반의하게 된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의 극복과 국가가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어려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높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의 중복성을 없애고 규제 개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력과 이를 위한 정책 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 시도되는 책임내각제를 통해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이 강화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