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와 명령’으론 움직이지 않아
감정을 나누는 데 익숙해져야

[강함수의 레드 티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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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부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없어진 것도 원인이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 소통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하는 리더들이 많아졌다.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자꾸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통의 어려움이 비대면 시대의 도래와 MZ세대의 등장 때문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통적인 ‘관리’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다. 관리 중심 커뮤니케이션은 ‘내용’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리더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전달한다. 그는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리더가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지속적으로 내부 구성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말한 것’을 재차 말하고 확인하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이것이 고착화되면 리더는 직원들이 ‘말한 것’을 듣지 않을 때 ‘귄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회의 시간에 직원들이 말하지 않고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은 그들이 생각과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리더에게 내용 중심 커뮤니케이션을 ‘받는 것’이 일하기에 더 수월해서다.

이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시와 명령으로 구성된 ‘어떻게’를 말하기 이전에 ‘왜’에 대해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말을 전달하는 순간 상대의 능동성은 최소화된다.

사실에 대한 맥락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대화 중인 상대방과 왜 말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그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에서 출발해 결정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과 소비자·고객 등과 같이 외부 주체에 대해 직원과 같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조직 구성원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답을 부여하기보다 중요한 질문을 통해 사고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 리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인 셈이다.

맥락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다음 질문을 참고해 보자. “문제에 대한 의견이나 해결을 하기 위해 좋은 생각이 있나요”, “어떤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볼 때 어떤 것들을 바꿔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요”, “새로운 업무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와 관련해 당신의 의견을 먼저 듣고 싶군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그렇게 하면 본인이나 회사에 어떤 이익이 생길지에 대해 말해보면 어떨까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활용할 생각인가요”, “일을 추진하고 실행하는데 내가 도와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등과 같은 맥락 질문이 지금 직면하는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하겠지만 우선 대화를 활성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것은 상대의 상황에 감정 이입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리더는 ‘감정을 나누게 되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인식에 매여 있다. 카리스마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대가 실천하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문제는 행동이 리더의 지시와 명령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황에 리더의 감정을 깊숙이 침투시켰을 때 비로소 상대는 리더가 말하는 정보와 실행의 요청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의미가 공유되는 순간 공감이 되는 것이다. 상황적으로 공감이 필요한 시점을 리더는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실수하는 것은 ‘내가 이 정도 했으니 충분하겠지’라고 공감의 정도를 본인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기준과 상대의 기준이 같을 수는 없다. 많은 리더가 가장 많이 실패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이런 공감 소통이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