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인류 발전의 가능성 품어…관련 법 제정 속도 낼 때

[지식재산권 산책]
가상 세계 속 또 다른 현실 ‘디지털 트윈’[김윤희의 지식재산권 산책]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게임이나 비현실 세계만 연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메타버스는 크게 증강현실(AR)이라고도 하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구글어스가 대표적인 거울 세계(mirror world), 제페토와 같은 가상 세계(virtual world) 등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산업계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주창한 개념이다. 현실과 같은 쌍둥이를 가상으로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상 세계에서 시뮬레이션해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 등을 말한다. 따라서 거울 세계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유형의 메타버스들도 복합적으로 융합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디지털 트윈의 실제 적용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2018년 이미 싱가포르 전체를 3D 가상현실(VR)로 구현하는 ‘버추얼 싱가포르’를 완성했다. 이에는 실제 싱가포르에 존재하는 빌딩과 테마파크 등 실제 구조물은 물론이고 공원 벤치와 같은 사소한 부분에 대한 정보까지 기록돼 있다. 버추얼 싱가포르의 활용은 개발이나 교통 등 도시 계획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조권 분석이나 공기의 흐름을 시뮬레이션해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나 영국의 런던도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고 서울도 이를 시작했다.

GE는 2016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트윈 솔루션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를 공개했다. 프레딕스는 말하자면 가상의 디지털 공장이다. 현실의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한다.

GE항공은 프레딕스를 이용해 항공기 엔진의 고장과 장비 교체 시기 등을 예측했다. 그 결과 고장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장비 고장으로 인한 결항 건수를 줄였다. 롤스로이스와 지멘스 등도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엔진 고장을 예측하고 불량품을 줄이고 있다.

또 디지털 트윈이 각광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이다. 머지않아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만 특히 도심 운전은 고속도로와 다르게 단순히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돌발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의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고 많은 실험도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도심에서 이런 실험을 실제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실제 도심의 디지털 트윈인 고정밀 지도(HD map)를 이용하면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기술은 드론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2021년 국토교통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사업으로 디지털 트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주로 정밀 도로 지도, 3D 지형 지도 구축 등을 위주로 하는데 지상만이 아니라 지하도 포함한다.

이와 같이 디지털 트윈은 향후 인류의 발전에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이를 정의하거나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 현재 가상 융합 경제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나 메타버스 산업 진흥법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여기엔 디지털 트윈이 언급되고는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범주에 디지털 트윈을 포함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디지털 트윈을 소재로 하고 있는 2002년 영화다. 이 영화는 소설이 원작인데 소설은 1956년에 쓰여졌다고 하니 인간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현실의 디지털 트윈은 아직 영화에서 보여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은 메타버스 세계가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상과 현실을 연결해 현실 세계의 안전과 질서를 지켜 줄 수 있는 강력한 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