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원자재 공급부터 제조, 사용, 폐기 제활용까지 ‘친환경’ 생태계 구축

[ESG 리뷰]
슈퍼차저 충전 인프라.사진 제공=테슬라
슈퍼차저 충전 인프라.사진 제공=테슬라
테슬라는 독특하다. 자동차 제조 기업이면서 테크 기업 같은 이미지를 준다.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괴짜스러운 이미지도 기업의 브랜딩에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의 가치는 시장이 증명한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자동차업계 최초로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넘었다. 그간 테슬라의 주요 수익원은 전기차보다 탄소 배출권 판매에서 나왔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의 탄소 배출권을 발급받은 것 또한 테슬라의 가치다. 테슬라가 강조하는 것은 지속적 혁신과 신기술 개발, 미래 지향적 기업의 이미지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하이엔드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았다. 2008년 테슬라의 첫 양산 모델인 로드스터는 슈퍼카 고객을 타깃으로 했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친환경 소형 전기차를 만들던 시절이었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성능을 극대화한 고급 전기차로서 이미지를 확보했다.

자동차 제조 기업이면서 테크 기업

테슬라는 2012년 모델 S 출시와 함께 전기차의 판도를 바꿨다. 전기차의 약점으로 꼽히는 주행 거리의 불안정성을 떨쳐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시장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효율적 배터리 개발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로봇 개발을 통해 미래 기업의 이미지를 쌓았다.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이 이야기되는 흐름 속에서 테슬라는 자연스럽게 친환경 기업으로 인식됐다.

테슬라는 2020년 영향 보고서에서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전기차의 제조와 충전 시 필요한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을 감안하면 전기차도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대응한 것이다. 테슬라 측은 “모델 3 제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동급 내연기관 제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높지만 5340마일(약 8593km) 이상 주행하면 총배출량은 내연기관차보다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데이터를 기준으로 차량이 폐차되기까지 약 17년간 1만2000마일을 주행한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진다. 충전 시 사용하는 전기 발전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리드에 녹색 에너지원이 증가할수록 전기차 충전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줄어든다. 이렇게 자동차의 원자재 공급부터 제조·인도·사용·폐기·재활용까지 생애 주기 전체로 보면 전기차는 친환경 모빌리티가 맞다.

테슬라는 생산 과정에서 지역 내 공급망을 이용하고 공장 효율성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인다. 물론 2010년부터 운영한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가 사용하던 공장이기 때문에 구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독일 등 새롭게 가동되는 기가팩토리에서는 구조 효율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 정확한 지점에 부품을 하차해 공장 내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고 공급 업체 현지화를 통해 공급망 이동 거리를 줄이며 운송 과정에서 배출량도 줄인다. 공급 업체 현지화는 지역 사회의 경제·인력을 지원하고 지정학적 요소로 인한 공급 중단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제조 차량 부품의 73%를 북미 지역에서, 중국 상하이 공장은 부품의 86%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팩, 구동 장치, 좌석 등 주요 부품을 기가팩토리 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가 가장 중시하는 부문은 배터리다. 현재 전기차 가격 중 배터리 비율은 40%에 이른다. 배터리는 화석 연료와 달리 추출된 원료를 재활용할 수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수명 연장과 제조 비용 절감, 재활용을 위한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배터리’ 부문에 가장 많이 신경 써

최근에는 특히 전기차 경쟁이 심화되면서 코발트와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원가가 모두 상승했다. 코발트 광산은 아동 노동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2019년 국제권리변호사회(IRA)는 테슬라를 포함한 글로벌 테크 기업을 아동 노동 착취 혐의로 고소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에서 이뤄지는 아동 노동 착취를 기업들이 묵인했다는 이유에서다.

테슬라는 책임 있는 광물 소싱과 공급망 관리를 위한 협의체 책임광물이니셔티브(RMI : 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에 소속돼 있다. 배터리 재료 원산지를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며 인증 과정을 거친다. 2020년에는 공정코발트동맹(FCA : Fair Cobalt Alliance)에도 가입했다. 장기적으로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선언했다. 배터리에서 코발트의 비율을 낮추고 니켈 함유량을 높인 배터리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공급 업체의 원자재 이슈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리스크가 작은 공급망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테슬라는 미국·호주·중국의 광산 업체와 니켈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테슬라는 2020년 9월 개최한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비용 절감을 위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주요 내용은 2022년까지 배터리 원가를 56% 절감해 더 저렴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 100만 개 생산 소식을 알렸다. 기존에 사용하던 배터리보다 용량이 크고 성능이 우수하며 생산 비용도 저렴하다. 배터리 비용 절감은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중 자동차를 출시하면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의 시가총액 ‘1247조’ 달성 비결은
테슬라에 대한 엇갈리는 ESG 평가

테슬라에 따르면 회수된 배터리 재활용도 100%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폐차된 이후에도 최적화 과정을 통해 재활용하거나 배터리 물질을 회수해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배터리 수명이 충분히 길기 때문에 아직 회수된 배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테슬라 측의 설명이다.

기가팩토리에는 배터리를 재가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현재는 재활용 솔루션으로 확보한 니켈과 코발트 등 재료를 공급 업체로 직접 이전하는 단계다. 앞으로는 자체 제조 비율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3월 22일 오픈한 기가팩토리에도 배터리 제조 시설이 설치된다. 테슬라는 “셀 제조를 위한 추가 원재료를 구매하는 것보다 대규모 회수·재활용 솔루션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산업용 배터리 파워월(Powerwall)도 판매한다. 2020년 말까지 4G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고 누적 20.8테라와트시 이상의 친환경 전기를 생산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사용한 에너지 그 이상을 생산했다. 태양광을 통한 전력 생산, 전력 저장 및 충전까지 테슬라 전기차의 독립적 생태계 구축을 지원한다.

테슬라의 혁신적이고 친환경적 이미지와 달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수는 기관마다 편차가 크다. ESG 평가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테슬라 ESG 등급을 ‘A’로 평가했지만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을 이유로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지속 가능 경영 리더에 이름을 올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SG 인덱스에도 편입됐다. 테슬라의 영향 보고서를 보면 타사에 비해 내용이나 구성이 부실하다. 이런 ‘성의 없는’ 태도가 일부 ESG 평가 기관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선구자의 여유로움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77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베를린(독일)=이유진 한경ESG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