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트렌드]
제자리 회전·좁은 공간 이동 가능…공장·물류 창고에서 진가 발휘

독일 쿠카(KUKA)사는 A380을 제작하는 현장에서도 메카넘 휠을 탑재한 무인 운반차를 사용했다.[KUKA 홈페이지]
독일 쿠카(KUKA)사는 A380을 제작하는 현장에서도 메카넘 휠을 탑재한 무인 운반차를 사용했다.[KUKA 홈페이지]
자동차든 로봇이든 평지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이동 수단들은 모두 바퀴를 달고 있다. 일반적인 바퀴는 빠르게 이동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조향 장치가 없다면 직진·후진만 가능하다. 그런데 특수한 바퀴를 달면 조향 장치가 없어도 차량이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다. 본체의 기동성을 높여 주는 특수 바퀴 ‘메카넘 휠(mecanum wheel)’이다.

바퀴는 가장 효율적인 주행 장치

대중에게 익숙한 바퀴로는 자동차나 자전거의 바퀴를 들 수 있다. 탱크 등에 달린 무한 궤도와 달리 타이어가 달린 바퀴는 승용차·상용차·소방차 등의 특수 차량은 물론 웬만한 육상 이동 수단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구동부다.

바퀴는 평지나 경사가 완만한 지형, 단차가 심하지 않은 지형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는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바퀴는 직진이나 후진만 할 수 있어 차량에 별도의 조향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 일반적인 바퀴를 단 차량은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곳에서만 주행할 수 있다. 차량이 길 모서리를 돌아 나갈 때 회전 반경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바퀴의 단점을 극복한 바퀴가 바로 메카넘 휠이다.
일본 나부테스코가 개발한 메카넘 휠[나부테스코]
일본 나부테스코가 개발한 메카넘 휠[나부테스코]
바퀴 만으로도 측면이나 비스듬하게 이동할 수 있어
메카넘 휠은 스웨덴의 엔지니어 벵트 얼란드 일론(Bengt Erland Ilon)이 1973년 발명한 새로운 구조의 바퀴다. 메카넘 휠은 외형부터 일반적인 바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바퀴 테두리 전체에 여러 개의 롤러가 바퀴 회전축과 45도 각도를 이루면서 비스듬하게, 즉 대각선 방향으로 붙어 있다.

바퀴가 굴러갈 때 지면과 맞닿는 것은 바퀴의 테두리를 둘러싼 롤러들이다. 메카넘 휠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바퀴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조향 장치를 달지 않은 차량도 다양한 방향으로 주행할 수 있다. 즉, 바퀴 자체가 조향 장치의 역할까지 대행하는 것이다.

비밀은 메카넘 휠의 외형적 특징인 대각선 방향의 롤러에 있다. 메카넘 휠 각각의 회전 속도와 구동 방향을 달리 하면 바퀴에 달린 롤러들의 진행 방향이 벡터의 조합을 이루게 돼 차량의 전방위적인 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롤러의 방향이 차량의 중앙을 향하도록 메카넘 휠을 장착했다면 전방 왼쪽과 후방 오른쪽의 메카넘 휠을 직진 방향으로 구동하면 차량은 오른쪽으로 측면 이동을 할 수 있다. 왼쪽 바퀴들을 직진 방향으로 구동하고 오른쪽 바퀴들을 후진 방향으로 구동하게 되면 차량은 제자리 회전을 하게 된다.

이처럼 메카넘 휠을 단 차량은 일반적인 바퀴를 단 차량이 할 수 없는 제자리 회전이나 좁은 공간에서의 방향 전환은 물론이고 호버크래프트와 같은 자유로운 방향 변경 등 다양한 움직임을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메카넘 휠의 장점은 공장이나 물류 창고 등 일반적인 차량이 주행하기 힘든 협소한 공간에서 크게 나타난다.

메카넘 휠을 의도한 대로 사용하려면 차량에 장착할 때 상당히 신경 써야 한다. 일반적인 바퀴들은 서로 위치를 바꿔 달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메카넘 휠은 서로 바꿔 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바퀴의 테두리를 둘러싼 롤러에 있다. 차량의 앞뒤 좌우에 달린 메카넘 휠의 롤러 방향이 모두 대칭을 이루도록 설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4개의 메카넘 휠을 단 차량은 전방 왼쪽 바퀴와 후방 오른쪽 바퀴의 롤러 방향이 일치해야 하고 전방 오른쪽 바퀴와 후방 왼쪽 바퀴의 롤러 방향이 일치해야 한다. 따라서 메카넘 휠을 차량에 설치할 때는 일반적인 바퀴와 달리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메카넘 휠을 설계상 정해진 것과 다른 위치에 설치하면 조종자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차량이 주행하거나 때로는 주행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복잡한 구조로 대중화는 아직 더뎌

자유로운 기동력을 제공하는 메카넘 휠은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 구조가 복잡하다. 바퀴 테두리 전체에 롤러들이 달려 있는 구조이므로 제작 비용이나 유지·보수 비용이 일반 바퀴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

둘째, 일반적인 바퀴보다 잘 미끄러질 수 있다. 바퀴가 굴러갈 때 지면과 맞닿는 부분은 바퀴 테두리를 둘러싼 여러 개의 롤러들 중 한두 개에 불과해 일반적인 바퀴보다 마찰력이 낮기 때문이다.

셋째, 하중을 지지하는 힘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지면에 닿는 한두 개의 롤러가 전체 하중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바퀴를 달아 하중을 분산하거나 특수한 소재를 쓰는 등의 추가적인 해결 방안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런 몇 가지 특이 사항 때문에 메카넘 휠은 우수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화가 더딘 편이다.

메카넘 휠의 상용화는 특허권을 사들인 미 해군이 제어·설계 등 관련 기술을 추가 개발해 민간 회사에 제공한 1990년대 이후 시작됐다. 메카넘 휠이 최초로 사용된 것도 미 해군 함정에 탑재된 지게차였다.

이후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 기업인 독일 쿠카(Kuka)도 공장 자동화용 AGV(Automated Guided Vehicle)와 AMR(Autonomous Mobile Robot)에 메카넘 휠을 채택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A380 제작 현장에서 사용된 쿠카의 AGV도 메카넘 휠이 장착된 모델이었다. 거대한 비행기 동체를 좁은 조립 공장 내에서 운반하는 데는 메카넘 휠이 가장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독일 쿠(KUKA)사가 개발한 무인운반차에는 메카넘 휠을 장착했다.[KUKA 홈페이지]
독일 쿠(KUKA)사가 개발한 무인운반차에는 메카넘 휠을 장착했다.[KUKA 홈페이지]
AMR 등 로봇의 발전이 메카넘 휠의 보급을 촉진

로봇이 관심 받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로봇 분야에서는 메카넘 휠을 활용한 로봇용 구동 장치 개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실내 배송이나 물류 자동화를 위한 다양한 AGV·AMR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카넘 휠은 공간 활용도를 최대화해야 하는 상업용 건물이나 물류센터에서 사용되는 AGV·AMR의 구동 장치로 적합하다. 지금까지 AGV·AMR은 일반적인 바퀴와 조향 장치를 달고 있다. 하지만 높은 정밀도·정확도가 요구되는 경우라면 공장 자동화나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는 모터와 조향 장치가 일체화된 구동 장치가 더 적합하다.

메카넘 휠이 효과적으로 사용되려면 각 바퀴의 구동 방향이 서로 달라야 해 인휠 모터에 메카넘 휠을 장착하는 방식은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하게 이동하려면 서보모터와 메카넘 휠의 조합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많은 기업들이 메카넘 휠을 장착한 휠 서보모터 유형의 구동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로봇용 기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인 일본의 나부테스코(Nabtesco)도 메카넘 휠을 활용한 차세대 로봇 구동 장치인 AGV 드라이브 유닛을 출시하면서 AGV·AMR용 구동 장치 시장에 진출했다. 나부테스코의 AGV 드라이브 유닛 역시 서보모터와 메카넘 휠이 일체화된 인휠 서보모터 방식의 구동 장치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