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경제연구소 ESG연구소 리포트..."검증 및 모니터링 체계도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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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가 유럽의 녹색분류체계와 비교하면 정의된 녹색 활동의 영역은 좁으나 기술적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낮은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소노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방법론과 근거의 설명 보완과 기술적 조건 정교화, 검증 및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18일 대신경제연구소의 한국ESG연구소가 내놓은 '한국 vs EU 택소노미 비교와 향후 과제' 리포트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택소노미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대한 정의 및 기준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EU는 택소노미 규제 채택 후 위임법률을 제정해 산업 및 활동별 특성을 반영한 기술적 선별기준(Technical Screening)을 확정했지만,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기술적 선별기준이 미흡한 데다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EU 택소노미에 따른 환경적으로 중요한 목표는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과 보호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 및 통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 및 복원 등이다. 반면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의 6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EU는 지속가능한 활동을 기후변화에 직접 기여하는 녹색 부문, 과도기적 전환 활동, 녹색활동에 기여하는 조성 활동(enabling activity) 등 3가지 활동으로 나누고 있으며 한 활동 내에서 인정 기준을 달리해 녹색활동과 전환활동이 포함될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을 별도로 구성하고, 전환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기후변화 완화 목표)와 관련한 5가지 활을 전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녹색부문에 규정한 활동을 살펴보면 EU 기준의 녹색·전환·조성활동이 혼재돼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는 것이 한국ESG연구소의 강조점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산업 부문에 '중소기업 사업장의 온실가스 감축'이 전환으로 분류한 것이 그러하다.

특히 EU는 택소노미를 규정하는 활동을 탑다운 방식으로 선정했으며 그 접근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선 유럽연합 표준산업시스템인 NACE 코드의 4단계를 기준으로 21개 섹터의 615개 경제적 활동을 유니버스로 구성했다. 이후 스콥1 배출량을 기준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이 높은 8개 섹터를 우선 순위로 정했다. 택소노미의 모든 활동에 NACE의 코드가 부여됨으로써 데이터에 기반한 비교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14개 분야에 따라 활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14개 분야를 구분한 과정과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온실가스 감축의 '산업' 개념 안에는 발전에너지와 수송이 포함될 수 있고, 이산화탄소 포집은 연구개발의 하나일 수 있는 등 기준이 중첩될 수 있다. 이를 살펴보면 6가지 목표와 3가지 조건의 달성이라는 기본구조는 같지만, 이에 해당하는 경제활동을 규정하기 위한 방법론은 달라 목표별 활동의 분류, 구조, 숫자 등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ESG연구소의 입장이다.

또 EU의 경우에는 택소노미에 따른 공시 규정을 규제안 자체에 포함했지만, 한국은 공시기준이나 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구별된다. EU의 경우 기업 지속가능정보공시지침(CSRD), 금융기관의 지속가능공시규제(SFDR), EU 그린본드 기준, 에코라벨 등에도 택소노미를 활용하고 녹색예산안인 그린딜 자금의 집행 기준으로 삼는 등 지속가능 생태계에 택소노미가 통합적으로 연계돼 있다. 한국은 공시 및 규정과 연결되지 않아 지속가능금융상품 개발 및 집행에 사용되기에 제약이 크다.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면 수송 부문에서 수송부문의 차이가 크다. 한국의 경우 활동에 대한 구분 기준, 전환활동으로 인정되는 범위, 수송 수단별 특성 반영 등이 EU에 비해 미흡하다고 ESG연구소는 진단했다. 활동별로 직접 배출량 제로인 경우에만 녹색활동으로 인정하는 것은 양국이 같으나, EU는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송수단별 특징에 따른 배출량 차이, 회당 수송량 등을 감안해 전환활동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기준도 모호하다. 무공해 수송수단의 '제조'의 경우 EU에서는 제조업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수송부문에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제조활동에 건설기계와 농업기계 제조도 포함돼 분류가 모호하다. 또 인프라 부문에서 항공 부문을 배제한 EU에 비해 한국은 무공해 운송수단 제조에는 항공기 제조를 포함시키면서 무공해 인프라 구축에서는 항공 인프라만 제외돼 있다.

건물 부문에서 한국은 설비의 도입만 언급하는 데 반해 EU는 설치 후 유지 보수 활동을 명시하고 있다. 또 EU는 건물의 건설과 리모델링 외에 인수 및 운영활동도 포함해 EU의 활동 범위가 더 넓다. 한국이 녹색 인증을 받기만 하면 되는 데 반해 EU는 건축물이 EU 역내 최소기준인 에너지 절감폭이나 지역 내 건물의 상위 15% 이상 에너지 성과 등을 활용해 상대적인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EU의 경우 한국에 비해 인정 기준이 세분화되고 기술적 기준이 높게 설정됐다고 분석했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의 경우 EU는 포집 활동의 솔루션, 비즈니스모델, 응용연구 등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나, ISO나 EU 지침에 따라 탄소포집기술의 수준을 비교가능한 수준으로 측정하고 이에 대해 제3자 또는 정부기관을 통한 검증을 규정해 인정기준은 높게 설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포집, 운송, 처리 및 영구격리, 바이오차 제조 및 토양 살포의 4가지 경제활동을 규정하며 해당 활동에 대한 설비 구축 또는 운영을 별도의 인정기준 없이 인정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 전환활동으로 인정하는 조건 기준이 EU가 훨씬 까다롭다. EU는 화석발전 등 기존의 발전을 대체하는 경우만 인정하고, 이 또한 일정 기간 후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인정 기준은 실제 전환을 장려하기 위한 요건이 적시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제3자 검증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원전의 경우 확정적이기보다 유보적 입장으로 EU보다 까다롭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한국ESG연구소장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EU의 분류체계와 기본 구도는 유사한 체계임에도 활동의 구분 기준과 활동 범위가 다르며, 기여로 인정하는 조건의 수준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라며 "특히 EU 대비 활동의 포함 범위가 좁은 데 비해 인정 기준이 낮아 목표 달성의 관점에서 적합성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EU 지속가능플랫폼 등을 참고해 우선순위에서 제외된 산업과 경제활동도 적시성 있게 리뷰되고 수정되어야 하며, 택소노미와 연계한 지속가능정보 공시제도가 개선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 소장은 △방법론과 산정 근거에 대한 설명 보완 △활동범위 추가 검토와 인정 기준에 대한 정교화 △산업/기업 식별코드 매핑 △모니터링 검증 기준 수립 등을 제안했다. 특히 사용자인 금융기관 관점에서 식별이 어려운 점 등이 개선돼야 실제 택소노미의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