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toZ]
시총 23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성장…USDT 등 5개 코인이 전체 93% 차지

‘달러 가치 연동’ 스테이블 코인의 춘추전국 시대…최후 승자는
달러 가치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세가 매섭다. 2022년 4월 13일 기준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 총액은 189억 달러(약23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2% 늘었다. 가상 자산 전체 시가 총액의 약 10%를 차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 자산 시장에서 일종의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시가 총액 상위권은 USDT·USDC·BUSD·UST·DAI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 5개 스테이블 코인 시가 총액의 합이 전체의 93%를 차지한다. 이 밖에 다양한 새 콘셉트의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며 바야흐로 스테이블 코인의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유형별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알아보자.

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달러 법정 화폐로 가치가 뒷받침된 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을 살펴보자. 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의 대표는 USDT·USDC·BUSD가 있다.

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관리의 주체가 스테이블 코인 발행액 만큼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은행에 예치해 놓고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보증하는 방식이다. 발행과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우선 2014년 등장한 최초의 스테이블 코인 USDT는 아직까지 시가 총액 1위 스테이블 코인의 입지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USDT는 신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뉴욕 검찰청은 USDT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비트 파이넥스의 준비금에 문제를 제기하고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연히 미국 정부로서는 달러의 지위를 표방해 가상의 증표를 발행하고 규제에도 협조하지 않는 USDT의 존재가 성가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점은 최근 스위스 루가노에서 비트코인과 함께 USDT에 법정 화폐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USDT 비트파이넥스는 과거의 신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며 미국의 포위망에서 벗어나려는 양상이다.

반면 USDC는 규제를 준수하며 친미 정부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USDC 발행사 서클의 주요 주주는 블랙록·피델리티·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금융회사다. 또한 USDT의 준비금 논란을 인식해서인지 USDC는 엄격한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USDC의 발행사 서클은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만약 서클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게 된다면 코인베이스에 준하는 지위를 얻고 USDC에 대한 신뢰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BUSD는 세계 최대 가상 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보증하는 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이다. 바이낸스는 최근 중동에 자리 잡으며 규제를 준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 가치 연동’ 스테이블 코인의 춘추전국 시대…최후 승자는
가상 자산 담보 스테이블 코인
법정 화폐가 아닌 가상 자산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 코인의 존재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것이 DAI다. DAI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DAI 가치의 최소 150%에 해당하는 가치의 가상 자산을 부채 담보부 포지션(CDP : Collateralized Debt Position) 내에 동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100DAI를 생성하고자 한다면(각 DAI는 1달러에 페깅), 1.5배 가치에 해당하는 담보인 150달러 상당의 가상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DAI의 가치를 보증하는 담보물 중 50% 정도가 USDC다. 이더와 비트코인이 약 30%, 나머지는 기타 스테이블 코인으로 구성돼 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 화폐를 불신하고 검열 저항적인 성향을 추구하는 가상 자산과 가장 결이 맞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1달러 페그를 유지하기 위해 스테이블 수급에 따른 차익 거래를 활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UST다. 과거에 베이시스(Basis)·페이(Fei)·ESD 등이 유사한 시도를 했지만 1달러 가격 페깅이 실패했고 UST는 오늘날 가장 성공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으로 자리 잡았다. 참고로 현재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9%를 차지하고 있는 UST의 시가 총액은 약 1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7% 늘었다.

UST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1달러어치의 루나(Luna)는 1UST의 가치와 동일하고 1UST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1루나가 소각돼야 한다. 만약 UST 가격이 0.98달러라면 차익 거래자는 1UST를 1달러어치의 루나로 바꾸고 0.02달러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UST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UST 가격은 1달러에 수렴한다. 반대로 UST 가격이 1.02달러라면 차익 거래자는 1달러어치의 루나를 1UST로 바꾸고 0.02달러를 얻는다. UST 공급이 증가하고 UST 가격은 1달러에 수렴한다.

UST를 관리하는 주체인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최근 루나 외에 비트코인을 준비 자산으로 편입하기로 결정하며 4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UST 준비 자산의 75%는 비트코인, 18%는 루나, 나머지는 USDT·USDC를 비롯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1억 달러 규모의 아발란체(AVAX)까지 준비 자산에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 스테이블 코인 분야에서는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라X(SperaX)의 USDs는 가상 자산 담보물과 알고리즘이 적절히 혼합해 USDc 보유자가 자동으로 이자를 수취할 수 있는 구조의 스테이블 코인을 실험하고 있다. 또 프락스(Frax)는 매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달러 가치가 증가하는 구조인 스테이블 코인 FPI를 모색하고 있다. 만약 이 실험들이 성공하게 되면 해당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는 별도의 금융 활동을 하지 않고도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일종의 채권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 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가상 자산 담보 스테이블 코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모두 민간 화폐다. 만약 국가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 CBDC와 스테이블 코인이 공존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필자는 지정학적 이슈·규제·시장·수요처 등에 따라 다양한 스테이블 코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과연 스테이블 코인의 승자는 누가 될까. 미래가 몹시 궁금하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