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 도입 7월로 딱 2년…‘착한 임대인’에게 확실한 인센티브 제공 필수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진=한국경제신문
전셋값 인상의 시한폭탄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2020년 7월 전격 실시된 이후 2년의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물론 모든 전세 계약이 동시에 만료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 만료가 큰 폭발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세입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2년 만에 8500만원 오른 아파트 전셋값

올해 4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3억4041만원이다. 반면 2020년 7월 말 평균 전셋값은 2억5554만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1년 9개월 만에 8487만원이 오른 셈이다.

앞으로 3개월간 추가 인상될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8500만원에 가까운 추가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은 더욱 심각하다.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1억8000만원 이상 준비해야 한다.

임대차보호법이 발효되기 직전, 전국 평균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1308만원, 서울은 4876만원만 올려주면 됐다. 하지만 현재는 전국은 8500만원, 서울은 1억8000만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역대급으로 전셋값이 오른 원인은 오롯이 임대차보호법 때문만은 아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돈 가치 하락의 영향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를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법에는 한계가 있다.

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상승을 영구히 낮추는 대책이 아니라 2년이라는 단기간에만 5% 이내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4년이 지나면 그동안 인상하지 못한 임대료가 한꺼번에 오른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과정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 임대인은 재산권에 심각한 피해를 봤다.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부차적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의 집을 팔고 싶어도 제때 팔 수 없었다는 점이다.

A라는 사람이 2020년 5월 말에 집을 사 B에게 전세를 줬다고 가정해 보자. A의 당초 계획은 양도세 일반 과세가 되는 2년만 집을 보유하다가 다른 곳으로 갈아탈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5월 말보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집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았다.

이유는 실수요자가 이 집을 살 수 없어서다. 실수요자 C가 이 집을 사 입주하려면 올해 3월 말까지 잔금을 치르고 본인 명의로 집을 취득한 후 세입자 B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가 곤욕을 치른다. A는 올해 3월 말 집의 잔금을 받을 수 없다. 2년 미만 보유여서 양도 차익의 66%나 세금으로 내야만 한다.

세금 때문에 A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4년을 보유해야 집을 팔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인 경우다. 일시적 1가구 2주택 상황에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규제 지역에서는 1년 안에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한다. 본인이 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줬다면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집을 팔 수 없어 양도세 비과세는커녕 양도세 중과세 대상이 된다.

이 집을 파는 과정에서 A가 세금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갭 투자자에게 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주택자는 취득세가 12.4~13.4%여서 선뜻 집을 사기도 어렵다.

다주택자는 높은 세율의 취득세로 이 집을 살 수 없다. 실수요자는 실거주가 불가능해 이 집을 살 수 없다. 임대차보호법이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에게 불편함만 가중시키는 사례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공급과 함께 임대 사업 제도 부활 필요

임대차보호법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임대료 상승을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양질의 주택을 시장에 지속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할 일은 양질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싼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를 정부가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다. 다만 임대 아파트의 대량 공급을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대량 발행해야 하는데, 어느 것도 만만하지 않다.

공급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임대차보호법으로 인한 전세 문제는 코앞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대량 공급이지만 단기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방안은 ‘착한 임대인’ 제도다. 스스로 임대료 상승을 5% 이하로 묶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것이 정착하면 굳이 전세금을 크게 인상할 이유가 없는 일부 임대인들은 세제 혜택을 노리고 제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세제 혜택의 수준이다. 착한 임대인에게 제공될 당근이 작다면 동참할 임대인이 적을 것이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다만 매력적 당근이 제공된다면 착한 임대인이 늘 수 있지만 2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착한 임대인을 적폐로 몰 수도 있다.

근본적 해결책은 임대 수요를 줄이고 임대 공급을 늘리면 된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에게 전세 대출보다 쉬운 방법으로 구입 관련 대출을 해주면 임대 수요가 매매 수요로 바뀐다. 주택 구입을 원하는 무주택자에게 취득세를 면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임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과 공공 임대 주택의 확충이 정답이지만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민간 임대에 다시 한 번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임대 사업 제도의 부활과 ‘착한 임대인’ 제도의 시행이 필수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