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레이블 체제’로 전면 개편해 수익성 높여…‘스트레이키즈’ 등 세대교체도 성공

[비즈니스 포커스]
지난 4월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JYP엔터테인먼트의 스트레이키즈.
지난 4월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JYP엔터테인먼트의 스트레이키즈.
10년 전만 해도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국민 첫사랑 수지를 데리고도 적자를 보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의 염원이었던 미국 진출 실패로 인한 후폭풍이었다. 그런 JYP가 완전히 달라졌다. 3월 24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 총액 2조원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빅4 가운데 방탄소년단(BTS)을 등에 업고 있는 하이브(시총 약 9조원)를 제외하고 시총 2조원을 넘어선 것은 JYP가 처음이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시총은 각각 약 1조4600억원과 1조원 수준이다. 쓰디쓴 미국 진출 실패 후 10년, JYP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3년간 영업이익률 30% 찍은 JYP

2020년과 2021년 JYP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빅4 가운데 매출이 가장 적었다. 2020년과 2021년 하이브의 매출액은 각각 7962억원과 1조2559억원, SM은 5789억원과 7015억원, YG는 2552억원과 255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JYP는 1443억원과 1938억원으로 매출액 1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현재 JYP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종 최우수 모범생’으로 꼽힌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3년간 JYP의 영업이익률은 약 30%로 경쟁사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기준 SM과 YG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9.62%와 14.2%에 그쳤다. JYP의 영업이익률(29.8%)은 하이브(15.1%)보다 높았다. 그만큼 매출은 적지만 ‘실속 있는 경영’을 했다는 의미다.

JYP는 하이브·SM·YG 등과 비교해 독특한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기능 중심’의 수직적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JYP는 각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구조의 레이블 시스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 등 JYP 소속 아티스트들은 5개 본부로 분리되고 각 본부마다 마케팅·기획·매니징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말하자면 JYP라는 한 회사 내에 ‘5개의 음반 회사’가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셈이다.

JYP가 이처럼 ‘남다른 조직 구조’를 갖추게 된 계기는 10여 년 전 ‘미국 진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미국에서 얻어 온 가장 소중한 것은 미국 음반사의 내부 구조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원더걸스 등을 주축으로 한 미국 진출 실패로 위기를 겪었던 JYP이지만 오히려 당시의 도전이 더욱 탄탄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이다.

JYP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박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박진영 1인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회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레이블 체제’로의 조직 개편 또한 대표 프로듀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JYP는 2016년 무렵부터 이 같은 ‘레이블 체제’를 시도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첫째 그룹이 트와이스다. 이와 같은 조직 구조를 통해 아티스트와 담당 직원들 간의 긴밀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그 무엇보다 음반을 비롯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프로세스가 짧아졌다. JYP 소속 가수들의 공백기가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 비교해 짧은 이유다.

음악적 측면에서 박진영 1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변화도 뒤따랐다. 박 대표는 2008년 작사가·작곡가·프로듀서 등이 소속된 JYP퍼블리싱을 설립했다. 당시 한국에서 퍼블리싱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JYP가 유일했다. JYP는 30여 명이 넘는 뮤지션과 계약하고 이들을 실력 있는 작사가·작곡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여러 명의 박진영’이 소속 가수들의 곡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JYP가 얻은 경쟁력은 분명하다. 한 명의 ‘빅 스타’에게 의존하기보다 소속 가수들마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북미 시장에서도 점차 팬덤을 확장해 가고 있는 트와이스뿐만 아니라 4세대 아이돌의 대표 주자로 일컬어지는 스트레이키즈는 최근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미국 진출이라는 JYP의 오랜 꿈을 이뤘다. 트와이스의 뒤를 잇는 있지(ITZY)와 엔믹스,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니쥬(NiziU)도 순항 중이다.

이혜인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팬덤 규모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유튜브 조회 수 등을 봤을 때 JYP 소속 아티스트들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 동안에도 빠르게 팬덤을 확장해 왔다”며 “지난해 지식재산권(IP) 플랫폼 비즈니스를 위한 자회사 JYP 360°를 설립하는 등 IP 수익화 영역 또한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