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공동 설립해 1980년 완전한 국유화…1분기 순이익 80% 급등

사우디아람코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80%넘게 급등했다.[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람코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80%넘게 급등했다.[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힘을 되찾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80% 넘게 급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한 영향이다. 여기에 증산 효과까지 더해져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아람코는 1분기 순이익 395억 달러(약 50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2019년 기업공개(IPO) 이후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다. 애플에 빼앗겼던 글로벌 시가 총액 1위 자리도 탈환했다. 아람코는 2019년 12월 IPO와 함께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이 됐지만 2020년 8월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초만 해도 애플의 시총은 한때 3조 달러 선까지 치솟아 아람코를 1조 달러 정도 웃돌았다. 하지만 이후 애플의 시총이 20% 가까이 감소한 반면 아람코의 시총은 약 28% 증가하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상 최대 기업의 타이틀을 다시 거머쥔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재정을 책임진다. 20세기 이후 세계 경제 파워 게임의 역사도 아람코에 녹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강 병기 아람코에 얽힌 사실 다섯 가지를 정리했다. .1. 아람코는 원래 미국 기업이다?
사우디아람코 석유저장시설[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람코 석유저장시설[로이터=연합뉴스]
아람코는 ‘아라비안 아메리칸 석유회사(Arabian American Oil Company)’의 약칭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933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미국 스탠더드오일이 함께 아람코를 설립했다. 스탠더드오일은 ‘석유왕’ 록펠러가 세운 회사다.

설립 후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역 내의 대형 유전을 차례로 개발해 짧은 시간에 세계 최대의 석유 회사로 성장했다. 생산 단가가 저렴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는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의 원천이 됐다. 석유 패권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1974년부터 스탠더드오일 등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아람코의 주식 100%를 취득하며 완전히 국유화했다. 이후 ‘사우디 아람코’로 사명을 바꿔 철저한 비밀 경영에 들어갔다.2. 2019년 베일 벗은 아람코, ‘애플+삼성+로열더치쉘’보다 컸다 베일에 싸여 있던 아람코의 힘은 2019년 4월 세상에 공개됐다. 아람코는 당시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470쪽짜리 투자 설명서를 내놓았다. 86년 만에 공개된 이 회사의 2018년 영업이익은 2240억 달러에 달했다.

당시 세계 1위였던 애플(818억 달러)의 2.7배였다. 2위 삼성전자(776억 달러), 3위 로열더치쉘(533억 달러)의 이익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았다. 막대한 영업이익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국제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3. 상장과 동시에 애플 눌렀다. 아람코는 2019년 12월 상장과 동시에 애플을 누르고 세계 시총 1위 기업에 올랐다. 아람코는 상장 첫날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 증권거래소에서 공모가(주당 32리얄)보다 10% 뛴 35.2리얄에 거래를 마쳤다. 아람코의 시가 총액은 상장 첫날 1조88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 주식 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누르고 왕좌를 차지했다. IPO 시장에서도 새 역사를 썼다. 아람코는 앞서 IPO로 256억 달러를 조달했다. IPO 역사상 최대 자금 조달 기록이었던 중국 알리바바(2014년 9월 미국 뉴욕 증시)의 250억 달러 기록을 깨뜨렸다. 4.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재정 책임진다아람코는 현재 지분 94%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영 기업이다. 나머지 4%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소유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난 2월 PIF에 800억 달러에 지분 일부를 팔았다. 아람코는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재정을 책임지고 있다.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재정 수입을 총 2787억 달러로 추정했다. 그중 아람코의 배당 이익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재정 수입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아람코는 올해 배당금으로 750억 달러(약 93조5000억원)를 풀 계획이다. 아람코는 현재까지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매장된 원유를 독점 생산한다.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1488억 달러를 기록했다.5. 에쓰오일 최대 주주…한국과의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 경축사절단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총재 겸 아람코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 경축사절단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총재 겸 아람코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람코는 한국에서도 꽤나 영향력이 있다. 아람코는 한국 정유사인 에쓰오일의 지분을 63.41 보유한 최대 주주다.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PIF 총재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아람코와 PIF는 모두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끌고 있다. PIF는 지난 2월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지분을 5%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밝혔고 3~4월에도 넥슨 지분을 4.12% 더 매입하며 넥슨의 2대 주주에 올라섰다. PIF는 엔씨소프트 지분 9.26%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