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마화텅 회장, 경제 피해 지적하는 글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기도

[글로벌 현장]
지난 4월 27일 중국 수도 베이징 거리에 설치된 한 코로나19 임시 검사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7일 중국 수도 베이징 거리에 설치된 한 코로나19 임시 검사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중국 내 사업을 접기로 했다. ‘제로 코로나’로 압축되는 과도한 방역 정책이 이유로 꼽힌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이례적으로 경제 피해를 지적하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다. 경기 하강 우려와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감세 목표를 2020년 규모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중국에서 짐 싸기 시작한 글로벌 기업들

에어비앤비는 중국 내 숙박 공유 사업을 중단하고 중국 지사는 중국 거주자의 국외 여행 부문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여름까지 15만 개에 달하는 중국 본토의 숙박 리스트를 내릴 예정이다.

에어비앤비의 철수 결정은 2016년 ‘아이비잉(愛彼迎)’이라는 중국식 브랜드명으로 진출한 지 6년 만이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를 에어비앤비 차이나 회장으로 투입하는 등 중국 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 왔다.

하지만 비슷한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토종 숙박 공유 플랫폼인 투자와 샤오주는 100만 개 이상의 숙소를 확보하고 있다.

2011년 창업한 투자와 2012년 영업을 시작한 샤오주에 비해 에어비앤비는 중국에서 후발 주자였다. 중국인은 저렴하고 익숙한 자국의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했다. 중국에선 숙박 공유 플랫폼에 등록한 숙소가 외국인 손님을 받으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도 많지 않았다. 이런 규제로 인해 중국 내에서 외국인이 여행을 하려면 현지 숙소에서 외국인을 받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타깃으로 사업을 늘려 갔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후 외국인의 중국 방문이 급격히 줄면서 경영이 악화했다. 중국은 국제 항공편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해외 입국자에게는 2~4주 격리를 강제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된 올해부터는 중국 내 여행도 사실상 중단됐다. 에어비앤비는 올 1분기 보고서에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응한 강력한 통제로 지역 침체가 심화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방대한 시장을 노리고 들어온 글로벌 테크 기업이 중국 특유의 제도와 가혹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례가 또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셜 미디어 링크트인이 지난해 10월 통제 강화를 이유로 중국 철수를 결정했다. 2016년에는 승차 공유 업체 우버가 토종 업체인 디디추싱에 중국 사업부를 양도하면서 중국 사업을 접었다.

에어비앤비의 중국 내 사업은 매출의 1% 안팎이어서 이번 결정이 전체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에어비앤비 차이나는 향후 중국 거주자의 해외여행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여행까지 통제하고 나서 에어비앤비의 중국 사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외부 유입’을 막겠다면서 만리장성식 방역 장벽을 치고 입국을 극도로 제약하던 중국이 급기야 자국민들의 출국 제한 방침까지 내놓은 것이다.

중국 공안부 산하 이민관리국은 5월 초 위챗 계정을 통해 자국민의 불필요한 출국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면서 향후 출입국 관련 증서 발급 역시 엄격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과 물자를 통해 코로나19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데 국경 관리 초점을 맞춰 온 중국 당국이 이번처럼 자국민의 출국 제한 방침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중국 당국이 ‘불필요한 해외 출국’을 제한 대상으로 거론했지만 ‘필요한 출국’과 ‘불필요한 출국’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일반 중국인들의 출국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민국은 이어 자국민의 출국을 허가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중병 치료 및 간호, 구호 물품 운송, 원자재 확보 등 당국이 인정한 사유만 출국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입국과 달리 출국은 중국 내부의 코로나19 방역과도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많은 중국인이 당국의 이번 조처를 이해할 수 없다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무슨 병에 걸린 것이냐, 북한도 이렇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웨이보에는 ‘불필요하게 출국하지 말고, 불필요하게 도시를 떠나지 말고, 불필요하게 집 문밖에 나서지 말고, 불필요하게 숨을 쉬지 말고, 불필요하게 태어나지 말라’는 글이 떠돌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민이 해외의 ‘위드 코로나’를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이민을 가려는 시도까지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그간 자국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경제·사회 발전 환경을 구축해 왔다고 내부적으로 선전해 왔다. 중국 내부에선 이미 오미크론 변이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대응하는 데 대한 의문을 품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봉쇄가 일상화돼 가는 중국에서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려는 중국의 부유층과 중산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민간 기업 불만도 고조
마화텅 텐센트 회장.(사진=한국경제신문)
마화텅 텐센트 회장.(사진=한국경제신문)
중국 사업이 어려운 것은 외국 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 민간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지만 서슬 퍼런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은둔형 경영인’으로 꼽히는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피해를 지적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퍼 나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텐센트는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다. 마 회장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달리 공개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당국의 빅테크 압박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위험한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마 회장은 자신의 위챗 계정에 역사 작가 장밍양이 쓴 ‘후시진 말고는 누구도 경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위챗은 텐센트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로 카카오톡(대화), 인스타그램(사진·동영상 공유), 틱톡(짧은 동영상) 등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다. 마 회장의 개인 위챗 계정은 위챗 친구만 볼 수 있지만 누군가가 그의 이번 글을 캡처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마 회장은 장밍양의 글 중 일부를 그대로 옮기면서 ‘묘사가 아주 생생하다’고 썼다. 해당 부분은 “일부 누리꾼들은 경제를 걱정하면서 ‘기업은 망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망할 수 있다. 그러나 초과근무를 시켜선 안 된다’라고 한다. 그런 그들이 음식 배달 주문이 10분 늦으면 배달 운전사를 가혹하게 질책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 “그들은 중국 경제가 반도체 칩 같은 고급 기술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음식·옷·교통·주거 같은 문제를 논하는 것은 너무 탐욕적이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는 비판도 담겨 있다.

마 회장의 코멘트는 매우 짧지만 그가 이런 글을 옮겨 담은 것 자체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장밍양의 글 제목에 등장하는 후시진은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으로, 한때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논객이다. 후 전 편집장은 최근 바이러스 통제에 드는 경제적 비용이 공중 보건 혜택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마화텅이 마침내 경제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제로 모두가 경제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현재 사회 전체가 집단적인 침묵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마화텅의 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많은 기업들이 생각하는 바를 실제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밍 런민대 교수는 마화텅의 위챗 포스트에 대해 “친구들에게만 공개된 글이라고 해도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가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 빅테크 기업인들은 2020년 하반기 당국이 전방위 규제를 벌이면서 저자세를 유지해 왔다. 마윈 창업자는 금융 당국과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직후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 황정 핀둬둬 창업자 등이 잇달아 현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한편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올해 감세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1400억 위안(약 26조5000억원) 추가한 2조6400억 위안으로 늘렸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섰던 2020년 2조6000억 위안을 웃도는 규모다. 국무원은 이와 별도로 자동차 구매세를 600억 위안 감면하기로 했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