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어떻게’·‘왜’하는지 제시하고 기대 효과를 설명해 줘야 좋은 보고

[경영 전략]
보고를 잘하고 싶으면 4단계 프로세스를 기억하라[김한솔의 경영 전략]
조직에서 일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시간이 언제인지 물으면 많은 구성원들이 ‘보고할 때’라고 말한다.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도 ‘과연 이게 리더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걱정하기 마련이다. 또 문제가 생겨 보고해야 할 때는 ‘어떤 꾸중을 들으려나’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시간은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업무 성과를 강조할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생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하나다. 부담스러운 보고의 시간을 어떻게 해야 자기 홍보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다. ‘먹히는 보고’의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누구나 다 보고는 두렵다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 번 생각해 보자. 구성원들은 왜 보고가 두렵고 가끔은 무섭기까지 할까. 여기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혹시 독자들 중 리더가 있다면 이를 읽고 구성원들의 힘듦을 이해해 주길 부탁드린다).

첫째, 자기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리더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영업할 때를 생각해 보자. 자신보다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해, 시장 상황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지식은 물론 조직 내 ‘직급’까지 높은 리더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까.

둘째, 결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보고하면 그게 어떤 내용이든 ‘합시다, 혹은 아닙니다(go or kill)’라는 결과가 나온다. 모든 상황에서 좋은 답변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거절(kill)당함’을 견디는 게 보고의 과정인 셈이다. 어느 누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초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보고는 힘들다.

마지막 셋째, 보고가 끊임없는 ‘평가 과정’이기 때문이다. 보고자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괜찮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 보고할 때 설득적으로 설명하는지 등 평가 요소는 끝이 없다. 매 순간이 ‘시험’ 보는 과정인 셈인데 이게 즐겁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적으로 보고자인 구성원이 리더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기는 힘들다. 본인의 역량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보고자의 기획 아이디어보다 리더의 판단이 중요한 것도 당연하다. 리더가 잘나서가 아니다.

결국 그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게 리더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조직에서 일하는 한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다만 마지막 한 가지, ‘평가 받는다는 부담’은 노력을 통해 극복해 볼 수도 있다.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리더가 ‘긍정적 판단’을 하게끔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보고받는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기다. 보고받는 사람은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4단계 프로세스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고받는 사람이 보고자를 상대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라는 질문이다. 다른 말로, ‘결론(what)’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보고의 시작은 ‘결론’이어야 한다. 새로운 기획 아이템을 제안하기 위한 보고라면 “이러이러한 새로운 이벤트를 하고 싶습니다”가 먼저 나와야 한다.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중간 점검을 위한 보고라면 “지금 이런 부분은 잘되고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보완이 좀 필요합니다”라는 게 결론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결론을 얘기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지금 잘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싶은 게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본능’을 억제하는 게 ‘두려운’ 보고를 덜 두렵게 하는 시작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구체적 실행 방법을 알려주자이렇게 결론을 듣고 나면 보고 받는 사람의 머릿속엔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그걸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다. 문제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면 ‘왜 그런 문제가 생겼지’라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결론을 밝혀 준 뒤 ‘근거와 이유(why)’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면 그것이 기존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혹은 과거에도 해왔던 방식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본인이 주장하는 바(결론)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해야 보고 받는 사람이 ‘그래서 이게 필요하다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중간 점검 보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잘되고 있었던 부분은 ‘이런 덕분에’ 진행이 수월한데 문제가 있는 부분은 ‘이런 이유’로 이슈가 있다는 것을 밝혀 줘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 주는 게 보고자의 역할이다.

이유를 제시한 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줘야 한다. 구체적 실행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보고받는 리더가 앞으로 진행될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이때 꼭 들어가야 하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실행안을 진행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비용’이 얼마나 필요한지, ‘사람’은 누가 투입될 것인지다.

언제 시작해 언제 마칠 것인지를 밝혀 줘야 리더가 다른 프로젝트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기간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조직에는 ‘비용’도 중요하다. 최소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얼마인지 등을 알려줘야 적절한 대안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다.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사람’에 대한 정보도 줘야 한다. 보고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적합한 인력을 추천해 줄 수도 있고 조직 내 업무 관리 측면에서 다른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비용·인력이라는 3가지 요소만 제대로 설명해 줘도 리더는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구나’라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여기까지 왔으면 마침표를 잘 찍어야 한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까지 들은 리더는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다. “이렇게 하게 되면 뭐가 좋아질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보고자가 긍정적 피드백을 받기 위한 마지막 요소는 ‘기대 효과’를 짚어 주는 것이다. 거창한 변화를 꾸며내 보고하라는 게 아니다.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알리는 게 핵심이다.

이 덕분에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면, 업무 방식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면 등 본인의 제안이 그리고 있는 ‘끝 그림’을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 그랬을 때 ‘아,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보고는 힘들다. 하지만 조직 생활을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준비’만이 답이다. 준비의 핵심은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내용을 들려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결론, ‘왜’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근거, ‘어떻게’하면 되는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리기, 마지막으로 ‘무엇이 좋아지는지’를 설명하는 기대 효과라는 4가지 단계를 기억하자. 이를 통해 ‘두렵지만 기대도 되는 보고’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