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충격 없이 회수 가능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읽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 사진=연합뉴스
출구 전략의 마지막 카드인 ‘양적 긴축’이 최근 추진됨에 따라 증시를 비롯한 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지난 5월 확정된 양적 긴축 로드맵을 보면 1단계에는 475억 달러, 2단계에는 950억 달러로 늘려 추진할 계획이다. 5년 전 추진됐던 양적 긴축과 비교해 규모가 크고 속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자산 5조 달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Fed의 보유 자산은 4조 달러에서 9조 달러로 급증했다. Fed가 보유 자산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5조 달러나 줄여야 한다. 유동성 환수 효과가 기준금리 인상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을 감안해 월가에서는 앞으로 5조 달러의 양적 긴축이 자산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달리 양적 긴축은 시장 금리를 반드시 끌어올린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일률적이지 않다. 2004년과 2015년 이후처럼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 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적 긴축을 추진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나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역관계에 있는 시장 금리는 올라간다.

세계 총부채가 위험 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마이클 루이스가 경고했던 ‘빚의 복수’가 시작된다. 양적 긴축 추진으로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다. 각국 중앙은행이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빚의 무서움을 모르게 하는 ‘부채 경감 환상’의 역풍인 것이다.

양적 긴축 추진으로 유동성이 줄어들면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 시장에도 큰 부담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와 마찬가지로 초금융 완화 정책은 모든 자산 가격을 급등하게 만든다. 지난해 9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처음 논의된 이후 채권·코인·주식 등에 낀 거품이 순차적으로 꺼지고 있는 가운데 집값마저 흔들리고 있다.

양적 긴축 추진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도 있다. 2년 전부터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속 가능성을 늘 의심 받았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은 양적 긴축 추진으로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경고해 왔다. 한국이나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Fed에 이어 다른 중앙은행도 출구 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국의 금융 시장과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통화 정책의 동조화’가 불가피하다. Fed의 양적 긴축 추진에 맞춰 유럽중앙은행(ECB)도 조만간 테이퍼링을 마무리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포트폴리오 지위상 한국이 속한 신흥국에는 ‘긴축 발작’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은 금리 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강하다. Fed를 필두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이 순차적으로 양적 긴축을 추진하면 자금 유입보다 유출되는 상황이 나타난다.
Fed의 마지막 카드 ‘양적 긴축’, 요동치는 글로벌 자산 시장[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읽기]
경제 위기에 달린 미국과 중국의 운명
출구 전략 추진으로 물가 안정과 자산 거품 제거, 지속적 성장 기반 확보 등과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양적 긴축을 추진할 때 경제 주도권이 중앙은행과 중앙은행 총재가 아닌 재정 정책 수장으로 넘어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선진 7개국(G7)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된다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빠르게 식고 있다. 중국 경제는 봉쇄 조치가 집중된 2분기 성장률이 1분기 성장률(4.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란 비관론도 내놓고 있다. 반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한 달이 지날 때마다 한 단계씩 뛰고 있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다.

미국 경제도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1.5%를 기록했다. 지난 3월을 정점으로 다소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8%대다. Fe의 물가 목표치인 2%를 4배 이상 웃돈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면 세계 경제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물가를 잡는 것에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권고했던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은 최근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대폭 낮춘 국제금융협회(IIF) 등도 같은 생각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풀지 못한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커다란 난관에 처할 수 있다. 소득이 떨어지고 물가가 올라 경제 고통이 높아진다면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국민 지지도가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든 탄핵론과 시진핑 축출설이 벌써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문제는 정책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진 지난해 3분기 이후 인민은행이 주도가 돼 각종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주가만 반짝 오르는 데 그쳤다. 오히려 경기적인 면에서는 Fed와의 디커플링 금리 정책으로 외국인의 자금이 대거 이탈해 역자산 효과마저 우려된다.

인플레이션 진단 실패로 출구 전략 시기를 놓쳤던 Fed도 경기·물가·금리 간의 트릴레마 국면에 빠져 있다. 현시점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둔화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를 확률이 높다. 늦었다고 하더라고 출구 전략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율 1%포인트를 잡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6%포인트가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번 높아진 물가를 잡는 것이 매우 어렵고 잡기 위해선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금리 변경을 통한 총수요 관리 대책으로는 양대 통수권자의 현안을 풀지 못한다. 이에 따라 1980년대초 스태크플레이션 국면을 해결했던 공급 중시 경제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증시에선 ‘성장률 수준’보다 ‘저점’이 언제 형성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공급 중시 대책을 추진하면 올해 2분기가 저점이 될 수 있다. 마코프 스위치 국면 전환 모델을 추정해 보더라도 올해 2분기가 저점으로 나온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