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시대 맞은 ‘차박’…‘자유로움’이 가장 큰 매력

[비즈니스 포커스]
바닷가에서 차박을 즐기는 모습 사진=현대차
바닷가에서 차박을 즐기는 모습 사진=현대차
차박 전성시대다. 차박의 매력은 불편 속의 자유다. 숙박이나 식사 여건 등은 불편하다. 하지만 원하는 곳을 여행하며 가족이나 지인 등과 산이나 강, 바다에서 자유롭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동차 1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나 자연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자동차라는 본인의 공간에서 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차박의 대표 온라인 카페인 ‘차박캠핑클럽’의 가입자는 28만5000명이다. 2014년 개설돼 지난해 1월 7년 만에 20만 명이 넘었던 회원 숫자는 1년 만에 42.5% 늘었다.

다만 차박에도 진입 장벽은 있다. 사람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는 차량이 있어야 한다. 세단처럼 차고가 낮거나 실내 공간이 좁은 차량은 사실상 차박이 불가능하다.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차박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차량과 장비 등을 알아봤다.
기아 레이 1인승 밴의 차박 모습 사진=기아
기아 레이 1인승 밴의 차박 모습 사진=기아
가장 저렴한 차박 필수 비용 ‘1300만원’

“바퀴 달린 작은 별장을 가진 느낌이다.” 서울에 살며 주말마다 차박을 즐기는 박소정(30) 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기아의 레이 1인승 밴을 구입해 차박을 하고 있다. ‘홀로 라이프’를 즐기는 만큼 2인승이 아닌 1인승 밴을 택했다.

레이는 박 씨의 첫 차다. 차량을 구매할 당시 구매 조건은 차박이 가능한지 여부와 가격, 부족한 운전 실력에 따른 차량 크기 등이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레저 생활에 최적화된 만큼 실내 공간이 넓지만 부담스러운 가격과 큰 차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선택할수 없었다. 대안이 레이였다.

레이 2인승 밴 프레스티지의 가격은 1300만원이다. 혼자 차박을 즐기는 만큼 많은 짐이 필요하지 않은 박 씨는 차박용 매트와 캠핑용 랜턴 정도만 구입했다. 매트는 10만원, 랜턴은 5만원으로 차박용 차량과 용품 구매에 1320만원을 썼다.

박 씨는 “차박을 할 때 많은 짐을 싣고 다니는 것을 번거로워해 매트·조명·스마트폰 정도만 챙겨 떠난다”며 “음식은 주위 음식점이나 배달로 해결해 취사 용품 등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레이 1인승 밴의 최대 세로 길이(기존 차량의 조수석 위치부터 트렁크까지)는 191cm다. 신장 180cm의 성인 남성도 편하게 누울 수 있다. 최대 가로 길이는 132.2cm다.

레이 1인승 밴을 직접 기획한 구자문 기아 책임 매니저는 “기존 레이 2인승 밴은 1m 정도 길이의 짐만 실을 수 있을 수 있어 차박하기는 어려웠다”며 “1인승 밴은 180cm 성인 남성도 충분히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세로 길이를 확보해 레이가 경차임에도 충분히 차박을 즐길 수 있는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박뿐만 아니라 스키·스노보드·낚싯대 등 길이가 있는 레저 용품도 쉽게 실을 수 있어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 최적화된 차량”이라며 “최근의 자동차 트렌드가 목적지로 향하는 이동 수단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사용자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차량을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차박의 외부 및 내부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차 팰리세이드 차박의 외부 및 내부 모습 사진=현대차
럭셔리한 차박의 완성 ‘팰리세이드’

국산차 중 가장 크고 비싼 SUV는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다. 차박족에게 팰리세이드는 최고의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낮은 트림은 4000만원대 초반, 가장 비싼 라인인 2.2 디젤 AWD VIP 모델은 6028만원이다. 600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차박족들이 팰리세이드를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 때문이다.

차박을 시도하는 이들은 대부분 시트 평탄화 작업부터 시작한다. 시트를 접은 후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차 안에서 생활할 수 있고 편안한 자세로 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트가 완전히 접히지 않는 차량도 많고 차량 내부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도 어렵다. 완벽한 평탄화 작업을 위해서는 사설 업체에 별도의 시공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팰리세이드는 평탄화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 이 차량은 2~3열이 있는 7~8인승 차량(옵션별 상이)이다. 2~3열 시트 모두 평평하게 접히는 것은 물론 전동 폴딩 기능이 지원돼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접혀지는 것이 특징이다.

접힌 공간에 푹신한 매트나 담요 등을 깔아주면 잠자리가 완성된다. 대형 SUV답게 차고도 높아 내부에서 이동이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또 캠핑 중 급하게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거나 전자 제품을 써야 할 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실내 곳곳에 USB 충전 포트가 있고 2개의 12V 파워 아울렛이 기본 장착돼 있다. 또한 일반적인 220V 전기 플러그에 대응하는 인버터도 갖추고 있어 대부분의 전자 제품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많은 장비를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적재 공간과 이를 온전히 잠자리로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활용성, 다양한 유틸리티 기능이 팰리세이드를 차박에 최적화된 차량으로 완성시켰다”며 “팰리세이드 전용 차박 용품도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