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익 1000만원 고소득…산업군 변화의 틈새에서 탄생

[비즈니스 포커스]
네이버제트에는 약 250만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제트)
네이버제트에는 약 250만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제트)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몇 년 전만 해도 개념조차 생소했다. 하지만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됐다. 아이를 유튜버로 키우겠다는 부모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셀 수 없는 콘텐츠가 유튜브에 등장하면서 자신의 채널을 키우고자 하는 유튜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신직업도 생겨났다. 보다 효율적인 채널 운영 방법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유튜브 컨설턴트’다.

이들은 크리에이터 인터뷰를 통해 리포트를 작성하고 각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한 성장 방법과 콘텐츠 기획을 제시한다. 유튜브 컨설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 보이스루 관계자는 “유튜브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성공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선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콘텐츠 시장에 대한 직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데이터 분석 능력과 콘텐츠 기획 능력은 유튜브 컨설턴트가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플랫폼이 뜨는 시대다. 앞으로 또 어떤 직업이 생겨날지 감히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산업은 연일 새로운 직업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1세대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의 아바타.(사진제공=렌지)
1세대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의 아바타.(사진제공=렌지)

아바타가 입을 언더붑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의 세계

전 산업군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의 문을 두드린다. 메타버스가 번성하면서 이를 무대로 창작 활동을 벌이는 ‘크리에이터’가 생겨났다. 이제는 제법 흔해진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신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늘어났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3억 명의 유저를 확보한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는 250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 중이다. 이들이 만들어 낸 아이템만 450만 개다. 제페토 유저의 80% 이상이 10대인 점을 감안하면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는 글로벌 Z세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 직업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렌지는 월수익 1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제페토 1세대 크리에이터다. 아바타용 의류와 액세서리를 제작하며 130만 건 이상의 아이템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제페토의 유저로 메타버스 생태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렌지는 2020년 4월 제페토가 아이템을 창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상상했던 옷을 아바타에 입힐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아이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제페토가 제공한 플랫폼은 옷이나 아이템을 2D로만 만들 수 있었는데 렌지는 2D로는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유튜브로 3D 아바타 의상을 만드는 법을 ‘독학’했고 곧 제페토 생태계에서 연일 베스트 아이템을 출시했다. 최근 렌지는 GS25·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등과 협업해 각 기업의 ‘제페토 마케팅’에 참여하기도 했다.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페토에서 렌지의 영향력은 무섭게 성장했다.

렌지는 잘 팔리는 메타버스 아이템의 핵심을 ‘대리 만족’이라고 말한다. “요즘 연예인들이 많이 입는 ‘언더붑’ 의상은 현실에서는 입기가 쉽지 않지만 제페토에서 자신의 아바타에 입히면서 로망을 대신 실현하는 유저들이 많다”는 것이다. 언더붑 외에도 만화나 게임의 주인공을 따라한 코스튬플레이 의상이나 판타지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큰 날개 등이 제페토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 다 일상생활에서는 착용하기 어려운 의상이다.

최근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가 각광받으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비즈니스’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렌지가 설립한 메타버스 전문 기업 ‘렌지드’는 아바타 렌지를 메타버스와 현실을 연결하는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고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업을 하고 있다.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가 렌지드 지분 8%를 보유하고 있다. 렌지드에 소속된 크리이에터만 46명이고 주로 20대로 구성됐다. 이들은 제페토 내에서 영상 등을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제페토 내 ‘공간’을 구성하는 월드 크리에이터들이다. 렌지는 회사 설립에 대해 “제페토 크리에이터가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에 따라 택시 동승 서비스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서울역 인근 택시 승강장과 합승택시 플랫폼 '반반택시' 어플리케이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에 따라 택시 동승 서비스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서울역 인근 택시 승강장과 합승택시 플랫폼 '반반택시' 어플리케이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 성패 좌우할 신직업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미래 유망 신직업 발굴 및 활성화 방안’에도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에 대한 발굴과 지원책이 담겼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와 함께 언급된 직업으로는 데이터 거래 전문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아트 에이전트, 산업 수학 모더레이터, 스마트 안전관리사가 있다. 모두 정보기술(IT)을 다루는 직업들이다.

모든 산업군에 IT가 접목되는 시대다. 수요와 공급의 예측이 필요한 모빌리티 산업에도 IT가 접목됐는데 최근 제도의 변경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직업군이 있다. 합승을 원하는 택시 승객을 매칭해 주는 ‘알고리즘 담당자’가 대표적이다.

6월 15일부터 ‘택시 운송 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카카오택시·타다 등 플랫폼 택시는 승객 합승을 할 수 있게 됐다. 1982년 합승이 법적으로 금지된 후 생겨난 대대적인 변화다. 단 승객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청해야 하고 소·중형 택시에서는 동성만 합승해야 한다는 ‘조건’은 있다.

라이드 헤일링 스타트업 코나투스는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모빌리티 1호 사업자로 유일하게 서울 시내에서 합승 서비스를 시행해 왔다. 코나투스는 2019년 한국 최초로 같은 방향의 승객이 택시를 함께 타고 요금을 나눠 낼 수 있는 택시 동승 서비스 ‘반반택시’를 출시했다. 합승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승객은 요금 할인을, 운전사는 수입이 많아짐과 동시에 양쪽 모두 편리함을 느껴야 한다. 특히 지난 3년간 합승 서비스를 제공해 온 코나투스는 이를 뼈저리게 절감했다.

성공적인 합승의 관건은 목적지가 일치하는 승객들을 얼마나 잘 매칭하느냐다. 이러한 업무를 맡은 이들이 ‘알고리즘 담당자’다. 코나투스 알고리즘팀에는 총 5명이 근무하고 있고 이들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해 택시 호출·배차·탑승·하차 등의 핵심 기능을 제공한다. 최적의 동승자를 매칭하기 위해 승객의 호출 정보를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 탐색, 시간과 요금 계산 등 각종 연산을 매칭 엔진에서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수많은 승객의 목적지가 실시간으로 접수되기 때문에 알고리즘 담당자는 대용량 트래픽을 처리해 본 경험, 비동기 프로그래밍과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승관 코나투스 알고리즘팀 매니저는 “데이터 가공 프로세스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유실 없이 효율적으로 데이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와 지리 정보를 다루는 능력도 ‘필수’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