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조선해양은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전문 회사로, 조선해양의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계열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4월 진행한 경영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 중 선박 기자재 등 핵심 부품 제조 관련 사업부를 신설해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5년 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선업은 글로벌 시황에 따라 부침이 큰 업종이기에 신기술 투자를 확대해 미래를 대비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퓨처 빌더’라는 미래 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퓨처 빌더는 세계 1위의 ‘십빌더(shipbuilder)’를 넘어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기계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성장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당시 정 사장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자율 운항 선박과 수소 밸류 체인, 지능형 로보틱스 등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사업을 직접 소개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해양 분야의 풍부한 건조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블루오션인 선박 자율 운항 시장을 선점해 이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율 운항 선박은 2020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의 1호 사내 벤처로 출범한 아비커스가 주축이 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포항운하에저 12인승 크루즈의 완전 자율 운항에 성공한 바 있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자율 운항 기술을 활용, 미국 프리포트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입항하는 대형 상선의 태평양 횡단에 성공하는 등 자율 운항 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써 가고 있다.
정 사장은 주요 사업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월 세계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조선·해양·에너지·산업 기계 등 핵심 사업의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당시 정 사장은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통해 그룹 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업무 방식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는 조직 문화 혁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올해 4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노르시핑(Nor-shipping)과 최근 그리스에서 개최된 포시도니아 등 글로벌 조선 박람회에도 직접 방문, 다양한 대외 일정을 소화하며 해외 선주들과의 신뢰를 쌓고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정 사장의 노력은 올해 한국조선해양의 수주 실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현재까지(6월 21일 기준) 총 111척, 135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상반기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연간 목표(174억4000만 달러)의 78%를 달성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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