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지역 1가구 1주택자 ‘최대 수혜’…다주택자는 혜택 받기 어려워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방기선 기재부 차관(가운데)이 올해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정책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기선 기재부 차관(가운데)이 올해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정책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올해 6월 21일 제1차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상생 임대인 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상생 임대인 제도는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적어 시장에서 외면 받아 왔다. 이를 현실에 맞게 개편한 것이 이번 발표다.

임대료 5% 이내 인상하면 ‘상생 임대인’ 선정

상생 임대인은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 인상한 신규 또는 갱신 계약을 체결하는 임대인을 말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전국 아파트는 평균 20.6% 올랐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많이 사는 수도권의 상승률은 25.3%나 된다.

물론 다행스럽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었다면 25%가 아니라 5%만 임대료를 올려 줬으면 됐다. 하지만 2020년 8월 이후 체결된 계약 중에는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도 많다. 이러한 세입자는 꼼짝없이 집값 상승분 만큼인 25% 이상의 전세금을 올려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선 것이다. 임대인에게 소정의 혜택을 부여해 전세금을 시세대로가 아닌 5%만 증액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혜택의 수준이다. 일각에선 혜택이 제한적이어서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반면 일부 언론에선 혜택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 조치로 상생 임대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조정대상지역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8·2 조치에 따라 조정지역에 신규 취득한 주택은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고 양도가가 12억원이 넘으면 양도세 감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1가구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일반 과세 대상이 된다.

둘째는 양도가가 1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 특별 공제 적용을 위한 2년 거주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받기 위해선 2019년 이전에는 3년 이상 보유만 하면 됐다.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세법 개정으로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10년을 보유해도 20%밖에 감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조치에 따라 상생 임대인이 되면 2년 거주 요건이 면제돼 장기 보유 특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여러 사정에 의해 실거주 요건을 채울 수 없는 1가구 1주택자다. 다시 말해 본인 사정으로 다른 곳에서 임대로 살지만 집을 다른 지역에 사 둔 1가구 1주택자, 거주와 투자를 분리한 1주택자가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에 거주하며 2017년 8월 3일 이후 수도권에 집을 산 사람이 대표적이다. 혹은 수도권 거주자라도 자녀 교육이나 출퇴근 편의성 등의 문제로 본인 집에서 실거주하지 않는 이들도 해당한다. 자금이 부족해 서울에선 전세를 살고 그 대신 경기도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 둔 이들도 해당한다.

이때 보유 주택의 소재지가 규제지역이나 조정대상지역이면 효과가 더 크다. 양도세·비과세 2년 거주 요건과 장기 보유 특별 공제 2년 거주 요건을 모두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규제지역은 혜택이 크지 않다. 비규제지역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2년 실거주 요건 자체가 없다. 다만 장기 보유 특별 공제에 대한 혜택은 받을 수 있지만 비규제지역에서 12억원이 넘는 주택은 흔하지 않아 실질적 수혜자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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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채’만 혜택 받는 다주택자

다주택자도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정부에 따르면 다주택자도 이번 조치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보유한 모든 주택이 혜택 대상은 아니다. 주택을 처분하고 마지막 한 채만 남았을 때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다주택자 중 혜택을 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어떤 다주택자가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 A와 임대를 주는 주택 B와 C를 보유하고 있는데, B는 양도 차익이 크고 C는 작다고 가정해 보자.

문제는 다주택자가 주택 B에 대해 상생 임대인의 혜택을 누리려면 주택 A와 주택 C를 먼저 팔아야 한다. 그동안 계속 살면서 거주 요건을 채웠을 주택 A의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다주택자가 상생 임대인 제도에 동참해 이익을 보려면 주택 B의 양도세 감면 혜택이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 A의 양도세 감면 혜택과 주택 B의 전세금 인상 이익보다 커야 하지만 이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본인이 거주하는 집이 시세 차익이 가장 클 가능성이 높다. 그 집에서 오래 살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1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최대로 받기 위해선 2년 거주 요건만 채워서는 부족하고 최장 10년간 거주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다주택자가 상생 임대인 혜택을 받으려면 모든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문재인 정권 당시 집을 팔지 않았던 이들이 보유 주택 중 겨우 한 채에 대한 실거주 요건 면제를 위해 모든 주택을 정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 정부 들어 등장한 첫째 조치의 의의는 ‘바람’이던 부동산 정책이 ‘햇빛’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이번 조치는 선언적 의미 이상은 아니다. 당장 8월부터 상당액의 임대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들은 임대인이 우연히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1주택자이기를 바라야 한다.

임대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다주택자를 끌어들일 당근이 없다면 상생 임대인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이번 조치의 한계로 올가을 이후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속 조치가 나오기 전 전세 만기가 도래해 막대한 금액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