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부동산 규제· 빅테크 압박 ‘3대 악재’ 완화로 상승세 이어질 가능성 높아져

[글로벌 현장]
6월 17일 중국 베이징의 거리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월 17일 중국 베이징의 거리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주요국의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증시가 ‘나 홀로 강세’를 이어 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제로 코로나, 부동산 규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압박 등 3대 악재가 완화하면서 중국 주식의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 목표 맞추려면 하반기 7% 성장 필요

중국 본토 증시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는 4월 말 저점 이후 6월 말까지 두 달 동안 20% 정도 올랐다.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8%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스 MSCI 중국 상장지수펀드(ETF)에는 6월 29일 하루 동안 3억3300만 달러(약 4300억원)가 유입됐다. 2011년 이 ETF가 설립된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런 추세는 중국 주식에 ‘투자 부적격’이라는 평가가 잇따르던 지난 3월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중국 당국이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상하이 봉쇄와 같은 무자비한 통제를 되풀이하지 않고 부동산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며 자국 빅테크 규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의 강세를 예상했다.

맥쿼리그룹은 중국이 올해 목표인 5.5%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7% 이상 성장해야 하고 이는 상하이 사례와 같은 주요 경제권의 전면 봉쇄를 되풀이해선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보건 당국은 국내 통제 범위를 축소하고 해외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줄이는 등 점진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완화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6월 말 지역 간 통행 애플리케이션 ‘싱청카’에서 위험 지역을 표시하는 별표 표지를 삭제했다. 싱청카에서 지역 옆에 표시되는 별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거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성·시 거주자에게 표시되는 것으로 별표가 표시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신부가 싱청카에서 일괄적으로 별표를 삭제함으로써 원칙적으로 중국 내 지역 간 이동 제한 조치를 해제한 셈이다. 앞서 일부 지역에서는 상하이나 베이징 등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역에서 온 사람은 싱청카에 별표가 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진입을 거부하거나 1주일 집중 격리 등 방역 규정을 적용했다.

중국 방역 당국은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기존 ‘14+7(14일 집중 격리, 7일 자가 의료 관찰)’에서 ‘7+3’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중국은 부동산 개발 업체들에 대한 대출 제한 완화, 주택 담보 대출 금리 인하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인프라 투자도 동원하고 있지만 감세와 지방 정부의 토지 사용권 매각 수익 감소로 재정에 한계가 오고 있다. 신규 주택 판매가 늘어나면 토지 사용권 수입도 증가해 정부 재정에도 여유가 생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중국 경제를 살리는 핵심 축으로 지목된다.

시장 조사 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 업체의 6월 신규 주택 판매 금액은 7330억 위안(약 14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3% 줄었지만 전월보다 61.2% 증가한 것이다.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월별 신규 주택 판매 금액 감소율은 지난 1월 39.6%, 2월 47.2%, 3월 58.0%, 4월 58.6%, 5월 59.4%로 계속 악화했다. 지방 정부의 부동산 매수 규제 완화, 주택 담보 대출 이자율 인하, 부동산 소유 관련 규정 완화 등의 정책을 동원한 끝에 6월 들어 감소세가 다소 둔화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집값이 과도하게 올라 빈부 격차가 커지는 데다 출생률 저하로까지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력한 규제에 착수했다. 차입에 의존하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부채 문제가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도 규제 강화의 이유였다. 당국은 은행들에 부동산 관련 대출 총액 제한을 부과했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에는 부채 상황에 따라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3대 레드라인’을 적용했다.

그 결과 작년 하반기 2위 업체인 헝다 등 10여 개 부동산 기업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졌고 시장은 급격히 침체됐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은 7%, 부동산 개발업은 6.8%를 차지했다. 부동산 관리, 인테리어, 철강·시멘트를 비롯한 건설 자재 등 연관 산업까지 포함한 부동산 경제가 전체의 25% 이상을 책임진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중 하나인 완커의 위량 회장은 최근 “주택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바닥을 쳤지만 회복이 느리고 조심스러운 과정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100대 부동산 개발 기업의 매출이 올해 상반기 50.3% 급감했고 중국 건설 업체들의 달러 채권 디폴트 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반독점법 개정, 빅테크 규제 완화 신호

빅테크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수위를 낮춰야 할 상황이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 5월 18.4%로 2018년 별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반독점법 개정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빅테크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이지만 시장에선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6월 24일 반독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은 8월 1일부터다. 중국은 2007년 반농단법(반독점법)을 제정했다. 최근까지 이 법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주로 적용했다.

중국은 자국 민간 기업이 성장하면서 경제 환경이 바뀌고 기존 법에 미비한 부분들을 보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2015년부터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7년 만에 개정된 것이다.

2018년 법 개정을 공식 발표했고 2020년 1월 초안을 내놓았다. 2020년 하반기부터 빅테크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착수했다. 당시만 해도 당국이 자국 빅테크들을 모조리 공중 분해시킬 것 같은 기세였지만 법 개정 시점은 작년 말, 올해 3월 전인대 등으로 계속 연기됐다.

개정안에서 빅테크 또는 플랫폼 기업들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만한 부분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데이터·알고리즘·기술·자본·플랫폼 규칙 등을 이용해 반독점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으로 보인다.

또 플랫폼 기업이 얼마나 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이 정보를 기반으로 업을 확대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도 시장 지배적 지위를 판단할 때 반영하기로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벌금 부문에선 예전에는 미신고 인수·합병(M&A)에 벌금을 50만 위안까지 부과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전년 매출의 10% 이하까지 매길 수 있도록 확대했다. 중국공산당이 자주 지적하는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겠다는 조치로 분석된다. 법 위반 행위의 내용과 영향이 특별히 심각하면 산정한 벌금의 2배에서 5배까지 징벌적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중국 2위 전자 상거래 업체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협력 관계를 3년 연장한다고 공식 발표한 점도 빅테크 규제 완화의 신호로 보인다. 텐센트는 징둥에 2억2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하고 징둥이 텐센트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던 징둥의 지분 15%를 특별 배당으로 지급하면서 지분율을 17%에서 2%로 낮췄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징둥의 지분을 사고 협력 관계를 연장한다고 밝힌 것이다.

징둥은 전자 상거래 부문에서 1위 알리바바와 경쟁 관계다. 더 확대하면 중국 민간 경제의 양대 라이벌인 텐센트 대 알리바바의 대결 구도에서 징둥은 텐센트 진영에 속한다. 중국 당국은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진영 대결을 벌이는 것을 대표적인 경쟁 제한 행위로 지목해 왔다. 이번에 징둥과 텐센트가 협력 관계 연장을 공식 발표한 것은 당국의 빅테크 규제 완화 기조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