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이어지는 '경기 침체론 vs 경기 둔화론'…둔화가 맞다면 코스피 저점은 2200 수준

[머니 인사이트]

“망했어.” 우리는 대화 중에 이런 말을 쉽게 사용한다. 두 중학생 친구의 사례를 가정해 보자.

#. 대한민국 굴지의 ㄱ전자를 다니는 아버지를 둔 중학생 A. 원래 A 아버지의 연봉은 1억원이었는데 2021년 경기 호황으로 아빠는 역대급 보너스를 받았다. 아빠의 수입은 2억원이 됐다. 그 덕분에 A의 집은 외식도 여행도 많이 다녔다. A는 영어학원과 함께 수학학원도 다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급변했다. 아버지의 보너스가 급감했고 보너스를 포함해 수입이 1억3000만원으로 작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아빠, 회사가 매우 힘들다. 당분간 외식도 여행도 없다. 그리고 A는 이제 수학학원은 그만 다녀야겠다. 아빠 돈 없다”고 말했다. A는 친구들에게 “우리 집 망했어”라고 이야기한다.

#. ㄴ전자에 다니는 아버지를 둔 B라는 친구가 있다. B는 대기업을 다니는 아버지 덕분에 그동안 남부럽지 않게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B의 아버지 회사 사업부가 정리됐다. 그 결과 B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B는 어느 날 인사도 없이 전학을 가게 됐다.
[머니 인사이트] 진짜 ‘경기 침체’일까…다시 보는 경기 지표
미국 경제 침체 지표 다시 보기 친구 A는 “우리 집 망했다”라고 쉽게 얘기했지만 실제 망한 것이 아니다. 경제에 비유하면 ‘경기 둔화’ 국면이다. 하지만 친구 B는 아버지가 실직하고 B는 전학까지 가야 했다. 경기에 비유하면 ‘경기 침체’ 상황에 가깝다.

우리는 쉽게 “우리 집 망했어”라고 얘기하지만 망한 경우는 드물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는 쉽게 ‘경기 침체’를 언급하지만 실제 경기 침체 상황 또한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경기 침체는 실질 성장률이 연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다. 반면 경기 둔화는 경기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경제 활동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국면이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기 침체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근 언론에 경기 침체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작은 지난 4월 초 미국의 장기 채권 금리(미국채 10년)와 단기 채권 금리(미국채 2년)가 역전된 때로 돌아간다. 채권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원금에 대한 위험을 오래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위험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장기 채권 금리는 단기 채권 금리보다 높다.

그런데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을 때가 생기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한 후 수개월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니 4월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되고 난 후 경기 침체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분기 기준으로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도 경기 침체가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해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마이너스 1.5%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런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역 연방은행 중 하나인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최근 조사한 올 2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은 최근 마이너스 2.3%로 크게 하향 조정됐다. 만일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미국 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미국 경제는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현재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 차 역전과 2분기 미국의 역성장 가능성에도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은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 역전되면 경기 침체 발생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와 같이 이틀 역전된 후 다시 정상화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1분기 미 GDP가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성장률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경기가 경기 침체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1분기 미 GDP 역성장은 엔데믹(주기적 유행)에 따른 소비 급증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1월 초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고 나서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집단 면역에 근접했다. 방역 규제가 대대적으로 완화되며 우리는 엔데믹을 경험한다. 1분기 미국 경제는 엔데믹에 따른 보상적 소비 급증을 경험했다. 그런데 미국은 소비 중심의 경제 구조여서 소비가 급증하면 이와 함께 수입도 급증하게 된다. 그 결과 1분기 미국은 역대급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미국 GDP 역성장은 소비 급증에 따른 대규모 무역 적자의 영향으로 일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과는 다르다. 다만 2분기 미국 경제에 역성장 우려가 부각되는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상품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의 영향 때문이다. 만일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마이너스 역성장을 기록한다면 그때는 경기 침체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2분기만 보고 경기 침체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머니 인사이트] 진짜 ‘경기 침체’일까…다시 보는 경기 지표
경기 침체 우려 국면, 주식 시장은결론적으로 현재 미국 경제는 침체가 곧 도래한다기보다 경기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경기 침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10년 이상 기간에 걸쳐 한 번씩 발생했다. 물론 중간 기간 동안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2012년 이후 네 차례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된 국면에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 저점을 분석해 봤다. 밸류에이션 저점은 코스피 시장의 확정 주가순자산배율(trailing PBR)로 판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중간 코스피 PBR이 최저점을 기록한 때는 2018년부터 2019년 미·중 무역 분쟁 당시였다.

당시 코스피 순자산 비율인 PBR은 0.86배까지 하락했다. 한편 경기 침체 상황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경기 침체 국면에 코스피 밸류에이션 저점도 분석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코스피 PBR 저점은 0.85배를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3월 한 달 동안 코스피 PBR은 평균 0.77배를 기록했다.

이를 현재 주식 시장에 적용해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는 현시점의 코스피 저점을 추정했다.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면 코스피 PBR 저점은 0.9배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현재 코스피 BPS(주당순자산 가치, 지수 2540)에 적용한 코스피지수는 2200 수준이다. 한편 경기 침체가 발생했던 2008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PBR 저점을 현재 코스피 BPS에도 적용했다.

2008년 10월 금융 위기 당시 코스피 PBR 최저점인 0.85배까지 하락했는데 이를 현재 코스피 BPS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2145.9로 추정된다. 또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3월 코스피 PBR이 평균 0.77배까지 하락했는데 이를 현재 지수로 환산하면 1944.0이 된다.

정리하면 현재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우려’에서 끝난다면 코스피 저점은 2200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코스피 PBR은 0.77배까지 하락할 수 있고 그러면 코스피 2000선도 붕괴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돈바스 지역의 전선이 교착 상태다. 하지만 돈바스 지역의 전선 또한 8월쯤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까지 확보하고 나면 소위 특별 군사 활동을 중단하며 휴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우려 또한 8월쯤 피크아웃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물가에 민감한 미국 휘발유 가격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상승했다. 7월에는 전월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즉, 7월 소비자 물가 지표가 확인되는 8월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피크아웃될 가능성이 높다.

8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고 인플레이션 또한 정점을 지난다면 주식 시장은 경기 침체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경기 침체 우려 상황이 아니라면 주식 시장은 확정 순자산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 결국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면 코스피 시장은 PBR 1배 수준인 2500선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