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인간적 고민’ 솔직히 담아 내기도…태평양 최대 수혜

[스페셜 리포트-우영우 신드롬]
로펌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외관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로펌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외관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자신을 속였던 것 같다. 이기고 싶어서. 부끄럽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5화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했던 말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의 신기술을 둘러싼 기업들 간의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을 맡은 우영우는 그가 변호한 기업의 승소를 이끌어 낸다. 우영우의 활약에 힘입어 상대 회사는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는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우영우는 자신이 담당했던 회사가 계약을 독점하기 위해 거짓 행동을 한 것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우영우는 자신이 맡은 기업의 이익을 지켜내야 하는 변호사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를 모른 척한다. 그리고 결국 재판에서 이겼다.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우영우는 이런 스스로를 질책하며 드라마는 끝이 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보여주는 이런 정직함 그리고 변호사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은 대중을 넘어 실제 관련업에 종사하는 변호사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영우’의 인기가 로펌의 대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업계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영우’를 직접 시청한 변호사들 또한 이 드라마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민우기 법무법인 청해 변호사는 “‘우영우’가 실제 변호사들이 재판 과정에서 느낄 법한 감정과 고민들을 사실적으로 풀어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변호사들은 변호라는 업무의 특성상 늘 ‘선’의 편에 서기만은 힘들다.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한 기업이나 개인의 사건을 맡아 이들을 변호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때 인간으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 때때로 생긴다. 민 변호사는 “변호사 스스로가 가진 도덕적 잣대에 어긋나는 사건이 들어와도 직업 특성상 사건을 맡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좋지 않은 편에 서서 승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호사들의 내적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준 드라마는 ‘우영우’가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변호사의 내적 갈등 사실감 있게 보여줘실제 로펌 내부에서 오가는 대화들을 사실적으로 구성한 것도 기존 드라마와 ‘우영우’의 차별화된 부분이자 현직 변호사들이 이 드라마를 칭찬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주한 법우법인 오현 파트너 변호사는 “드라마에서 등장한 장면 중 우영우가 속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이번 사건의 목표를 집행 유예로 합시다’라고 설정한 부분이 특히 현실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보통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파트너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들을 불러 집행 유예가 아닌 ‘무죄’를 이끌어 낼 것을 요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써도 괜찮다는 조언과 함께 말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승소보다는 구속을 면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영우’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 파트너 변호사의 설명이다.

‘우영우’가 보여준 업계 모습들을 통해 대형 로펌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도 개선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방영된 수많은 드라마들이 권력의 편에 선 대형 로펌의 모습을 주로 비춰 왔다.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대형 로펌의 모습을 그리며 알게 모르게 대중에게 대형 로펌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우영우’는 드라마 속에서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한바다 소속으로 나온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인 우영우가 정직하지 않은 기업 편에 설 수밖에 없었지만 이기고 나서도 후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인상 깊었다”며 “이를 통해 대형 로펌 그리고 여기에 소속된 변호사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한층 나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드라마로 가장 큰 수혜를 본 로펌은 한국 최대 규모의 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 태평양(이하 태평양)이 꼽힌다. 드라마 속에서 우영우가 속한 로펌인 한바다는 업계 1위인 태산의 아성에 도전하는 2위 로펌으로 설정했다. 실제 태평양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또 태평양은 이번 드라마의 법률 자문을 맡기도 했다. 한바다 회의실에 있는 혹등고래 사진 역시 실제로 태평양 회의실에 걸려 있는 작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제작한 작품이다. 태평양에 걸려 있는 고래 사진은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사진작가 브라이언 오스틴이 직접 잠수해 촬영한 실물 크기의 고래 사진이다.

‘우영우’의 로펌 한바다에 태평양이 투영되면서 태평양은 간접적인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 관계자는 “드라마 방영 이후 언론의 취재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기업의 문의 전화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더 나아가 태평양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한국의 2위 로펌으로 소개되면서 업계에서의 지위 또한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한국 로펌업계의 순위는 매출 기준(업계 추산)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부동의 1위다. 드라마 속에서 태산이 김앤장인 셈이다.

2위 자리는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이 늘 엎치락뒤치락하며 늘 순위 다툼을 벌여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드라마 속 업계 2위인 한바다가 태평양을 모티브로 했다는 소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대중들에게 자연히 광장보다 태평양이 더 규모가 큰 로펌이라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로펌에 대한 관심도도 커졌다. 가장 큰 얘깃거리는 단연 우영우가 받는 월급 액수다. 로펌의 초임 변호사 연봉이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다.
우영우의 실제 월급은 얼마?그렇다면 실제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로펌별로 이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업계 ‘빅3’로 불리는 김앤장·태평양·광장 변호사의 첫해 연봉은 약 1억50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으로 따지면 우영우는 한 달에 1300만원 정도를 수령한다.

그 뒤를 법무법인 세종과 율촌·화우 등이 잇고 있는데 이 로펌들의 신입 변호사 연봉은 약 1억3000만원대다. 대형 로펌이 아닌 중소형 로펌은 이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는다. 로펌마다 천차만별인데 첫해 연봉이 5000만원 정도로 대기업과 비슷한 곳도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우영우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만약 현실에서였다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우영우가 대형 로펌은커녕 변호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인 로스쿨에 합격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국의 현직 변호사들 중 자폐를 앓고 있는 변호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로펌 업계 관계자는 “로스쿨 시험은 장문의 답안을 써내야 하는 질문들이 많은데 과연 자폐를 앓고 있는 이가 논리적으로 이를 써내려 갈 수 있는지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설령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대형 로펌의 면접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들은 의뢰인과의 공감 능력이 중요한데 자폐는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에는 있다. 2019년 헤일리 모스라는 자폐증 환자가 변호사가 됐다. 헤일리 모스의 스토리는 ‘우영우’의 방영과 함께 한국에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