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화 화면 캡처.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화 화면 캡처.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때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을 휩쓴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책은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시기에 정의를 둘러싼 위대한 철학자들의 대화를 불러와 자신만의 정의를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오늘날 또 다시 정의란 무엇인가가 다시금 화두다.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작중 인물인 권민우 역(주종혁)이 가져온 주제다. 작중에서 권민우는 영우의 동료이자 법무법인 한바다의 1년짜리 계약직 신입 변호사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를 사회적 약자로 바라보기보다 경쟁 상대로 바라본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가 받는 혜택이 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느끼는 불공정과 불평등이다.

#. (권민우) “우영우 변호사 페널티 받습니까. 꽤 오랜 기간 무단 결근했고 지금도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신입 변호사로 보기 불편합니다.”

그는 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가 누군가를 변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사표를 제출하고 상사가 이를 수리하지 않자 ‘불평등’을 제기한다.

#. “우영우가 강자예요. 이 게임은 공정하지가 않아요. 자폐인이니까.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또한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자폐 스펙트럼으로 서류에서 떨어진 영우가 대표의 빽으로 붙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취업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다. 그가 생각하기에 ‘불공정’한 일인 것이다.

한국 헌법 제11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금성출판사가 펴낸 교과서에 따르면 ‘평등’은 기회의 균등 및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하는 형식적 평등과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좁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실질적 평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평등사상은 기회의 평등에서 출발했다. ‘기회의 평등’은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이것을 ‘형식적 평등’이라고 한다. 즉, 형식적 평등은 개인에게 주어진 선천적·후천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절대적 평등이라고도 한다. 이는 기본적 인권이나 선거권 등에 적용된다.

하지만 기회와 경쟁의 전제가 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 조건이 열악한 사람들에게 기회의 평등은 진정한 평등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현대 복지 국가에서는 ‘실질적 평등’을 강조한다. 이는 개인에게 선천적·후천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차이와 능력에 따른 상대적이고 비례적인 평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실질적 평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의미로, 배분적 정의를 의미한다. 한국의 헌법에서 의미하는 평등은 절대적이고 형식적인 평등이 아니라 각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여건의 차이에 따라 적절하게 대우하는 상대적이고 실질적인 평등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정책이나 누진세 제도, 가중 처벌 제도 등의 선천적 조건과 후천적 차이를 고려한 차별은 평등에 원칙에 부합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권민우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다. 법이 정한 상대적 평등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도 강자로 보는 권민우가 공정한가, 공정하지 못한가에 대한 논박이다. 이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제로섬 게임이 된 ‘젠더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즉 양성의 공정 논란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다시금 정의를 둘러싼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정의’란 무엇일까.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