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장기 저성장 위험에 놓인 일본
노화 방지 기술 개발로 탈출구 모색

[경제 돋보기]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는 한 나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현역 세대의 고령층 부양 부담을 가중시켜 재정 불안과 함께 사회 보장 제도를 붕괴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과 같이 전후에 높은 출산율을 보이다가 인구가 급증한 후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파동이 극심한 국가는 그 충격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더욱 커질 수 있는 문제도 안고 있다.

사실 한국과 비슷한 저출산·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장기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해마다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 일상화될 위험도 있다. 특히 일본은 3년 후인 2025년에는 베이비붐 세대 800만 명 정도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됨으로써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 되고 65세 이상 인구도 3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1억 총활약 사회’ 구축 정책을 통해 여성과 함께 고령자의 취업 확대에 주력해 왔지만 65~74세의 전기 고령자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의 건강 격차를 고려하면 이러한 고령자 취업 촉진책도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 왔지만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의 차이가 2019년 기준으로 남성은 8.73년, 여성은 12.07년이나 되기 때문이다.

8~12년 정도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고령자의 확대는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 보장 부담, 인력 부족 문제를 악화시키게 된다. 고령이 될수록 질병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응해 암·치매 등의 예방과 치료법의 개발에 일본도 주력해 왔다. 사람의 면역 세포를 조정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혁신적인 암 면역 치료법이 혼조 타스쿠 교토대 특별교수에 의해 개발돼 2018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이 수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각종 질병에 개별적으로 대처하는 차원을 넘어 암·치매·심장 질환 등 고령화와 함께 리스크가 확대되는 각종 질병에 포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노화 방지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암 등 고령층 질환의 공통점은 노화 현상이고 이를 방지하면 고령자의 질병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가 주관하는 ‘2040년까지에 주요한 질환을 예방, 극복하고 100세까지 건강 불안 없이 인생을 즐기기 위한 지속 가능한 의료와 돌봄 시스템 실현’ 프로젝트에 주력해 각종 노화 방지 기술을 개발할 전략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노화는 일종의 질병’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노화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염증성 세포의 제거 기술의 개발과 함께 노화 평가·예측 기술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노화 과정에서 유발되는 인간 세포의 만성 염증이 암 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노화된 염증 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글루타미나아제1(GLS1)을 저해하는 약제도 개발돼 마우스 등을 활용한 실험에서 각종 장기의 활성화, 근육량 증가 등의 회춘 효과가 나타나 인간에 대한 임상 시험도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로 2040년에는 암·동맥경화·당뇨병·폐 섬유화 등의 각종 질병에 대해 증상이 나오기 전에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 스마트 워치 등으로 간편하게 노화 정도를 측정하고 노화 세포 제거 알약 등을 복용해 해결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최대 120세 정도로 예상되는 인간 수명의 한계점을 연장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보통 사람이 사망할 때까지 건강한 모습을 유지해 평생 노동이 가능한 사회가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도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의 격차가 10년 정도 되고 차세대 의료 기술을 포함한 노화 방지, 평생 현역 사회 구축을 위한 노력이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일본이 ‘노화 방지 기술’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