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시작한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의 첫 단계로 환경·사회 측면을 감안한 여신·투자 대상의 위험을 분류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사업 유형별 환경·사회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체계도 수립했다. 환경·사회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의 영역을 선정하고 관리 방안도 수립했다. 이후의 과제는 ESG 요소의 비즈니스 내재화였다. 비즈니스 내재화 과정에서 ESG 모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둘째 단계로 ESG 평가 결과를 여신·투자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내부 평가 모형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신한은 2020년 탄소 중립 금융 전략인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발표하고 이듬해 그룹 ESG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금융 배출량 측정과 ESG 내부 모형 개발을 구체화했다. 모형 개발 전 그룹사의 여신·투자·심사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평가 모델 도입 필요성에 대한 설문 조사도 진행했다. 실제로 모형을 활용하게 될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였다. 응답자의 75%가 ESG 내부 모형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장과의 소통 속에 ESG 평가 모형은 지주회사 리스크관리팀이 주관하고 지주회사 ESG기획팀, 신한은행 리스크공학부 등 지주회사 및 그룹사 간 협업을 통해 개발했다.
신한 ESG 모형은 기업의 전반적인 ESG 수준을 A+~A-(우수), B+~B-(보통), C(미흡) 등 총 7개로 나눠 평가한다. 평가 대상은 외부 감사를 받은 기업들이다. 하부 모형인 E, S, G 항목별 평가 결과를 토대로 ESG 등급을 산출한다. E는 환경 비용 투자 수준, 환경 인증 건수 등이 평가 항목이 된다. S는 인적 자원 관리, 안전 관리 등으로 세부 항목이 구성됐다.
평가 등급을 산정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신용 평가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모형을 개발할 때 어떤 지표를 ‘타깃’으로 삼을 것인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였다. 신용 평가 모형은 거래 상대방의 부도율을 기반으로 신용 상태를 평가하고 등급화를 진행한다. 하지만 ESG 평가 모형은 어떠한 지표를 타깃으로 설정해야 하는지부터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비재무 정보 공개 수준이 제한적이고 정형화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난제로 떠올랐다.
지속 가능성 기반으로 한 평가 모델
이에 리스크관리팀은 다수가 동일한 해석이 가능하며 운영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성을 중심으로 정량화된 자동 평가 모형을 개발했다. 신한금융지주 리스크관리팀 모형개발 담당자는 “국내외 다양한 ESG 모형을 벤치마킹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내부 타깃을 만들었다. 차별점을 꼽는다면 상장사뿐만 아니라 외부 감사 업체까지 등급을 산출한다는 것”이라며 “자동 평가를 통해 매달 평가 결과를 산출해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 리스크관리팀은 단기적으로는 ESG 평가 모형을 금리 인센티브, 투자 대상 선정 등 포지티브 방식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ESG 등급을 활용한 자체 운용 상품이나 투자 대상 선정(네거티브 방식 활용), 한도 설정 시 ESG 등급 활용, 환경·사회 리스크 평가 및 심사 전결권 등 기존 심사 프로세스에 내재화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신한은행은 ESG 평가 등급을 ‘신한 ESG 우수 상생지원대출’ 상품의 대상 선정 기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터뷰] “리스크 관리는 사후 관리 아닌 사전 예방이 핵심”
방동권 신한금융그룹 부사장(그룹 CRO)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팀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인식·측정·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과거에는 거래 상대방의 부실로 인한 신용 리스크, 금리·주가 등 시장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시장 리스크 등 재무적인 리스크 관리가 주요 업무였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후 변화 등의 비재무 리스크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재무적 요인으로 인한 리스크가 관리하기 어려운 점은 파급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더더욱 측정 모델과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재무 상태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인에 의한 리스크도 리스크 관리 체계 내에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
“모형 론칭 초기여서 아직 기업 피드백을 받기는 이른 상황이다. 기업들의 ESG 등급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형은 아직까지는 신한만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왜 평가하는가’에 대한 설득력과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중요하다. 신한 ESG 평가 모형의 목적은 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있다. 그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적극 동참해 줘야 한다.”
- 글로벌 단위에서는 이미 투자에 ESG 등급을 활용한 사례가 많지 않나.
“글로벌 은행은 ESG 등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ESG를 반영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리스크 관리에 활용한다. 글로벌 투자 은행 ING는 ESG 등급을 기준으로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대출 상품을 운영 중이다. SMBC는 거래 상대의 일자리 창출도를 감안해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운영한다. 신한 역시 ESG 모형을 활용해 ESG 등급에 따라 금리를 일정 수준 할인받을 수 있는 기업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고 동향을 따라가기 위한 노력도 이어 가고 있다.”
- 금융회사의 리스크 대응, 어떤 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
“리스크 대응 앞에는 항상 ‘선제적’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리스크가 발생하고 난 이후 대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는 지속적으로 상태를 관찰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인식해야 측정할 수 있고 측정해야 관리할 수 있다. 모든 영역에서 물이 엎질러지지 않도록 가능성을 보고 끊임없이 보강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유관 부서 간의 협력도 중요하다. 신한 ESG 평가 모델 개발은 단순히 한 팀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여러 부서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ESG에 대한 깊은 공감과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향후 ESG 모형이 더욱 정교해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모형을 활용하는 부서와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활용도를 제고하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393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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