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마켓·나이스웨더·노닷프라이즈, 이색 상품과 공간으로 MZ 감성 자극

[비즈니스 포커스]
테라스와 함께 조성된 보마켓 경리단점 외관.
테라스와 함께 조성된 보마켓 경리단점 외관.
이태원 경리단길 메인 거리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주공아파트. 인적이 드문 아파트 입구에 다다르자 파리의 노천 카페 느낌을 풍기는 테라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섭씨 영상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테라스의 정취를 즐기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점포 안도 이색적이었다. 처음 보는 식재료부터 아기자기한 그로서리까지 다채로운 상품들이 곳곳에 진열돼 있었다. 한쪽에 마련된 주방에서는 바리스타와 셰프들이 바쁘게 주문한 커피와 음식을 만들고 있었고 내부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도 보였다.

휴일인 8월 7일 찾은 보마켓 경리단길점의 모습은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고급 그로서리 마켓 ‘폭스트로트’와 흡사한 느낌이었다. 일반 편의점보다는 가격이 비싼 고급 식재료들을 갖추고 현장에서 구매한 제품들을 직접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도 비슷했다.

대기업들이 지배해 왔던 한국 편의점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과거 편의점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보마켓을 비롯해 나이스웨더·노닷프라이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 편의점들에는 일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들로 매대가 가득 채워졌다.

점포 곳곳을 포토존으로 꾸민 것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전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일반 편의점과 다르게 이들의 타깃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이기 때문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이들은 소비의 신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해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나고 있다. 신개념 편의점으로 각광받으며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취향 저격하는 상품으로 차별화이 가운데서도 보마켓은 신개념 편의점의 원조 격으로 꼽힌다. 2014년 서울 한남동의 한 동짜리 아파트 남산맨션 1층에 처음 문을 연 것이 그 시작이었다.

보마켓을 만든 유보라 대표는 자동차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 출신이다. ‘집 바깥으로 차를 몰고 나가지 않아도 생필품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자신이 살던 남산맨션 1층 상가에 보마켓 1호점을 냈다.
보마켓 경리단점 내부에는 일반 편의점에서 보기 어려운 식재료들을 보기 좋게 배치했다.
보마켓 경리단점 내부에는 일반 편의점에서 보기 어려운 식재료들을 보기 좋게 배치했다.
그리고 가게를 유 대표가 직접 선택한 독특한 식재료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웠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보마켓 1호점이 들어선 남산맨션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자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주민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찾았다. 생필품도 생필품이지만 이곳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샌드위치, 커피, 직접 만든 수제 맥주 등도 판매해 손님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보마켓 1호점의 성공을 본 유 대표는 각 지역별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편의점을 계속 출점시키기로 마음먹게 됐고 그 결과 현재 5호점까지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유 대표는 “지역별 특색에 맞게 공간이나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5개의 보마켓은 인테리어나 판매하는 상품 등에서 모두 차이가 있다”며 “사람의 삶을 여유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편의점을 목표로 외연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웨더도 느슨했던 편의점업계에 긴장감을 주는 신흥 강자로 꼽힌다. 나이스웨더는 아우어베이커리·도산분식 등으로 유명한 외식 기업 CNP컴퍼니에서 2020년 론칭한 ‘신개념 편의점’이다.

노승훈 CNP컴퍼니 대표는 ‘현존하는 편의점은 더 이상 우리 세대에게 편의하지 않다’는 독특한 생각을 갖고 2020년 가로수길에 첫째 나이스웨더 점포의 문을 열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8월 8일 찾은 나이스웨더 가로수길점은 편의점이라고 하기엔 생경한 느낌이었다.
현대백화점도 주목한 신개념 편의점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나이스웨더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였다. 막강해진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패션 업체들과 손잡고 만든 소품들이다. 요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힙한 느낌의 서핑 용품과 캠핑 장비도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 밖에 비건 식료품을 비롯해 스트리트웨어 의류, LP 음반 등 일반 편의점에서는 팔지 않는 다양한 제품들이 마치 예술 작품들처럼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일까. 밖에 세찬 비바람이 불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매장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나이스웨더마켓 외관.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나이스웨더마켓 외관.
나이스웨더의 내부에는 MZ세대가 열광하는 서핑, 캠핑 용품도 판매한다.
나이스웨더의 내부에는 MZ세대가 열광하는 서핑, 캠핑 용품도 판매한다.
나이스웨더는 앞으로의 성장성이 가장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업계 신흥 강자로도 꼽힌다. 현대백화점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MZ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강화할 목적으로 나이스웨더에 30억원(지분율 약 20%)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현대백화점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나이스웨더가 처음이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나이스웨더는 전국의 현대백화점 점포를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8개의 점포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2021년 말 오픈과 동시에 이목을 집중시킨 편의점도 있다. 감성 편의점을 표방하는 ‘노닷프라이즈’가 주인공이다. 노닷프라이즈는 동탄 롯데백화점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업계 첫발을 내디뎠다. 동탄 롯데백화점이 MZ세대를 위한 백화점을 만들겠다며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노닷프라이즈도 나이스웨더와 마찬가지로 외식 기업이 만든 신개념 편의점이다. 파주의 유명 카페인 ‘더티트렁크’의 운영사 CIC F&B가 론칭했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매장을 꾸민 것이 이곳만의 차별성이다. 김현진 노닷프라이즈 매니저는 “어릴 적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노점상을 현대적으로 트렌디하게 풀어낸 편의점”이라며 “노점상과 구멍가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재미있고 유니크한 제품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먹거리까지 다양하게 갖춰 타깃인 MZ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운영 중인 나이스웨더는 인스타 감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운영 중인 나이스웨더는 인스타 감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제품도 재미있게 배치해 놓아 눈길을 끈다.
제품도 재미있게 배치해 놓아 눈길을 끈다.
냉장고 매대 안에 양말·신발·의류를 진열해 놓았거나 한쪽 벽면을 모두 시리얼로 구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매장을 꾸며 SNS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이 한국 중소 브랜드인 것도 눈에 띈다. 뛰어난 상품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제품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제품들을 엄선해 매장에 진열했다.

앞으로 가맹 사업을 활발히 펼칠 계획이다.

김 매니저는 “노닷프라이즈의 개발 미션 중 하나가 예산적인 장벽을 가진 청년들이 적은 돈으로 운영할 수 있는 편의점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청년들이 힙한 거리 곳곳에 규모에 상관없이 노닷프라이즈를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느슨했던 시장에 긴장감을”…편의점업계 돌연변이들
인터뷰
노승훈 CNP컴퍼니 대표
“MZ세대가 반응하는 브랜드 찾아 매대 구성”
나이스웨더를 론칭한 노승훈 CNP컴퍼니 대표는 이미 외식업계에선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우어베이커리뿐만이 아니다. 압구정동에서 줄 서는 맛집들이 알고 보면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된 식당들이다. 특히 도산분식·대막·호랑이 식당 등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돈이 있어도 맛볼 수 없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노 대표를 만나 편의점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와 업계 동향, 향후 계획 등을 물었다.

나이스웨더는 정확하게 어떤 곳인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에 맞게 큐레이팅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패션·리빙 소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만물상이다. 이탈리아 마비스치약, 스웨덴 오엘비 치즈볼, 포르투갈 정어리통조림 등 그 나라를 방문하면 꼭 구입하는 ‘필수 템’을 갖췄고 MZ세대가 주목하는 브랜드들, 또 우리가 자체적으로 주목하는 브랜드들을 진열해 판매 중이다.”

입점 브랜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새로운 세대가 반응하는 브랜드를 꾸준히 발굴해 80%를 채우고 나머지 20%는 우리 세대가 새로운 세대(MZ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문화와 콘텐츠로 채우고 있다. 인앤양·제이야스·키오스크·비건클럽 등이 그런 콘텐츠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편의점이 더 이상 우리 세대에게 편의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고 들었다.
“MZ세대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문화적 소비’가 실행돼야 몸도 마음도 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의점’을 지향했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소비 형태를 소비자들에게 동기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단순한 상품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협업 상품 역시 이런 맥락에서 만들게 됐다.”

비슷한 형태의 편의점들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
“언제나 카피캣들은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왜 만들었는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나 철학 없이 단순히 공간을 열었을 것이라고 본다. 2~3년 후에는 살아남는 곳이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추가 출점 계획은 세웠나.
“현대백화점과 손잡은 만큼 현대백화점 내부 출점 위주로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8월 현대백화점 대구점 출점을 시작으로 천호점·중동점·목동점 등에 순차적으로 점포를 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말 기준 운영 중인 나이스웨더의 수는 총 8개가 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