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열렸어도 고의성 없으면 보상
폐차 후 새 차 사면 세금 감면

[비즈니스 포커스]
폭우가 내린 8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침수됐던 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폭우가 내린 8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침수됐던 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여행 후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어요. 길은 꽉 막히고 빗물은 차오르고…. 무서워 강남 한복판에 차를 두고 걸어서 집에 왔어요.”

수도권을 중심으로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길가에 그대로 두고 비를 피한 사례가 잇달았다. 침수된 차량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1. 침수 차량 기준과 보상 유형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 10일 기준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는 7486건, 손해액은 989억원으로 추정된다. 침수 차량은 말 그대로 장마나 폭우 등으로 인해 물에 완전히 잠겼던 차를 말한다. 통상 자동차 내의 바닥까지 젖을 정도를 침수 차량으로 본다.

피해 차주는 우선 자동차 보험의 ‘자기차량손해특약(자차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자동차 보험에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보험금은 피해 차주가 가입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고 차량 수리를 통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손해 사정 등 심사를 거쳐 지급된다. 보험금 신청일을 기준으로 평가한 차량 가액 만큼 보상해 준다.

보상이 가능한 주요 유형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 중 침수 사고를 당한 경우 △태풍·홍수 등으로 인해 차량이 파손된 경우 △홍수 지역을 지나던 중 물에 휩쓸려 차량이 파손된 경우 등이다.

2. 예외는 없나

차주가 침수 피해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의도적’ 또는 ‘고의적’으로 운행하거나 주차했다면 보상에서 제외된다.

차량 문이나 선루프 등을 개방해 놓아 빗물이 들어오거나 경찰 통제 구역을 어기고 주행한 경우, 주차 금지 구역에 주차한 경우 등도 보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이번 집중 호우에 따른 차량 침수 피해 보상과 관련해 창문·선루프를 개방했거나 위험 지역에서 차량 이동 등을 하지 않아 차량이 침수됐더라도 운전자 등의 고의 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한 이를 보상하도록 했다.

3. 전손 처리 시 차량 가액만큼 지급

일반적으로 침수 차량은 이력이 남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사 전손 처리로 폐차 수순을 밟는다. 전손은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손해를 본 경우를 말한다.

고객 과실이 없고 전손 처리가 이뤄지면 차량 가액 한도 그대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차량 가액 한도는 보험개발원이 만든 차량기준가액표에 따라 정해진다. 보험개발원 홈페이지 차량 가액 조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침수 사고가 발생한 자동차의 소유자는 보험사를 통해 전손 처리 결정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폐차장에 폐차 요청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자동차관리법령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수해로 차량이 완전히 파손돼 차량을 바꿀 경우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가입한 보험사에 신청해 손보협회장이 발행하는 ‘자동차 전부 손해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보험사가 차량을 인수해 갔다는 것도 증명해야 한다. 다만 새로 구입한 차량 가격이 기존 자동차보다 비싸면 그 차액은 과세 대상이 된다.

4. 신속지원보상센터 운영은 어디

피해 차주는 금감원과 해당 보험사, 손해보험협회의 상담 창구를 통해 집중 호우 피해 지원과 관련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손보협회를 중심으로 종합대응상황반이 운영되고 있다. 침수 차량 임시 적치 장소도 마련돼 있다.

보험사들도 임시 보상서비스센터를 운영하거나 접수 편의를 제공하는 등 신속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해상은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 인근 침수 지역을 위주로 긴급 지원 캠프를 마련했다.

DB손해보험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 긴급 재해 재난 지역 임시 보상서비스센터를, KB손해보험은 긴급재난지원본부를 설치했다. 한화생명은 집중 호우로 입원·통원 치료를 하는 경우 비대면 채널로 사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또 금융 당국은 사고 접수 이후 보험금 지급까지 통상 10일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손해보험사 임시 보상서비스센터에 최근 내린 집중호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손해보험사 임시 보상서비스센터에 최근 내린 집중호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