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의 수 10년 새 231% 늘어나
시장 기능 통한 상시 구조 조정 필요

[경제 돋보기]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맞춤형 종합 지원 방안은 총 8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의 채무 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되는 ‘새출발기금’은 30조원으로 9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신청해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약 48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채권을 금융사에서 넘겨받은 뒤 채무를 조정해 주는 데 사용된다. 거치 기간 최대 3년, 장기 분할 상환 최대 20년으로 상환 일정을 조정하고 90일 이상 부실 차주 보유 신용 채무 가운데 원금에 대해 60~90% 감면해 준다는 것이다.

이 밖에 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데 8조5000억원, 리모델링과 사업 내실화 등에 필요한 자금 41조2000억원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저신용 소상공인 대환 대출에 2000억원, 폐업 소상공인에 대한 사업 자금 1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채무 조정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여기에 따른 불이익이 있으므로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연체하거나 채무를 못 갚겠다고 버틸 인센티브는 적다고 했다. 하지만 원금을 탕감해 주고 대출 상환을 계속 유예해 준다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세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전국의 폐업자 수는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을 비롯해 많은 제약을 받았고 소비자들도 외부 활동을 급격하게 줄임에 따라 소매업·음식점업·숙박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폐업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폐업을 결심하고 행정적으로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약 7개월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통계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의외의 결과다.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 보상이 선별적으로 지원되지 않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일단 폐업을 미루면서 버틴 것으로 보인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의 ‘한계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한계기업의 수는 4478개로 2011년 1353개에 비해 231% 증가했다. 한계기업은 재무 구조가 부실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상대적 경쟁력을 상실한 이른바 좀비 기업을 말한다.

이런 한계기업의 수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는데 그 이유는 한계기업들이 탈출하는 경우보다 새로 유입되는 한계기업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10년간 한계기업으로 남아 있는 기업의 비율이 0.5%, 5년 이상 한계기업을 탈피하지 못한 기업도 7.2%에 이른다. 낮은 이자율과 지난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인한 무차별적 재정 지원으로 구조 조정 대신 좀비 기업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정부 지원으로 생명줄만 연장하고 있는 한계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미래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가 필요하다.

시장 기능이 작동하고 더 많은 부가 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려면 상시 구조 조정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과 기업의 생태계에서 국가 경쟁력을 발전시키려면 고통스럽지만 약한 부분을 도려내고 강한 부분을 키우는 지혜와 계획이 필요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구조 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체질 개선은 힘들 때 할 수밖에 없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