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MZ세대 겨냥한 신제품·마케팅 봇물…“가치관·니즈 파악이 최대 미션”

[비즈니스 포커스=유통 특집]
‘소비의 신주류’로 떠오른 MZ세대 잡아라
“소비의 중심축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떠오른 만큼 이들의 가치관과 니즈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 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MZ세대는 유통업계를 꿰뚫는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식품업계를 필두로 백화점·편의점 등이 급변하는 이들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신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는 등 ‘MZ 사로잡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유통업계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바로 MZ세대가 보여주는 소비의 특징 때문이다. 원하는 제품을 사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MZ세대의 구매 방식은 기성세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기성세대들은 한 제품을 구매할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제품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덥석 물건을 집어들지 않는다. 제품의 값에서부터 ‘과연 이 제품이 내게 필요할까’ 등에까지 깊이 생각한다.
원하는 것에 아낌없이 지갑 열어기성세대가 보수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간명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상황을 산업의 최전선에서 겪었던 이들이다 보니 ‘절약’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녀들에게만큼은 달랐다. 교육에서부터 자녀들이 원하는 것에서만큼은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특징을 보였다.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MZ세대들은 이렇게 자녀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풍요’ 속에서 자라 왔다. 이렇다 보니 이들은 경제력을 갖춘 성인이 돼서도 원하는 것이라면 별다른 고민 없이 구매하는 성향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치로도 엿볼 수 있다. NH농협카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MZ세대에 속하는 2030의 고가의 명품 소비액은 연평균 36.9%의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안 4050세대의 소비 증가(연평균 15.4%) 대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별다른 고민 없이 구매하는 MZ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유통 기업들이 MZ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들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활용 때문이다. MZ세대는 자신이 먹고 마셨던 것부터 시작해 구매한 제품 등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올린다. SNS는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의 일상이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거두는 간접적인 홍보 효과도 막대하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SNS에 한 회사의 제품을 게재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유통 기업들이 앞다퉈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나 신제품 등을 내놓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수많은 유통 기업들이 직접적인 매출 상승과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꾀하며 MZ세대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와 신제품,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식품업계다. 이들은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이색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MZ세대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데 여념이 없다.

식품업계 맏형 격인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M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최근 CJ제일제당은 MZ세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일환으로 게임 업체인 크래프톤과 손잡았다.

그 결과 내놓은 것이 햇반컵반에 ‘배틀그라운드’ 캐릭터를 입힌 한정판 제품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MZ세대에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햇반의 신규 고객으로 만드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단순히 포장만 바꾼 것이 아니다. 제품 안에는 ‘배틀그라운드’ 전용 화폐인 G코인을 받을 수 있는 랜덤 쿠폰도 넣었다. 100코인부터 최대 1만 코인까지 랜덤으로 지급하며 ‘배틀그라운드’ 상점에서 등록한 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치 소비에도 적극적‘아재들의 커피’라고 불리는 커피믹스업계에도 협업 열풍이 거세다.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은 MZ세대가 선호하는 유명 캐릭터, 작가들과의 협업을 앞세워 MZ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키티버니포니’, ‘무민’ 등에 이어 지난 7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미니언즈를 활용한 한정판 맥심 커피믹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제품들로 라인업을 확장한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hy가 여기에 해당한다. MZ세대 사이에서 건강에 관심이 늘면서 샐러드를 식사 대용으로 찾는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hy는 이런 흐름에 착안해 샐러드 전문 브랜드인 ‘잇츠온 샐러드’를 론칭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점포 내부를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로 채우는 방식으로 변신하며 MZ세대를 끌어당기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2030세대가 관심 많은 브랜드로 점포를 채워 나가고 있다. 가장 최근 서울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에서도 이런 노력들을 찾을 수 있다. 더현대 서울 오픈을 앞두고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내가 모르는 브랜드로 지하 2층 채워라”고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 1호 매장을 대거 유치해 운영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랩, H&M 계열 중고가 브랜드 아르켓, 명품 리셀 매장 용정콜렉션, 감성 편의점 나이스웨더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 백화점도 MZ세대 직원들이 만든 편집숍 ‘케이스스터디(Casestudy)’ 매장을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에 문을 열며 발길을 그러모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MZ세대가 좋아하는 맛집 유치에 적극적이다. MZ세대에서 유행하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백화점에서 먹고 즐기는 이른바 ‘백캉스’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유명 디저트 팝업은 물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다이닝 매장을 오픈하는 등 다채로운 맛집들을 선보이고 있다.

MZ세대는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에도 적극적인데 식음료업계에서는 이를 반영한 제품을 대거 출시해 눈길을 끈다. 롯데칠성음료는 한국 생수 브랜드 최초로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애 친환경성을 높인 ‘아이시스’ 생수를 판매 중이다.

개봉·음용 후 바로 분리 배출할 수 있어 페트병에서 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과 라벨 사용량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분리 배출 편의성과 페트병 재활용 효율을 높인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