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회원 132명, 집단 소송 제기
고법, 총 2억5000만원 배상 판결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서초구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태블릿 PC에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태블릿 PC에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암호화폐의 금액은 1초마다 바뀔 만큼 변동성이 크다. 이에 잠깐이라도 거래가 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2017년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전산 장애로 피해를 본 일부 투자자에게 빗썸이 1인당 최대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1심 결과와 반대되는 판결로 주목받고 있다.

하루 만에 주문량 2배, 거래 발생 비율 50%↑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빗썸은 2017년 11월 11일 오후 10시께부터 평소 10만 건 안팎이던 시간당 주문량이 20만 건으로 치솟았다. 갑자기 대량의 매도·매수 대기 주문이 쌓인 상태에서 많은 양의 주문이 추가로 접수됐고 빗썸의 데이터베이스(DB)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했다.

결국 이로 인해 주문 접수·거래 체결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하지 못해 거래가 지연됐다. 당시 주문 접수를 시도하는 회원들에게는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등의 오류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주문이 접수되지 않는 거래 장애 사태가 발생했다.

오류 메시지 발생 비율이 50% 이상 되자 빗썸은 급히 주문 접수를 차단했다. DB 서버 데이터의 손상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빗썸 측은 회원들에게 ‘전산 장애가 생겼다’고 공지하고 주문 접수를 차단하는 등 서비스 전체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후 서버 점검과 메모리 리셋, 유입 트래픽 제어 등 조치를 통해 약 1시간 30분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하지만 A 씨 등 투자자들은 “거래가 중단된 시점과 시스템이 안정된 시간 사이에 비트코인캐시(BCH)와 이더리움 클래식(ETC) 등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락했고 그 시세 차액 상당(약 131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빗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빗썸 과실 없다”…1심은 투자자 패소

1심에서는 빗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빗썸은 약관을 통해 통신 서비스 업체의 불량, 정기적인 서버 점검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지지 않지만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법원은 당시 전산 장애가 예측하기 어려웠으며 전산 장애 발생에 빗썸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산 장애가 발생할 당시 주문량이 갑자기 폭증, 전산 장애 직전 시간당 27만9000여 건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점에 주목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는 “감정인은 회사 측이 주문량 폭증을 예측하거나 미리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며 “전산 장애 발생에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측이 전산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2017년 5월부터 빗썸의 회원 수와 거래량이 급증하고 새로운 암호화폐가 상장되면서 빗썸의 접속 거래 장애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때마다 회사가 서버를 증설하고 메모리 용량을 증가시키는 등의 조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빗썸이 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 위법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2020년 8월 A 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뒤집힌 2심 “투자자에게 최대 1000만원 배상하라”

서울고법 민사16부는 2022년 8월 25일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2심은 A 씨 등 132명에게 1인당 최저 8000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총 2억513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빗썸은 빗썸 사이트에 가입해 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한 회원에게 시스템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암호화폐 거래 중개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시설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해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런데 전산 장애가 발생해 A 씨 등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매도 주문을 못 하는 등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빗썸은 서비스 이용 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판시했다.

빗썸에 통신 설비 확충과 점검, 시스템과 서버의 주기적 관리, 서버 용량 확보 등 사이트의 원활한 운영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빗썸 측은 당시 거래량이 짧은 시간에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을 뿐 평소 주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산 장애가 발생하기 전까지 시스템 과부하를 해결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위험 관리 매뉴얼에 따라 DB 서버의 과부하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기술적 시도가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인 피고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전산 장애로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매도 주문을 할 수 없었다는 초조감과 상실감을 겪게 됐다”면서 “이로 입게 된 정신적 충격에 대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돋보기]
암호화폐 투자 열기에 코인 사기도 기승

코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암호화폐를 통한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브이캐시가 대표적이다. 현재 브이캐시의 발행자는 코인 투자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고 피해자들에게 억대의 손해 배상금도 물어야 한다.

브이캐시 발행자 B 씨는 2020년 7월 지인들과 가상 자산 거래소인 ‘브이글로벌’을 설립했다. 이후 자체 가상 자산인 ‘브이캐시’를 상장할 계획이었다. 이들은 브이캐시 1개가 1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대량의 매수·매도 주문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브이캐시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자 투자금을 최소 600만원 넣으면 3배의 수익금을 준다고 광고했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5만2400여 명에게서 2조2280여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입금받았다.

하지만 이는 후순위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 방식이었다. 브이캐시 투자자들은 B 씨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결국 브이글로벌의 운영진 7명은 해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브이글로벌의 대표인 이 모 씨는 징역 22년형을 판결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B 씨는 억대의 손해 배상금을 물게 됐다. 브이캐시에 투자한 C 씨 등 피해자들이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B 씨는 “브이캐시의 발행과 유통을 보조하는 부수적 역할만 했다”며 “C 씨 등이 투자를 결정하게 된 원인인 다단계 마케팅에는 관여하지 않아 투자 경위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른 가해자에 비해 불법 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B 씨는 공동 불법 행위자로서 손해 배상액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거래소인 브이글로벌에 지급한 투자금에서 회수한 수익금 등을 공제한 차액인 ‘미회수 투자금’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B 씨는 C 씨 등에게 미회수 투자금 상당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외에도 루나·테라를 발행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도 사기 혐의 등으로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검찰은 권 대표가 투자자들을 속일 의도로 코인을 발행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아 한국경제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