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시프트G’…코로나19 후 패션 매출 성장에 ‘자신감’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최근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선보였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최근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선보였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4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당시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업계에서는 삼성이 ‘패션 사업’을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실적 부진이 이어진 데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신) 시절부터 패션 사업의 얼굴 역할을 한 이서현 이사장까지 떠나자 패션부문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당시 삼성물산 측은 매각설을 부인했다. 지금도 패션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패션 사업의 매출 비율은 ‘5%대’에 머물러 있다. 사업의 정체는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삼성물산은 27년 만에 신규 남성복 브랜드를 론칭했다. 회사 측은 이 브랜드를 ‘야심작’이라고 표현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남성복 사업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삼성물산, 30년 만에 신규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 론칭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선보였다. 새로운 컨템퍼러리 브랜드(트렌드를 이끄는 준명품급 브랜드)를 통해 젊은 감성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시프트G는 끊임없는 변화와 도약을 의미하는 ‘시프트(shift)’와 새로운 세대(generation)를 의미하는 ‘G’의 합성어이고 타깃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자기 주도적인 소비 성향을 지닌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패션 산업의 트렌드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시프트G는 자체 상품과 글로벌 브랜드 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자체 상품은 포토그래퍼, 건축 디자이너, 정보기술(IT) 개발자 등 전문직들의 성향에 맞도록 만들었다. 합리적 가격, 세련된 디자인,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수납 기능과 넉넉한 실루엣, 레이어링 스타일이 가능하도록 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유틸리티 워크웨어 콘셉트의 자체 상품과 차별화된 기술력과 감성을 지닌 글로벌 브랜드 상품을 편집해 함께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기능성이 우수한 소재와 실생활에 유용한 디테일을 적용한 기능성 그룹, 멀티 레이어링 및 셋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듈 그룹, 착용감과 내구성을 겸비한 컴포트 그룹 등으로 상품군을 차별화했다.

대표 상품으로는 워크 셔켓, 사파리, 초어 재킷, MA-1, 셔터 파카, 모듈러 패딩, 저지 트러커, 쇼트푸퍼 등 아우터와 맨투맨, 하프집업, 후디, 카디건 등 이너, 슬랙스·데님 등 팬츠다. 현재 판매 중인 시프트G 제품의 평균 가격대는 20만~60만원대다.

글로벌 브랜드 상품으로는 쥬 드 크레·오어슬로우·어 카인드 오브 가이즈 등 워크웨어·밀리터리 브랜드, 크레센트 다운 웍스·마니팟투라 체카렐리 등 아우터 특화 브랜드, 메종 라비쉐·짐플렉스 등 캐주얼 브랜드 등으로 나뉜다.

시프트G는 공식 온라인몰 SSF샵 외에도 현대백화점 판교점, 더현대서울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등에 입점했다.

향후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전문 직군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은 물론 주요 매장에 브랜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이무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상무)은 “일과 삶의 밸런스, 성공과 가치, 도전과 여유, 디자인과 실용을 중시하는 3040세대를 위한 새로운 남성복을 출시했다”며 “한국의 대표 뉴 컨템퍼러리 브랜드로서 젊은 감성의 새로운 유틸리티 워크웨어를 추구하는 고객에게 최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시장에서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시장에서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 왜 갑자기 자체 남성복을?…남성복 시장 살아나자 선제 대응

삼성물산 1995년 ‘엠비오’ 이후 27년 만에 처음 남성 브랜드를 출시했다. 여성복 부문에서는 구호(KUHO)가 선전하며 자체 브랜드의 체면을 살려줬지만 그동안 남성복 부문은 심각한 부진에 시달려 새로운 브랜드 내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복지재단으로 떠난 2018년 조직 개편에서 남성복 1·2 사업부를 하나로 합치면서 사업 규모를 줄였다. 2019년에는 30년간 운영해 온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 라이선스 사업을 중단했다. 삼성물산이 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브랜드 사업이 호실적을 내자 최근 다시 패션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물산의 패션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1조7669억원으로, 전년(1조5455억원) 대비 14.3% 늘었다.

삼성물산은 시프트G를 통해 남성복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시 남성복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자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된 라이프스타일과 근무 환경에 최적화된 의류에 대한 수요에 주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1년 국내 패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43조350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보상 소비 증가와 패션 기업의 온라인 채널 다각화 등이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남성 정장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어난 4조5208억원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1년 당시 남성복 시장은 5조2949억원 규모였지만 이후 지속 축소돼 2020년 3조881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후 코로나19 보상 소비 등으로 소폭 살아나면서 지난해 4조원 중반대를 회복했다. 전체 패션 시장에서 캐주얼(16조6693억원), 스포츠(6조4537억원), 신발(6조5018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가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신규 브랜드를 통해 남성복 매출을 끌어올리고 고객층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남성 고객들은 여성 고객과 달리 지갑이 얇아지면 제일 먼저 소비를 줄이는 부분이 의류”라며 “그래서 남성복 시장 자체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어려웠는데 지난해부터 남성복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삼성물산이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다.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의 브랜드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돌파구를 찾는 것”이라며 “패션업계에서 가장 어려운 게 브랜드 이미지 변화다. 삼성물산의 갤럭시 등 기존의 남성복 브랜드로는 MZ세대 고객을 잡기 어려울 수 있지만 새로운 브랜드는 신규 고객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 시프트G가 성공한다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체의 이미지도 젊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최근에 아미·메종키츠네 등 해외 브랜드로 수입을 통해 재미를 봤다”며 “이 과정에서 영업이익도 개선됐고 새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지체하지 않고 신규 브랜드를 내는 것 같다. 매장은 자체 제품 외에도 병행 수입하는 해외 브랜드까지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로 운영된다고 하니 실적 리스크 역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