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예상 지표 상회에 미국 증시 급락, “인플레이션 하락은 더딜 것”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뉴욕증권거래소 제공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뉴욕증권거래소 제공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나스닥 지수가 5% 넘게 떨어지는 등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장 큰 목표가 물가 대응이라는 점에서 Fed의 긴축 기조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9월 1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276.37포인트(3.94%) 급락한 3만1104.97를 기록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177.72포인트(4.32%) 밀린 3932.69이다. 나스닥 지수는 632.84포인트(5.16%) 떨어진 1만1633.57로 거래를 마쳤다.

3대 지수들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중단하고 2년 넘게 만에 최대 일일 낙폭으로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테크, 자유소비재 등 금리와 경기 민감 업종 중심으로 5% 이상 급락했다.

이는 8월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Fed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 우려에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8.3%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6월 9.1%, 7월 8.5%보다 둔화된 것이나, 시장의 예상치인 8.1%를 상회했다. 시장은 전달과 비교했을 때 물가가 0.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외려 전월대비 증가율은 0.1% 상승했다.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6.3% 상승하면서 전월치 5.9%와 예상치 6.0%를 모두 넘어섰다. 전월대비 상승률 또한, 0.6%로 예상치 0.3%를 크게 상회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강했던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로 최근 시장이 기대했던 Fed의 태세전환(Fed Pivot) 가능성이 불식됐다”며 “오히려 Fed의 긴축 정책이 물가 제어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정책 실패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특히 근원소비자물가의 40%를 차지하는 주거비용이 전년대비 6.2% 상승하면서 전월치 5.7%를 크게 상회했다”며 “이외에도 의료보험 및 운송 등 서비스 물가지수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은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현재 경로대로라면 내년 중반에도 미국 CPI 상승률은 4%를 웃돌 전망인데 이 경우 내년에도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