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민영화 이후 정권 교체 시기마다 CEO 바뀌어

[비즈니스 포커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이 9월 17일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이 9월 17일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로 포항제철소 고로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포스코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민·관 합동 진상 조사단을 꾸리면서 경영진 문책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소환될 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태풍 피해 책임론을 포스코 경영진 교체를 위한 포석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이었던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이후 정권 교체 시기에 맞물려 최고경영자(CEO)도 교체되는 정치 외풍에 시달려 왔다.

최정우 회장 이전 포스코 수장 8명 가운데 정권 교체 후 임기를 채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임 권오준 8대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1개월 만인 2018년 4월 임기를 2년 남기고 중도 하차했다.

초대 회장이자 포항제철을 일군 박태준 명예회장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뇌물 수수 및 수뢰 혐의로 기소돼 불명예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황경로 2대 회장도 뇌물 수수로 구속돼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취임한 유상부 5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자진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구택 6대 회장 역시 각종 비리에 연루돼 정권 교체 시기에 물러났다. 연임에 성공했던 정준양 7대 회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10개월 만에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 조사 압박으로 자진 사퇴했다.
9월 6일 새벽 시간당 110밀리 폭우로 침수된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9월 6일 새벽 시간당 110밀리 폭우로 침수된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이런 흑역사 때문에 정부와 여당의 포스코 경영진 책임론이 문재인 정부 때 취임한 최정우 회장 교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통제권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포스코 지분 8.3%를 가진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입김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포스코는 산업 재해와 포항제철소 사내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최 회장의 리더십 문제도 불거진 상태다. 포스코가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김영종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를 법무팀장으로 영입하고 국회 보좌관 출신 2명을 상무보로 영입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 호우와 냉천의 범람으로 공장 대부분이 침수되면서 휴풍(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포항제철소 고로 3기(2·3·4 고로)가 동시에 가동을 멈춘 것은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포스코는 9월 9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 추석 연휴 기간에도 포항제철소의 복구 작업을 24시간 멈추지 않았다. 포스코는 ‘태풍재해복구TF’를 꾸려 침수 피해 복구 작업과 함께 포항 생산 라인 일부는 광양 제철소로 전환해 생산 차질 등 피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다.

포스코가 9월 9~12일 추석 연휴 기간 중 긴급 복구를 위해 일당 125만원을 내걸고 전기 기술자를 구하는 문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스코 측이 제시한 일당이 평상시 5~6배에 달해 스미싱(사기) 문자라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제품 생산 재개 시점을 10월에서 12월 말까지로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정상적인 수율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제철소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후방 산업에 연쇄 피해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는 이번 침수 피해로 제품 생산에서 170만 톤의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수해에 따른 매출액 감소는 2021년 매출액의 2.7% 수준인 2조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