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 금리 역전에 킹달러 덮쳐.
고금리 기조에 가계 부채 리스크 껑충.
기술력 확보·비용 절감·강도 높은 구조 조정이 답?

[경제 돋보기]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21일 다시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연속 3번 실시했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3.25%에 이르게 됐다. 9월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 2.5%를 넘어섬에 따라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시적으로 꺾이지 않는 한 Fed는 11월에도 자이언트 스텝 또는 울트라 스텝(1%포인트 인상)까지도 실시할 수 있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폭이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 이상 되지 않는다면 연말까지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8.3%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의 여파로 글로벌 국가들도 강력한 금리 인상을 실시하거나 계획함에 따라 세계적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을 수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긴축 정책은 각국의 환율을 상승시키고 이는 원료·원자재 등의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각국은 치솟는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경기 하강이 시작되면 주가와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상대적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자본 유출이 가속화함에 따라 환율이 더 고공 행진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 부채는 약 1870조원, 기업 부채는 약 2480조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10.8%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대출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은 부채 보유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올해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계 기업의 비율이 작년 14.9%에서 18.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곧 4%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금리 인상 쇼크로 인해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를 경제 규모에 따라 가중 평균한 값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환 헤지가 어려운 중소기업들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엄청난 손실이 예상된다. 각국의 경쟁적 자이언트 스텝 정책 속에서 내년 경제의 반등 모멘텀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길고 먼 저성장·고물가의 터널이 시작되고 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존 코널리 재무장관이 던진 “달러는 우리 통화지만 당신들의 문제다(It’s our currency, but it’s your problem)”는 달러가 약세였던 당시에 한 말이지만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 시대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와 비용 절감 그리고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 외에 묘수가 있을까.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시대 헤쳐 나갈 ‘묘수’ 찾아야[차은영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