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장 많은 22개 기업 일반 청약 돌입…실적 상승세 중소기업 대거 등판

증시 한파에도 10월 공모주 대잔치…IPO 흥행 열기 이어 가나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한국 증시가 급락하고 있지만 공모주 시장에는 수조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가운데 10월 기업공개(IPO) 대잔치가 벌어진다.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 9곳을 포함해 총 22개 기업이 일반 청약에 나선다. 월간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숫자다. 전극 소재 제조사부터 반려견 사료 생산 업체,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증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균등 배정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모주에 투자한다면 증시 하락기에도 소액으로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공모가를 희망 가격 아래로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저평가된 공모 기업을 찾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어떤 기업들이 10월 공모주 시장을 달굴지 살펴봤다.
증시 한파에도 10월 공모주 대잔치…IPO 흥행 열기 이어 가나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경기 침체기에 강한 소재·부품·장비

올해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인 ‘소부장’이 강세를 보였다. 금리 상승과 환율 급등,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겹치면서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고 실적이 탄탄한 수출 기업들이 인기를 끌었다. 10월에도 소부장 기업 두 곳이 등판한다. 이 중 탑머티리얼은 2차전지 관련 사업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탑머티리얼은 2차전지 장비 기업과 협력해 생산 라인 전 공정을 구축하는 사업을 한다. 이를 시스템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른다. 2차전지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양극재도 개발 중이다. 이 회사가 집중하는 제품은 기존 하이니켈 계열의 양극재보다 가격이 저렴한 차세대 하이망간 양극재다. 하이니켈 계열 양극재는 고가 금속인 코발트와 니켈을 사용해 가격이 비싸다. 이 회사는 코발트와 니켈을 최소화하고 망간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단결정 구조로 전극 밀도가 높고 안전성과 수명을 개선했다. 이 회사는 전구체 제조 공정과 양극재 표면의 잔류 리튬을 제거하기 위해 세척하는 수세 공정을 배제해 친환경적인 생산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를 통해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탑머티리얼은 올 상반기 매출 378억원, 영업익 83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매출 319억원, 영업익 48억원)을 넘어섰다. 매출 총이익률은 20~30%대를 유지하고 있다. 2차전지 수요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다만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공모가 기준 시가 총액은 2200억~2400억원이다.

베어링 전문 업체인 에스비비테크는 정밀 감속기 제품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소형 제조 로봇과 협동 로봇에 사용되는 하모닉 타입 감속기의 구성 부품인 크로스 롤러 베어링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일본 HDS가 독점 생산했지만 일본과 무역 마찰로 한국 공급이 부족해졌다. 에스비비테크는 자체 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비틀림·강성·내구성 등에서 글로벌 기업의 제품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2~3위 업체도 치형 설계가 불완전해 마모가 발생하고 있다”며 “알파 치형을 독자 개발해 테스트한 결과 일본 제품과 동등한 수준의 정밀도와 강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있지만 실적은 최근 3년간 적자다. 지난해 매출은 70억원, 영업 손실은 22억원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매출은 49억원, 영업 손실은 4억원으로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 총액은 614억~754억원이다.
◆펫 푸드, AI 영상 보안 등 신종 비즈니스 눈길
증시 한파에도 10월 공모주 대잔치…IPO 흥행 열기 이어 가나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을 공략한 기업들도 IPO를 준비하고 있다. 오에스피는 반려견용 프리미엄 사료를 개발하는 회사다. 펫 푸드 기업 중 처음으로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반려동물 관련 지출 중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사료·간식비·질병·부상 치료비다. 오에스피는 반려동물 먹거리에서 시작해 동물용 의약품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반려동물의 고령화에 따른 근감소증을 경감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노화뿐만 아니라 체중 증가, 관절염, 활동성 감소, 만성신부전증(CKD) 등과 같은 선천적 질환을 이유로 근육량이 감소한다. 오에스피는 이를 막아주는 유효 물질 성분에 대한 선행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기능성 펫 사료를 개발할 계획이다. 곤충·쌀 등을 사용한 알레르기 저감 사료와 유산균·발효유 등을 이용한 고부가 가치 간식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피부·알레르기·관절 케어 등 특수 목적의 기능성 간식과 사료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한국 펫 푸드 톱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실적이 성장세를 탔다. 최근 3개년간 영업이익률 1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57억원, 영업이익은 28억원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05억원,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실적을 넘어섰다. 오에스피는 상장으로 조달한 공모 자금으로 연간 1만4000여 톤의 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신규 공장 건설에 투자한다. 공장 가동이 시작되는 2024년 말 이후부터 매출이 증대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시가 총액은 최대 800억원으로 제시했다.

핀텔은 AI를 활용해 CCTV 등의 영상을 분석하는 영상 보안 업체다. 지자체와 같은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는 통합 관제 센터에 필요한 영상 감시 장치를 납품하고 있다. 또 영상 분석을 통한 실시간 교통 정보 관리, 보행자 안전, 자율주행 상용화 기반 마련 및 돌발 감지 시스템, 스마트 교차로 등을 설계하고 공급한다. 단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별로 맞춤형 소프트웨어와 기자재, 설비 설계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해 수익을 내고 있다. 통합 관제 시스템의 주요 발주처는 지자체와 공공 기관으로, 2021년 기준 매출의 65.4%가 공공 부문에서 나왔다. 생체 인식, 개인 인증과 같은 보안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영상 인식 기술, 안면·음성 인식과 같은 AI 기술이 공공 기관의 주도로 적극적으로 도입된 덕분이다. 그런데도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따라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82억원, 영업 손실은 9억원이었다.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가 이후 적자를 이어 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0억원, 영업 손실은 16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향후 스마트 시티에 필요한 지능형 교통 체계(ITS)가 도입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플라즈맵은 초고속 플라스마 기술을 활용해 의료용 멸균 기기와 임플란트용 표면 처리기, 소모품 등을 제조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임플란트용 표면 처리기는 임플란트 표면에 부착된 탄화수소 불순물을 제거해 살균하는 제품이다. 플라즈맵이 개발한 의료 기기 저온 멸균 솔루션은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받았다. 최근 6개월간 27개 회사와 1200억원 규모의 중·장기 공급 계약도 했다.

매출은 2019년 25억원에서 2020년 30억원, 지난해 6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77억원으로 전년도 매출을 넘어섰다. 회사 측은 정형외과와 피부과의 인체 이식 소재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플라즈맵의 공모가 기준 시가 총액은 1600억~1950억원이다. 상장 후 유통 물량이 전체 상장 주식 수의 45.6%로 많은 편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