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접목해 공급하는 ‘신선 수산물’로 세계인의 식탁 정복…석유·가스 다음의 수출 자원으로 국부 키워

[비즈니스 포커스]
닐스 스페레 공장 내부는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 했다.
닐스 스페레 공장 내부는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 했다.



공장 한쪽에 마련된 선착장에 고등어를 실은 어선이 정박하자 생경한 장면이 펼쳐졌다. 공장 직원들이 나와 두께가 약 50cm 정도 돼 보이는 검은색 굵은 호스를 꺼내 오더니 어선과 연결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호스 안으로 배에 실린 고등어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려 들어갔다. 9월 22일 찾은 노르웨이 올레순에 자리한 고등어 전문 가공 기업 ‘닐스 스페레’의 모습이다.

1923년 설립돼 약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닐스 스페레는 한국 이마트 등에 고등어를 납품하는 회사다. 이 기업의 공장 외관은 현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시설만큼은 최신식이었다. 사람 대신 기계가 모든 일을 척척 해냈다.

공장 내부는 고등어 가공 공장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머리 위로 검은색 호스가 어선에서 빨아들인 고등어들이 공장 안에 설치된 트레일을 타고 쏟아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고등어를 크기별로 분류하는 작업부터 포장, 냉동 보관까지 모두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빠르게 이뤄졌다.

100년 역사의 노르웨이 고등어 가공 공장 가보니
노르웨이는 정부 차원에서 한국에 고등어를 수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2018년 노르웨이가 한국에 수출한 고등어는 약 570억원어치 정도였다. 이후 수출이 매년 증가, 2021년 처음으로 1000억원(약 1270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4년 사이 수출액이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한국에서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찾는 이들이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르웨이는 자국의 선진화된 고등어 생산 시스템과 자국 고등어 상품의 우수성을 알려 나가고 있다.

노르웨이 고등어를 홍보하고 있는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에 따르면 노르웨이 고등어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맛’으로 인정받으며 수출액이 늘어나고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한 채 수출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수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 지원 눈길노르웨이 정부는 수산물 자원에 대한 투자와 홍보에 적극적이다. 노르웨이 산업에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석유·가스의 뒤를 이어 수출 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이 수산업이다.

노르웨이는 본토보다 6배 넓은 190만㎢의 해양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어업 환경도 좋다. 걸프 난류가 흘러들어와 위도에 비해 바다 수온이 높아 연어와 고등어 등 많은 양의 수산물이 잡힌다.

인구가 550만 명밖에 되지 않아 내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전체 수산물의 95% 정도를 수출한다. 이런 지리적·인구적 특성에 기인해 노르웨이는 자연히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수산물을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노르웨이는 정부 차원에서 수산물 관련 연구·개발(R&D) 노력에 전력 투구했다.

다양한 정보기술(IT)을 어업에 접목하며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고 이는 수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등어의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자 옥션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기업도 설비 투자에 적극적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등어를 어획한 뒤 경매장에서 입찰을 받는 방식으로 판매 중이다. 어획한 고등어를 배에서 일일이 꺼내 경매장에 진열해야 하고 또 적절한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등어의 신선도나 육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는 전자 옥션 시스템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모든 어선들은 어획과 동시에 스마트폰이나 배에 설치된 PC로 실시간 경매를 통해 가장 높은 값을 부른 낙찰자(공장)에게 빠르게 고등어를 가져다준다.

얀 아이릭 욘센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고등어 담당 매니저는 “노르웨이의 선박들은 대부분 최신식 IT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런 선박들이 내부에 마련한 어창(수산물 저장고)에서 차가운 해수에 담은 채 고등어를 전자 옥션을 통해 낙찰받은 공장에 빠르게 전달한다”고 했다. 그래서 노르웨이에는 따로 수산물 경매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대부분의 고등어 가공 공장이 닐스 스페레처럼 배가 정착할 수 있는 선착장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닐스 스페레 공장 옆 선착장에 배가 정박한 모습.
닐스 스페레 공장 옆 선착장에 배가 정박한 모습.
현지 고등어 생산 공장들은 최신식 설비를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닐스 스페레도 수십 년간 설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에 지금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며 모든 고등어 생산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었다.

어선의 어창에 보관 중인 고등어를 호스로 빨아들여 공장 안으로 유입·분류하고 급속 냉동해 창고에 보관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20여 분에 불과하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닐스 스페레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가이 스페레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대략 수십 배 빠른 속도로 고등어 수출 준비를 마쳐 최상의 신선도를 간직한 채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수산물을 홍보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예컨대 노르웨이 수산물 판매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는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수출국에 지사를 두고 현지인들이 고등어를 섭취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수산물 소비와 관련한 트렌드를 꾸준히 조사하고 매년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런 자료들은 노르웨이의 모든 어업 종사자들에게 제공돼 다양한 수산물을 수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아 번하드센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 담당 매지저는 “노르웨이는 수산물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도 ‘시푸드 프롬 노르웨이’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노르웨이 수산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