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독일 증시 상장…조달 자금 절반 전기차 상용화 투자

[돈 되는 해외 주식]
2022년 9월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포르쉐의 기업공개(IPO)에 앞서 포르쉐의 차량이 거래소 밖에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2022년 9월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포르쉐의 기업공개(IPO)에 앞서 포르쉐의 차량이 거래소 밖에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독일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9월 29일 독일 증시에 상장했다. 종목 코드는 포르쉐의 대표 모델인 911에서 따온 ‘P911’이고 우선주 신주와 기존 보통주를 포함하면 전체 주식 수가 총 9억1100만 주로 늘어난다. 공모가는 82.50유로였고 장중 한때 공모가 대비 5.2% 오른 86.78유로까지 상승했다가 82.50유로에 마감됐다.

반면 포르쉐 지분 75%를 보유한 폭스바겐의 주가는 6.85% 하락했다. 일정 부분은 포르쉐로의 전환 수요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포르쉐의 시가 총액은 750억 유로(약 720억 달러)로 최대 주주인 폭스바겐(801억 유로)보다 약간 낮다. 경쟁 기업인 페라리(369억 유로)를 가뿐히 넘어서면서 단숨에 글로벌 시총 5위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섰다. 시총이 가장 많은 자동차 기업은 테슬라(8605억 유로)이고 그 뒤를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이 뒤따르고 있다.

이번 상장으로 포르쉐는 단번에 글로벌 시총 5위 자동차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1996년 도이치텔레콤 이후 최대 기업공개(IPO) 규모다.

모회사인 폭스바겐은 이번 상장으로 195억 유로를 조달하게 됐다.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이터를 통해 조달된 자금의 약 절반인 96억 유로를 전기차 생산에 투자할 것이고 나머지는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으로 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상용화 예산은 520억 유로다. 안틀리츠 CFO는 “전기차 상용화 전략에 필요한 강한 현금 흐름이 재정적으로 잘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 투자 여부는 현금 흐름 능력이 중요한 척도가 된다. 포르쉐의 2021년 기준 잉여 현금 흐름은 34억 유로로 2020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잉여 현금 흐름 수익률은 4.5%로 주주 수익률 2.9%를 웃돌아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331억 유로로 다량의 상용차를 생산하는 메르세데스-벤츠(1340억 유로)와 BMW(1112억 유로) 대비 낮지만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매출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다. 포르쉐의 매출 총이익률은 26.7%로 BMW 25.4%, 메르세데스-벤츠 22.9%, 폭스바겐 18.8%를 웃돌고 있다.

포르쉐는 독일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자동차 제조사로,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럭셔리 스포츠카 등을 디자인·설계·제조·판매하고 있는 기업이다.

과거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트랙터와 전차도 설계한 적이 있는 특이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에는 유일하게 슈퍼카를 수작업이 아닌 기계로 생산하는 기업이 됐다. 1931년 자동차계의 천재 공학박사 페르디난트 포르쉐와 그의 아들 페리 포르쉐가 설립했고 1948년 폭스바겐 비틀 기반의 스포츠카 ‘포르쉐 356’을 만들어 냈다. 356의 별명은 ‘점프하는 개구리’로, 이때부터 포르쉐 차량은 ‘개구리’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1990년대 포르쉐는 경영 악화에 직면하면서 고심 끝에 911 대비 가격이 낮은 박스터(986) 모델을 출시했지만 수랭식 엔진과 헤드라이트 변경 등으로 많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결국 박스터는 대히트를 기록하며 죽어 가던 포르쉐를 심폐소생한다. 이후 SUV 모델인 카이엔(폭스바겐 공동 개발)을 내놓으면서 기록적으로 성장했다. 대표 제품으로 포르쉐의 스포츠카 911 시리즈와 SUV 카이엔, 대형 세단 파나메라,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등이 있다.

김세환 KB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