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도로 원유 생산량 감소 움직임…마이크론, 투자 감축 공식화

주요 석유 수출국이 큰 폭의 감산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도 웨이퍼 투입량 감축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주요 석유 수출국이 큰 폭의 감산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도 웨이퍼 투입량 감축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경제 시장의 화두는 ‘감산’이다. 먼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코로나19 이후 2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산 결정을 내놓았다. 또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하루 200만 배럴 석유 감산10월 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사태 이후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10월 5일(현지 시간) 대면 형식의 정례 회의를 열고당초 시장 전망보다 감산 규모를 확대한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하루 총 생산량은 4185만 배럴로 줄어든다.

당초 시장에서는 하루 원유 생산량 100만 배럴을 감산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보다 2배 더 확대됐다. 이번에 합의된 감산 수준은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최대치다.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은 9월부터 시작됐다. 9월 5일 정례 회의에서 OPEC+는 10월 원유 생산량 목표치를 올해 8월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하루 10만 배럴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 등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자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데 합의한 것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러시아’가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오는 12월부터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를 시행한다. 또 주요 7개국(G7)은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다. 이처럼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강화하자 러시아가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감산을 시도하고 있다.마이크론 발표에 떠는 메모리 반도체반도체 시장도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이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이 설비 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10월 5일(현지 시간) 마이크론은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한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자료에서 투자 계획을 조정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수급 환경이 좋지 않다”며 “우리는 다운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에 비해 웨이퍼 팹 장비나 설비 투자를 약 50% 가까이 줄이는 등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계획에도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3 회계연도 설비 투자도 30% 감축할 것”이라며 “공장 생산량과 장비 구매 예산 모두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반도체업계에서 투자 축소는 감산의 다른 말이다.

‘투자 축소’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는 데 따른 결정이다. 반도체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시장에 재고가 쌓이면서 수요가 줄자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감축 결정을 시작하고 있다”며 “마이크론이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인다고 발표해 주요 메모리 제조사 중 최초로 공식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D램은 아직까지 계약 비용이 생산 비용보다 높다”며 “낸드플래시와 비교하면 생산량을 줄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시장 상황이 더 심각하다. 주류 용량의 웨이퍼 평균 계약 가격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제조 업체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업황도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재고가 쌓이면 공급사 역시 기존 계획대로 생산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올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 생산 계획을 수정해 사실상 감산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트렌드포스는 “내년 수급을 분석한 결과 D램과 낸드는 분기별로 크게 공급 과잉으로 보일 것”이라며 “재고 압박은 상반기에도 계속되므로 내년도 수급 불균형을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향후 실제 D램 생산량 감소에 더 많은 공급 업체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고 한국 반도체 기업보다 이르게 실적을 발표하는 마이크론이 공식적으로 투자 축소를 발표하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 우려가 확산하는 것”이라며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