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간스탠리 “한국·대만 시장 비중 확대…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제시

[비즈니스 포커스]

“많은 나무들이 잘려 나갔다. 다음 주기에는 묘목을 심어야 할 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는 10월 4일(현지 시간) ‘아시아·신흥국 주식 전략 : 한국과 대만을 살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한국과 대만 투자 의견을 동등 비중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아시아·신흥국 시장이 기나긴 약세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이제 다시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1순위는 한국이다.
돌아온 “바이 코리아(BUY KOREA)”
“한국 비중 확대하라” 모간스탠리는 “신흥국과 아시아·태평양 주식 시장에서 1995년 이후 가장 긴 베어마켓(약세장)이 진행되고 있다”며 “새로운 사이클에서의 가장 좋은 기회는 아시아 주식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 시장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외인이 보유 중인 한국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는 상반되는 분석이다.

모간스탠리가 한국 주식 시장에 청신호를 보낸 것은 약세장의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너선 가너를 포함한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오랜 기간 손실을 견딘 신흥 시장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약세장의 사이클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고 봤다. 현재 과다한 매도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바닥을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신흥 시장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달러 급등과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규제로 타격을 입었다. 모간스탠리가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MSCI) 중 신흥국(EM) 벤치마크지수는 5개 분기 연속 하락하며 올 들어 26% 하락하는 등 약세장을 겪었다. 모간스탠리는 그중 한국과 대만은 MSCI 신흥국보다 13.1%, 8.5% 낮은 성과를 거뒀고 절대적·상대적 측면에서 최저 수준에 근접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10월 4일 종가부터 2023년 6월까지 MSCI EM이 약 12%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간스탠리는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신흥국 시장 내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시장을 1위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전 사이클에 비해 덜 취약해 보인다고 판단한다”며 “기업 부문을 포함한 국가의 대차대조표는 더 견고하고 금융 시스템은 탄력적”이라고 썼다. 이 회사가 제시한 2023년 상반기 코스피 목표치는 2600, 저점은 2000이다. 10월 5일 기준 코스피는 2215.22다.

모간스탠리는 “코스피는 고점인 3300 수준에서 1100 이상 내려왔지만 나라의 대차대조표는 견조하다”며 “코스피 2000선은 항상 지지선이 돼 왔기 때문에 하방 압력도 제한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추이를 고려할 때 연말 환율이 달러당 1480원으로 정점을 찍고 금리가 오르면 4분기는 (외국인에게) 좋은 진입 시점이 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회복력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돌아온 “바이 코리아(BUY KOREA)”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최선호”비중 확대 시기에 무슨 묘목을 심어야 할까. 모간스탠리는 한국·대만의 반도체·정보기술(IT) 하드웨어 섹터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이 꼽은 최선호주는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이다. 한국과 대만 두 국가 모두 반도체와 기술 하드웨어 산업 비중이 큰 만큼 증시와 함께 해당 산업에 대한 투자 의견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한국과 대만은 모두 반도체와 기술 하드웨어 산업이 장악하고 있고 반도체 재고 구축과 주문 감소 등 조정 사이클의 문제로 올해 실적이 저조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상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재고 사이클이 최악의 국면을 맞을 것”이라며 “이 변곡점을 맞기 전에 주가가 선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간스탠리가 그리는 반도체 업황은 내년 2분기 반등이다. 모간스탠리는 “반도체는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가 정상화될 때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친다”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과정을 통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반도체는 불황을 넘길 때 매출이 급증하는 경향에 비춰 이번 하락장을 넘기면 주가가 장기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반도체 업황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2020년에는 31% 감소한 뒤 78% 확대됐다.

모간스탠리가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를 추천한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디스플레이 업황이 반도체와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간스탠리는 “반도체, 텔레비전(TV) 세트, 액정표시장치(LCD) 업황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 업종의 회복은 전기전자 회복의 신호탄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최선호주로 제시된 종목들은 급등했다. 10월 5일 SK하이닉스는 4.18%, LG디스플레이는 9.27% 급등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1.45% 상승했다. 모간스탠리는 “SK하이닉스는 목표가 대비 60%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밝혔고 LG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납품 업체들도 “공급 감소 효과를 곧 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모간스탠리는 중국 증시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예측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서방 국가들과의 긴장 등으로 신흥국 증시의 하락에 중국 책임이 크고 향후 12개월간 우수한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싱가포르·칠레에 대해서는 ‘비중 유지’를 제시했고 인도·말레이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은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