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국산 양자 컴퓨터 개발 임박
불완전한 양자 컴퓨터 기술 단계에서도 기존 컴퓨터 능력 능가
오류 포함한 계산 수치라도 비즈니스 활용에 주력해야 할 시점

[경제 돋보기]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양자 컴퓨팅 기술 연구에서 성과를 거둔 3명의 과학자가 선정됐다. 양자 기술의 과학적인 성과와 함께 실용화의 진행이 평가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원자나 광자(光子) 등 미세한 세계에서 발생하는 양자 중첩(0이기도 1이기도 하는 등 확률 분포적 상태)과 양자 엉킴(두 개 이상의 입자가 거리와 무관하게 연계되는 현상) 등의 현상을 활용해 초고속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메인플레임 컴퓨터(집중형) 시대에서 PC(분산형)와 클라우드(집중형) 등으로 변화하면서 정보화 사회의 형태를 혁신해 왔다. 그리고 차세대 디지털 기술로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분산형 시스템이 부상하는 한편 구글 등은 양자 컴퓨터의 개발을 앞당기면서 플랫폼 중심의 집중형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과거 메인플레임 컴퓨터 시대에서 반도체 등 전자 산업이 크게 도약하다가 PC 시대 이후의 정보화 트렌드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하고 전자 산업과 함께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후지쯔의 슈퍼컴퓨터인 ‘후가쿠’가 계산 속도에서 세계 최정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등 고속 컴퓨터 기술과 함께 관련 기초 과학에서 세계적인 과학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과 연구 기반을 활용해 일본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초 기술과 함께 상업적 응용에 주력 중이다.

양자 컴퓨터는 고분자 화학 소재와 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분자 구조를 설계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전기 전자·자동차·로봇·항공 우주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 정부는 2022 회계연도에 일본산 양자 컴퓨터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양자 컴퓨터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1호기는 리카가쿠연구소와 후지쯔가 함께 개발 중이고 후지쯔는 이와 별도로 2023년 독자 제품을 출시해 각 기업의 컴퓨팅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후지쯔의 이 양자 컴퓨터는 초저온에서 전기 저항을 없애는 초전도 회로로 계산하는 64양자 비트의 컴퓨터가 될 것으로 보여 2019년 구글이 처음 개발한 양자 컴퓨터의 53양자 비트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전기(NEC)는 구글이나 후지쯔 방식과 달리 조합 최적화 등 특정 문제에 특화한 양자 컴퓨터 개발에 주력 중이다. 일본전기는 지난 3월 초전도 회로 반도체를 포함한 계산용 기본 소자를 이미 개발했고 2023년 100양자 비트의 제품을 출시해 클라우드를 통해 각 기업과 정부기관 등에 연구용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그리고 히타치제작소는 실리콘기판을 미세가공해 만든 미세한 상자에 전자를 밀봉함으로써 양자 비트를 실현, 원자보다 훨씬 작은 전자 1개를 고정밀로 제어하는 기술을 활용해 양자 컴퓨터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양자 컴퓨터에는 계산 오류도 많고 실용적인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100만 양자 비트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벽한 양자 컴퓨터의 개발에는 앞으로도 많은 기간이 소요될 수는 있다. 하지만 불완전한 양자 컴퓨터 기술 단계에서도 기존의 컴퓨터 능력을 능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완벽한 결과가 아닌 오류를 포함한 계산 수치라도 상업적으로 의미 있게 활용하는 응용 능력도 중요하다. 양자 컴퓨터의 기초 연구·개발과 함께 이러한 비즈니스 활용에 주력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도 정부와 대학 연구소 차원의 과학 기술 개발과 함께 기업과 기업 연합을 통해 양자 컴퓨터와 기존 슈퍼 컴퓨터를 혼합적으로 활용하면서 장단점을 보완하는 등 양자 컴퓨터의 실용화 기술의 축적이 중요할 것이다. 양자 기술로 딥러닝 인공지능(AI)을 각종 디바이스에도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응용, 조합 문제에 대한 계산 능력을 활용한 수송·물류 효율화, 소재·의약품 개발 활용, 양자 암호 등 상업적 응용을 병행하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양자 컴퓨터 개발 경쟁 가속…한국도 도전 필요할 때[이지평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