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서방과 체제 경쟁 시작 선언
美에 상장된 中기업 주식 폭락
경제 전문가 없이 시진핑 측근만으로 구성된 당대회
미·중 사이에 줄타기 전략 필요한 한국

[경제 돋보기]

지난 10월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폐막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다. 시 주석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까지 유지됐던 2연임 초과 금지 원칙을 깨고 실질적으로 영구 집권의 길을 가기로 했다. 스스로 본인을 공식적으로 마오쩌둥·덩샤오핑 주석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하지만 세계 금융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시 주석의 집권 3기가 독주 체제로 확정되자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식이 폭락했다. 10월 24일 하루 동안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5대 중국 기업들의 시가 총액이 521억7000만 달러(약 75조2300억원) 증발했다. 또한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급락하며 2009년 마무리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 시장의 반응에는 먼저 이번 당대회 보고 내용에 기인한다. 중국은 ‘중국식 현대화’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동안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가 강조해 온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서 진일보한 느낌이다.

중국 체제가 사회주의이지만 중국의 역사를 가미해 중국만의 개혁·개방을 지향하는 것이 기존의 선언이었다면 이번에 거론된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이 그동안 추구해 온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모든 인민을 ‘공동부유’하게 만들고 사회주의를 유지한 채 중국 사회를 선진국 수준으로 ‘현대화’하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핵심은 여기에서 체제 발전의 방향을 선언하는 차원을 넘어 서방의 ‘서구식 현대화’에 대비해 ‘중국식 현대화’를 지향하겠다는 것이어서 ‘서방과의 체제 경쟁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당대회 보고는 2020년부터 제기된 내수 시장과 국제 시장의 ‘쌍순환’에서 좀 더 중국 국내 내수 시장에 초점을 둔 성장 전략으로의 전환을 포함한다. 결국 그동안 세계 경제와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국내 경제를 최대한 발전시켜 나가는 ‘쌍순환’보다 인구 대국으로서의 중국이 내수 시장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어서 중국이 ‘개방·개혁’보다 ‘고립’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해석된다.

또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어떤 경제 전문가 없이 시 주석의 측근으로만 구성하면서 이번 당대회를 마무리했다. 결국 개방을 통해 경제 체제 개혁의 적임자를 찾기보다는 시 주석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앞으로 중국을 이끌어 갈 핵심 지도부를 구성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러한 시 주석의 ‘장기 집권’과 ‘고립’의 선택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기술 개발과 축적이 외국과의 교류 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아는 중국이 고립을 선택하면서 동시에 기술 발전을 통한 군사력 증진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갈지 의문이다.

또한 ‘중국식 현대화’라는 방향을 제시한 중국은 내부적으로 서방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는 데 공을 들일 것이다. 동시에 아프리카·동남아 등 제삼세계를 중심으로 체제 홍보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안팎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온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단시일 내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은 힘을 비축하며 미국을 앞서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동맹국에 우호적인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안보 동맹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한국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우호적인 전략을 보일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대외 경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
‘장기 집권’과 ‘고립’ 선택한 중국 시진핑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