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로 디지털 콘텐츠 판매하고 블록체인으로 아이돌 투표까지

SM부터 하이브까지…엔터사가 블록체인 하는 이유[비트코인 A to Z]
아이돌 산업과 팬덤 문화에서는 단순히 음반과 공연만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한 양방향 소통이 필수다.
하이브의 ‘위버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버블’,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등의 팬덤 서비스에서는 스타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독점 콘텐츠, 온라인 상점 등도 제공하며 활성 사용자와 실질적인 매출 면에서도 계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주 고객 연령층이 어리다는 점을 중시해 더 앞선, 더 차별적인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제는 메타버스를 비롯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분야에도 진출을 꾀하고 있다.
메타버스로 ‘광야’ 구현한 SM의 목표
SM은 4대 기획사 중 메타버스에 대한 의욕을 가장 먼저 나타냈다. SM이 디지털 상에 구현한 가상 국가 ‘뮤직네이션 SM타운’과 ‘SM타운 버추얼 네이션’을 거쳐 2020년 에스파의 데뷔와 함께 SMCU(SM타운 컬처 유니버스)에 이르기까지 SM은 지금까지 구축해 온 브랜드를 하나의 세계관에 담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SM은 메타버스에 그치지 않고 블록체인과의 연계에도 신경쓰고 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이 개최한 콘퍼런스에 직접 참여해 연설했고 창작 문화를 통한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 ‘P2C(Play to Create)’라는 개념을 고안해 냈다.
P2C는 이 총괄 프로듀서가 창안한 개념이다. 누구나 창작을 즐기고 경제적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기조연설에서 “기존에는 코인이라는 경제적인 보상만 있었다면 이제는 NFT를 통해 아트·아이템·음악 등의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이 제공되고 이를 기반으로 창작물이 팬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며 P2C를 창안해 낸 이유를 밝혔다.
자회사인 SM브랜드마케팅은 P2C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바이낸스·더샌드박스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SM부터 하이브까지…엔터사가 블록체인 하는 이유[비트코인 A to Z]
네이버의 첫 NFT 파트너 JYP
지난 5월 두나무와 JYP엔테테인먼트(이하 JYP)의 NFT 관련 합작 법인 계획이 백지화됐다. 두나무가 하이브와 함께하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우세한 가운데 JYP의 다음 파트너는 네이버였다. JYP 걸그룹 엔믹스(NMIXX)의 컴백을 앞두고 네이버 나우드롭스(NOW.Drops)에서 엔믹스의 NFT 출시를 발표했다.
나우드롭스는 네이버와 라인넥스트의 글로벌 NFT 플랫폼 도시(DOSI)에서 만든 NFT 서비스다. 사용자들은 도시 월렛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로그인 등 기존 네이버가 개발한 솔루션을 통해 별도의 암호화폐 지식 없이 네이버페이나 신용카드만으로 NFT를 구매할 수 있어 타 플랫폼에 비해 높은 접근성을 자랑한다.
나우드롭스는 아티스트의 모멘트가 담긴 NFT를 ‘크리스탈’이라는 형태로 판매하며 도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가 제공된다. 또한 ‘컴백 서포트’라는 형식으로 유틸리티도 마련했는데, 예를 들면 오프라인 광고의 배너 문구 등을 NFT 홀더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추후에 출시할 AVA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크리스탈 NFT의 2차 판매와 홀더를 위한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있다.
두나무와 하이브의 ‘모먼티카’
두나무는 이미 지난해 한국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함께 NFT 사업을 시작했다.
합작법인 레벨스를 설립하고 케이팝 분야 디지털 컬렉터블 플랫폼 ‘모먼티카’를 출시했다. 루니버스 기반의 레벨스(LEVVELS) 체인을 사용하고 하이브의 팬덤 서비스 위버스와 연동함으로써 기존 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팬들이 갖고 싶어 할만한 스타의 독점 콘텐츠를 제공한다.
모먼티카는 블록체인 검색 툴인 블록 스캐너가 구현돼 있고 각 NFT를 ‘테이크(Take)’라는 명칭으로 부르면서 사용자 친화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용자의 수집욕을 자극하기 위해 속성에 ‘희귀도’를 강조한 것이 인상 깊다. 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NFT 무료 드롭을 진행했고 자체 포인트인 ‘몬(MON)’을 카드 결제 등으로 충전해 테이크를 구매할 수 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는 4대 기획사라고 불릴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큐브는 지난 2월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사 애니모카브랜즈와 합작법인 ‘애니큐브’ 설립을 발표했고 최근 5000개 한정 컬렉션인 ‘애니베어’ NFT를 발매했다. 언뜻 보면 자사 아이돌의 IP를 적절히 활용한 프로필 이미지(PFP)로 보이지만 프로젝트 로드맵과 사용처가 명확한 멤버십 NFT에 가까운 형태다.
웹2와 웹3 기업의 협업으로 마케팅에서는 (여자)아이들, 라잇썸 등을 내세운 홍보를 진행함과 동시에 NFT의 발행·판매 과정에서는 애니모카브랜즈의 노하우가 엿보이는 부드러운 진행 과정을 보여줬다. 애니베어 NFT는 폴리곤 체인 기반이고 오픈시에서 유저 간 거래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으로 뽑는 아이돌 ‘트리플에스’
SM부터 하이브까지…엔터사가 블록체인 하는 이유[비트코인 A to Z]
트리플에스는 블록체인과 관련이 높은 아이돌이다. 다른 대형 기획사들이 기존의 IP를 활용해 웹3에 진출하는 반면 트리플에스의 기획사인 모드하우스는 데뷔 전부터 이더리움 확장성 솔루션 폴리곤(Polygon)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었고 한국 암호화폐 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인 언오픈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중이기도 하다.
트리플에스는 총 24명의 멤버로 기획된 걸그룹이고 지금까지 8명의 멤버가 공개됐다. 아직 멤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 이 걸그룹은 이례적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독특한 세계관과 그를 뒷받침해 주는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한 팬 참여 방식이다.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가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과정이 불공정했음이 밝혀지면서 반사 이익을 얻은 것이다.
트리플에스 세계관의 팬 참여는 코스모(COSMO)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지는데 멤버 투표를 위해 무료로 배포된 1만 표를 제외하고도 약 1000만원 내외의 구매가 이뤄졌다.
팬덤 설득은 숙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아직까지도 대중들에게 생소하다. 그렇다 보니 일반 팬들은 기획사가 그들의 스타를 이용해 블록체인과 NFT를 활용한다면 대부분 반응이 좋지 않다.
하이브가 NFT 시장 진출 소식을 발표한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팬들은 ‘환경 파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팬들이 반발한 이유가 단순히 환경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설득력이 없다는 데 있다.
기존에도 앨범마다 랜덤 확률의 포토카드를 통해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시켜 여러 장의 앨범을 사게 했고 팬 소통 서비스를 통한 양방향 소통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모먼티카에 하이브 대표 아이돌인 BTS가 빠진 이유도 이런 민감한 문제를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K팝 스타와 음악을 응원하는 팬덤에 한국 기획사들이 블록체인과 NFT를 통한 새로운 산업을 증명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곽태윤 디스프레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