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구매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업(業)의 재정의…B2B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본격 탈바꿈 시동

서브원 평택 중앙HUB 물류센터 내부
서브원 평택 중앙HUB 물류센터 내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거치면서 산업을 가리지 않고 디지털 전환(DX)이 기업 혁신의 공통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 운영 자재(MRO)업계의 맏형 격인 서브원도 전사적인 DX에 집중하고 있다.

서브원은 올해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인 5조5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9년까지 LG그룹의 MRO 계열사였던 서브원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2019년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당시 서브원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해 2020년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김동철 사장은 “독립 이전에는 성과나 이익을 너무 내도 문제였다”며 “그룹 일감만 잘 처리하면 되는 안주하기 쉬운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난 이후 서브원의 매출은 30% 늘었고 주요 그룹사 10곳 중 7곳은 우리 고객이 됐다”며 서브원의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이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서브원은 현재 고객사 1300여 개, 협력사 2만8000여 개로 연간 거래 상품 수만 70만여 개가 넘는다. 김 사장은 지난 20여 년간 축적해 온 데이터 자산이 서브원의 미래 생존을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기존 거래 방식은 물론 일하는 방식 자체도 바뀌어야만 MRO업 자체는 물론 서브원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가 가능하다”며 디지털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구매 솔루션 전문가로 진화…‘업의 본질’ 전환
서브원에 누적된 총 상품 데이터는 700만여 건에 달한다. 매월 평균 신규 상품이 4만여 개, 매일 2000개씩 늘어나는 수준이다. 일반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약 10배 이상 많은 수준으로, 구매 주도권이 고객에게 있는 MRO업의 특수한 구조도 한몫했다. 고객이 찾아 달라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구매 대행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동일 상품군에서 엇비슷한 상품 가짓수들이 늘어나 업무 비효율성과 관리 비용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였다. 고객의 요청 상품을 찾아 주고 공급해 주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었던 것이다.

서브원은 방만한 상품·거래 데이터의 양을 최적화하고 데이터의 질을 높여 고객이 속한 산업군에서 가격과 품질에서 가장 최적화된 상품을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최근 정식 오픈한 MRO 산업 자재 유통 전문몰인 ‘서브원스토어’는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첫 결과물이다. 서브원에 누적된 총 상품 수는 700만여 개에 달하고 매일 수십만 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서브원스토어에는 시장 가격·거래량·고객 선호도 등을 반영한 데이터 분석 기술로 기업 고객에게 선 제안하는 분석을 토대로 엄선한 대표 상품 8만 가지로 압축했다. 김유준 서브원스토어 총괄 상무는 “기존 구매 대행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고객에게 선 제안하는 B2B 전문 유통 플랫폼”이라면서 “기업 고객들이 마치 온라인 쇼핑을 하듯이 손쉽게 구매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브원만의 포장재, 연구·개발(R&D)과 같은 대표적인 카테고리 부문의 상품 전문성을 한층 강화했다. 올해 9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는 포장재 부문은 업계 유일의 포장기술연구소를 바탕으로 포장재 솔루션 전문몰 ‘패커원’을 선보였다. 기업 물류의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 포장재를 비롯해 맞춤 주문·개발·제작·컨설팅까지 포장재 구매 관리의 전 과정을 한곳에서 편리하게 원스톱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각종 기업 연구소 R&D 부문에서 필요한 시약·초자류·측정·분석 장비 등 R&D 상품 전문몰(G-lab)과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필요한 친환경 상품 전문관도 마련했다. 김 상무는 “서브원만의 상품 전문성 고도화와 우수 협력사와의 상품 개발·소싱 협업을 기반으로 산업별 전문 상품군을 서브원스토어에 지속 확대 선보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브원은 단순 상품 데이터만이 아니라 기존 구매 업무 방식과 영업·고객 관리 같은 비정형화된 노하우까지 데이터 자산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공인구매공급관리전문가(CPSM) 자격 보유자가 업계 최다인 340여 명이나 된다. 또한 임직원이 구매 컨설턴트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업무의 질을 높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4년간 고객 상담 채널·구매·영업 관리 부문 등에서 대표적인 100여 가지 단순 반복 비율 업무와 관련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해 연간 4만 시간 이상 단순 반복 업무를 줄였다.
아시아 1위 MRO, 서브원의 멈출 줄 모르는 혁신 행보
전문성 강화로 전기차 배터리 MRO 솔루션 구축
서브원의 DX를 통한 전문성 강화는 수익성 강화를 의미한다. DX를 통해 내부 관리 비용을 낮추고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산업 전문성을 강화해 서비스의 부가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서브원은 올해 전기차(EV) 배터리 주요 고객사와 오랜 협업과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지역에 동반 진출했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구축·유지·운영되기까지 공정·설비·생산 계획에 따라 수만여 개의 원부자재가 필요하다. 서브원은 고객사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필수 자재 수급과 조달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을 파악했다. 김 사장은 “EV 배터리 공장 설립 때와 각 생산 공정마다 필요한 각종 부자재와 소모성 자재들을 전문가들과 세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토대로 EV 배터리에 최적화된 MRO 솔루션 패키지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EV 배터리를 시작으로 전기차 공정 생태계 전체로 가장 최적화된 구매 솔루션을 구축해 우리 스스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아시아 1위를 넘어 글로벌 MRO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서브원의 글로벌 진출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 고객 영입해 지속 성장
아시아 1위 MRO, 서브원의 멈출 줄 모르는 혁신 행보
서브원은 현재 2005년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 현재 아시아(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미주·유럽(폴란드·헝가리) 등에 6개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전체 임직원 대비 약 5% 이상은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도록 해 글로벌 구매 전문가를 육성하고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22년 올해 해외 부문 매출은 서브원 전체 연간 매출의 약 35%(약 1조90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아졌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물론 세계 1위 초콜릿 식품 기업 마즈(MARS)·존슨앤드존슨·3M 등 글로벌 기업과 중국 현지 기업 등 45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서브원 중국 법인은 난징과 광저우에 물류 센터를 두고 베이징·상하이·텐진·옌타이 등 4곳의 분공사를 운영 중이며 38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의 산업재 MRO 물류 전문 기업 진순심(JSX)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진순심은 중국 최대 민영 택배 물류 회사인 순펑(SF)의 자회사로, 스마트 물류 플랫폼 기술이 강점인 산업재 MRO 물류 전문 기업이다.

서브원은 진순심과 조인트벤처를 설립, 연 475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MRO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중국 대형 민영 기업과 국영 기업까지 고객사를 확대해 현지 영업력과 중국 정부에 대한 대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서브원은 앞으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현지 기업도 적극 공략해 글로벌 MRO 톱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