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세안 국가에 치우친 아세안 정상회의
11월 정상회의서 아세안에 대한 각별한 배려 필요
한국의 전통적 수출 시장인 아세안…협력 방안 모색해야

[경제 돋보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지난 2년간 올스톱됐지만 전통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11월은 외교 통상 정상회의가 집중되는 시기다. 올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각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과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특히 올해에는 세계 주요국(G20) 정상회의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됐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악재로 뒤덮인 세계 경제의 탈출구가 다양한 형태의 정상회의를 통해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11월 11~13일 아시안 국가들 간 정상회의, 아세안+1 양자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회원국별로 돌아가며 아세안 전체 정상회의를 열고 이어 미국·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개최한다. 2005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시작된 EAS는 2011년 미국과 러시아가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현재 16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형식상 아세안이 중심이 되는 정상회의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중국·일본 정상들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인식한 아세안 국가들은 국제 협력에서 동남아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게감은 비아세안 국가에 치우쳐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11월 15~16일 제17차 G20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G20 정상회의는 19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으로 구성된다. 주요 7개국(G7)이 서방 선진국 클럽이라면 G20는 경제 발전 단계와 무관하게 경제규모가 큰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하는 포럼이다. 세계 총생산의 약 80%와 국제 무역의 70%를 점유하는 G20는 팬데믹 극복, 국제 금융 안정성, 기후 변화 대응, 지속 가능한 개발 등과 같은 세계 경제 현안을 논의해 왔다.

APEC는 1989년 호주·한국·일본·미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 국가가 참여해 결성됐다. 창립 초기에는 아세안 10개 국가 중 6개 만이 참여했고 1991년 중국·대만·홍콩이, 이후 멕시코·파푸아뉴기니·칠레·페루·러시아 등이 가입했다. 현재 전체 회원국 수는 21개국이다. 1993년 미국이 주도해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매년 정상회의를 개최해 왔다.

이후 몇 년간 미국은 ‘개방적 지역주의’를 주창하는 등 APEC를 통해 아·태 지역 국가와 깊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00년을 전후해 APEC에 대한 관심이 약화됐다. 정상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잦았지만 미·중 갈등 구도가 격화되면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동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 기조에 따라 정상회의에 참여하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대부분의 정상들은 프놈펜과 발리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발리 G20 정상회의와 APEC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아세안 관련 회의는 리커창 총리가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발리에서 첫 양자 간 대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갈등 완화 방안을 모색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각자 방침을 밝히는 선에서 회담이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프놈펜 한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밝혔고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과 한·중·일 간 실질적 협력 방안 구상을 제시했다. 한국은 2024년 한·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로의 격상을 제안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비즈니스 서밋, ‘식량·에너지·안보’와 ‘보건’ 세션에서 연설했다.

미·중 디커플링, 공급망 왜곡, 글로벌 금융 불안 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국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1월 개최되는 정상회의를 국익 실현의 장으로 활용해야 하겠지만 특히 아세안에 대해서는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의 수출 시장이고 아세안 국민들은 한국에 대해 높은 호감과 함께 벤치마크해야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3년 만에 재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 한국의 자세 [정인교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