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트럭에 PCM 냉동 축랭 시스템 적용…30%의 유류비 절감 효과 가능

[인터뷰]
이정근 이에스티 대표 “신선식품 배송 전기차에 맡겨 주세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직접 장을 보러 나서는 대신 ‘신선식품’ 등을 배송 받는 게 일상이 됐다. 농산물과 같은 신선식품의 배송이 늘어나면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부분이 ‘콜드체인’이다. 산지에서 수확한 신선식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저장·운송되는 과정에서 온도를 저온으로 유지해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도로 위의 아이스 박스’로 불리는 냉동 탑차의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 전문 업체인 이에스티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냉동 탑차의 기능을 전기 트럭에 적용하는 데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냉동 탑차는 자동차의 시동이 켜진 상태에서만 저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에스티가 개발한 축랭 냉동 탑차는 전기를 이용해 얼음을 저장하면 배송 과정에서 냉동 탑차의 엔진이 꺼지더라도 정해진 냉동과 냉장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도로 위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최상의 상태에서 신선식품을 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정근 이에스티 대표를 만나 친환경 시대 더욱 주목 받는 전기 트럭용 축랭 탑차 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네덜란드 ‘버바박스’ 도입, 콜드체인 완성
이에스티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반도체 장비 기업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의 자회사로 2007년 설립했다. 설립 이후 한국생산기술원과 기술 협약을 맺고 독점 공급권을 확보한 차세대 에너지 절감 기술인 PCM(Phase Change Material) 특허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PCM은 ‘상변화 물질’을 뜻한다. 고체에서 액체로 변화할 때와 같이 상(相)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는 열에너지 조절 물질이다. PCM의 가장 큰 장점은 열 저장 능력이 뛰어나 대량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냉동 탑차와 같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저온을 유지하는 데 적합하다.

2008년 축랭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냉동·냉장 수송 제품을 생산해 왔다. 1톤 화물 차량의 짐 싣는 부분을 떼어내고 PCM 냉동 탑차를 탑재하거나 기존 탑차의 시설을 개체하기도 했다. 현재 풀무원·CJ제일제당·육군본부·청정원 등이 이에스티의 냉동 탑차를 통해 신선식품 등을 배송하고 있다.

이에스티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PCM 냉동 탑차를 전기 트럭에 적용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심야에 전력을 활용해 냉기를 축적한 후(축랭) 원하는 냉동·냉장 온도에 맞춰 낮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약 6~7시간 동안 충전하면 8시간 동안 온도가 유지된다. 이 대표는 “문을 열지 않고 냉동 저장고처럼 활용한다면 36시간까지도 저온 유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기 트럭에 적용한 PCM 냉동 탑차는 특히 2023년 3월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친환경적인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경유 화물 차량을 전기 트럭으로 대체하면 유류비 절감 효과와 함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저온 유지를 위해 엔진을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하는 기존의 냉동 탑차와 달리 이에스티의 냉동 탑차는 차량을 운행할 때만 시동을 걸어도 되기 때문에 연비를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 또한 크다. 이에스티 측에 따르면 전기 트럭 냉동 탑차는 약 30%의 유류비 절감 효과와 함께 차량 수명이 증가하는 효과 또한 누릴 수 있다. 이 대표는 “2023년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에서도 전기 트럭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빠르게 바뀌는 시장 상황에 맞춰 재빨리 움직이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스티는 올해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네덜란드 ‘버바박스(VebaBox)’와 협력해 이동식 냉동 박스를 한국에 도입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전기 트럭 냉동 탑차는 유류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 더해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며 “특히 올해부터는 이에스티의 전기 트럭 냉동 탑차 기술에 버바박스 등을 더해 보다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에 도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