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낙관론’이 지배하는 금융사들…2023년 1분기 달러 강세 재개 가능성 높아져

[머니 인사이트]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지난 10월 중순, 3년 만에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과 자산 운용사, 부동산 투자회사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주로 이코노미스트와 주식·채권·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들을 만났다.경기 침체 전망에도 낙관적인 월가살인적인 물가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뉴욕 현지는 활력이 넘쳤고 매우 낙관적이었다. 만났던 모두가 예외없이 미국 가계와 기업의 재무 상태가 매우 건전하고 노동 시장이 견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부분 내년 중반 이후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과거와 달리 과잉이 붕괴된 결과가 아니고 에너지 자립마저 가능하다는 점 등이 낙관론의 근거였다.

가장 걱정했던 높은 이자 비용에 따른 신용 위험에 대해서는 고금리 환경에서 가계와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될 수 있지만 과거에 비해 재무 상태가 훨씬 건전하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힘이 강하다는 의견들이다.

미국은 장기 고정금리 계약이 많아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차가 꽤 있을 것인 반면 오히려 동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주변국과 신흥 시장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유럽은 2023년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이고 중국은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TINA(There IS No Alternative)는 주식이라기보다 ‘미국’인 것 같았다.

너무 낙관적이어서 리스크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가 거의 돼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보인다. 현지에서 숱하게 들었던 얘기는 “Fed의 긴축과 경기 침체는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 물가는 2023년 말까지 기저 효과로 떨어지게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 시장이 매우 좋다는데 그러면 물가가 생각했던 수준으로 떨어질까. Fed가 기준금리를 5% 위로 더 끌어올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장기 금리는 하락할 수 있을까” 등 리스크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았다. 컨센서스를 벗어난 상황에 대한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컨센서스는 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향후 가격에 반영돼야 할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완만한 침체(mild recession)를 넘어 위기(crisis)에 빠질 가능성을 찾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극단적인 위기 시나리오보다 미국과 미국 외 지역의 차별화가 지속되면서 달러 강세가 재개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로 달러 약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2023년 1분기를 전후로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전망 악화가 본격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변동 금리 대출 비율이 75%가 넘는다. 통화 약세와 물가 상승은 미국보다 유럽과 아시아, 신흥 시장에 더 충격을 줄 위험이 높다. 한 콘퍼런스에서 만난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는 다른 나라들의 물가를 끌어올려 아시아 등의 스트레스를 더 키울 것이고 기업들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높은 물가에도 맨해튼 곳곳은 어딜 가나 북적였고 실내 어디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타벅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매장에 ‘사람 구함’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일손이 부족해 계산하고 청소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매장은 이전보다 많이 지저분했다. 새로 출근했는지 일이 서투른 직원들도 종종 보였다. 그만큼 접객 업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급여가 가장 낮았던 분야의 임금 상승률이 대면 업종 기피로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의 하방을 탄탄히 받치고 있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기저 효과로 안정되고 있지만 임금과 서비스 가격의 상승률은 여전히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물가는 엄청났다. 특별한 곳이 아니더라도 점심은 1인당 50~70달러, 저녁은 70~100달러 정도는 잡아야 했다. 우버 택시로 미드타운에서로어 맨해튼까지 20~30분 거리지만 약 5만~7만2000원(약 35~50달러) 정도 나왔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높은 물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요가 많고 일자리 걱정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보조금도 여러모로 받고 있기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돼 쉽게 진정되기 어려워 보였다. 역설적으로 과잉 수요를 제어하기 위해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더 강하게 해야 하거나 적어도 높은 수준을 꽤 오랫동안 유지할 리스크는 매우 높아 보였다.Fed는 어떤 실수 했을까언론사 콘퍼런스에 참석한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이례적으로 매우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Fed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오판한 이유는 현재 Fed의 경제 추정 모형이 1980년대 중반 이후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전염병과 공급 충격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석유와 식량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항목의 문제로 바뀌었다. Fed의 예측은 계속 틀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플레이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물론 노동 시장의 기대치가 하락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인건비는 꾸준하고 영속적이기 때문에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Fed가 노동 시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Fed는 완전히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지속적이고 집요한 인플레이션에 놀라는 중이다. 하지만 3~4%대 실업률에 물가가 안정된다는 그들의 전망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Fed의 예측은 계속 틀릴 것이고 기준금리는 더 인상해야 할 것이다. 이는 유럽 등 다른 중앙은행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예측 모형 값은 전환점을 전망하지 못한다. 저소득층은 실질 소득 감소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이어 갔다.

펀더멘털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와 달리 2023년 장기 금리는 경기 순환상 대부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2023년 중반 이후 경기는 완만하더라도 침체에 빠질 것(mild recession)이고 결국 물가가 안정되면 Fed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시각이 컨센서스였다. 가장 강한 시각을 가진 투자은행 한 곳은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올해 4분기를 정점으로 내년 3분기에는 2.8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장기 금리 하락에 대한 컨센서스가 너무 확고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것은 오히려 소수 의견들이었다.

“국채 투자자들이 실수하는 것은 앞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장기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쁘면 자금 수요가 감소해 금리가 하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의 자금 수요가 줄어도 정부가 빌려야 하는 돈의 규모가 이를 압도한다. 경기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 그리고 공장 설비 등 과거에 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한 인프라 투자다. 정부가 돈을 더 빌려야 하는데 Fed는 양적 긴축(QT)을 하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재정 적자를 내고 있는데 중앙은행이 사 주지 않고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지금 같은 구조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경제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한다면 장기 국채와 주식은 같은 자산군인 셈이다. 그러니 자산 배분 효과가 없다.”

소수 의견이었지만 설득력 있는 시각이었다. 현금 그리고 높은 일드(yield)를 주는 만기가 짧은 안전한 채권으로만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에서 생각했던 그림과 다른 것이 많았던 탐방이었다. 현지의 주장도 있고 현지의 주장이 너무 일방적이어서 역발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달러 강세가 쉽게 멈추기 어려운 여건일 수 있고 비용 상승에 대한 충격은 미국보다 주변국이 클 것이라는 주장, 기대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기 어려워 금리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시각 등이 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 겸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