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11월 개최에 치킨 수요 더 늘어…에이스 ‘손흥민 잡기’에 분주한 기업들

[비즈니스 포커스]
11월 28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조규성이 추격하는 첫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월 28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조규성이 추격하는 첫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드컵은 ‘스포츠 마케팅의 꽃’이라고 불린다. 높은 응원 열기와 시청률 때문에 월드컵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그 어느 행사보다 크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올랐던 2002년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02년 경제 백서에 따르면 한·일 월드컵으로 한국이 거둔 경제 효과는 26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이 16강에 진출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민간 소비 지출 증가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 8634억원,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 9000억원을 예상하기도 했다.

상업적인 효과만 놓고 본다면 올림픽보다 월드컵으로 기업들이 가져가는 이득이 더욱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경기장 밖에서 펼쳐지는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 경쟁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내뿜는 열기만큼이나 늘 뜨겁다.

4년 만에 열린 이번 카타르 월드컵도 예년 못지않게 기업들의 월드컵 장외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 마케팅의 특징을 정리했다.키워드1. 집관족 급증에 펼쳐진 ‘치킨 전쟁’한국과 가나의 조별 예선이 펼쳐졌던 11월 28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 이츠는 ‘치킨 대란’에 빠졌다.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10위 대부분을 치킨 업체들이 차지했다. 주문도 어려웠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에서 운영하는 가맹점은 아예 주문 불가가 뜨거나 메뉴 대부분이 품절 상태였다.

결국 사람이 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동네 치킨집에서 배달을 시켰는데 상품을 받기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평소보다 세 배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월드컵을 보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여름이 아닌 날씨가 추운 11월에 열렸다. 이에 따라 ‘집관(집에서 관람)족’이 월드컵만 되면 특수를 노리는 유통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대표 배달 음식인 치킨업계에서는 ‘월드컵 특수’를 노린 맞춤형 메뉴 출시와 할인·증정 이벤트 등 각종 프로모션을 앞세워 적극 수요 흡수에 나서는 ‘치킨 전쟁’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가 대표 축구팀의 첫 경기가 있었던 11월 24일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배달 주문 수요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촌치킨·BBQ 등 개별 치킨 프랜차이즈 자사 앱들이 한때 먹통이 되며 아예 주문을 받지 못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28일 경기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사전에 서버 증설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원활한 배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급증한 배달 수요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치킨 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교촌치킨은 11월 28일 매출이 전주 대비 150%, 전월 대비 160% 늘었다고 발표했다. 우루과이전이 열린 11월 24일 매출도 전주 대비 110%, 전월 대비 140% 증가했는데 이를 뛰어넘었다. BBQ의 매출도 전월 대비 220% 뛰었고 전주보다 190% 급등했다. bhc치킨 역시 같은 날 가맹점 매출이 전월 동일 대비 297%, 전주 동일 대비 312% 증가했다. 전년 동일보다는 213% 올랐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도 집관족 급증의 수혜를 봤다.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월드컵 기간 매출 또한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월드컵이 여름에 열리기 때문에 (월드컵 기간에는) 호프집이나 레스토랑 등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번 월드컵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 개최된 데다 경기 시간도 늦은 밤(오후 10시)이어서 집에서 월드컵 시청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흥행 보증 수표 된 ‘손흥민’한국 대표팀 선수 손흥민을 앞세운 마케팅이 활발한 것도 이번 월드컵 마케팅의 특징이다.

그가 대표팀 주장인 데다 뛰어난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일찌감치 그를 광고 모델로 낙점하고 매출 상승 효과를 노린 것이다.

롯데리아는 손흥민 선수를 주인공으로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 등을 한 팩에 담은 ‘슈퍼소니팩’을 출시하며 월드컵 특수를 겨냥하고 나섰다.

GS25는 손흥민 선수 소속 팀 ‘토트넘홋스퍼’와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토트넘신발튀김 등 도시락을 선보였다. 수제 맥주와 위스키 등 자신이 선호하는 주류와 안주를 사 집에서 응원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CU도 12월 11일까지 ‘#GO쏘니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손흥민 선수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찰칵’ 포즈를 취하거나 공을 차는 슈팅 영상을 촬영해 ‘#GO쏘니’ 해시태그 및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피드에 이를 올려 참여할 수 있다.

CU는 참여 고객 2명을 선정해 스탬프 이벤트로 뽑힌 5명과 총 7명의 쏘니 원정대를 구성해 토트넘 직관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농심 신라면은 월드컵에 앞서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기용했다. 또 월드컵을 겨냥해 ‘새우깡 캠페인’을 마련했다. 새우깡을 모티브로 한 유니폼과 깃발·머플러·스티커 등을 제작해 대표팀 경기의 응원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 싱가포르 맥주 브랜드 ‘타이거맥주’가 발 빠르게 손흥민 선수를 브랜드 공식 앰배서더로 영입해 한국 마케팅에 나섰고 메가커피는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한 에너지 음료 ‘붉은악마’, ‘태극전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월드컵’ 없는 월드컵 마케팅늘 그랬듯이 이번 월드컵 역시 관련 기업들의 마케팅에서 정작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축구와 함께 치킨을 즐겨라’, 또는 ‘함께 태극전사들을 응원하자’라는 메시지 등을 내놓았을 뿐 그 어디에도 월드컵과 관련된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월드컵 주관사인 국제축구연맹(FIFA)의 엄격한 파트너 및 스폰서 관리 체계와 연관이 있다. FIFA는 자사를 후원하는 파트너와 스폰서 외에 기업들이 월드컵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현대차·기아가 월드컵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밖의 기업들은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기 때문에 월드컵을 상징하는 태극전사나 손흥민 선수와 같은 선수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월드컵 파트너사는 월드컵과 관련한 모든 행사나 경기 등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노출을 보장받는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경기장 광고판에 현대차·기아가 새겨진 로고가 종종 등장하는 것도 현대차·기아가 월드컵 파트너사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기아는 카타르 월드컵 공식 운영 차량으로 승용차·레저용 차량(RV) 446대, 상용차 170대 등 총 616대를 FIFA에 제공 중이기도 하다.

오비맥주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맥주 가운데 버드와이저와 함께 유일하게 카타르 월드컵 마크를 부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버드와이저와 오비맥주는 월드컵 공식 스폰서사인 벨기에 맥주 기업 AV인베브에 속한 브랜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AV인베브는 버드와이저를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 참여시키면서 각국에서 보유한 대표 맥주 브랜드들을 함께 월드컵 광고에 노출시킬 수 있도록 FIFA와 협의했다”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카스가 월드컵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았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사는 월드컵에서 자사의 브랜드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